▲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월 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2012년 기획재정부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박재완 장관과 함께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기획재정부는 이명박 정부 2주년을 맞은 지난 2010년 2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홍보하는 대대적인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4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명박 정부 2년의 경제적 성과’를 통해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글로벌 경제 위기를 맞이하여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 대응을 통해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빠른 경제회복세를 구현했다. 대통령이 직접 비상경제정부를 선포하고 비상경제대책회의, 민생·기업 현장방문 등을 통해 현장·수요자 중심의 대책을 추진했다”고 자찬했다.
같은 날 ‘이명박 정부 2년의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성과’에서는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지난 2년간 과거 어느 정부보다 강력하게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대통령께서 두 차례에 걸친 공공기관 워크숍을 직접 주재하시면서 공공기관 선진화를 독려했다”면서 “그 결과 민영화, 통폐합 등 하드웨어 측면의 구조조정과 보수체계, 노사관계 합리화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개혁에 있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3주년이었던 2011년 2월에도 기획재정부는 ‘이명박 정부 3년의 경제적 성과와 과제’라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내용은 2주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기획재정부는 아무런 자료도 내지 않았다. 경제적 성과 외에 내세울 것이 없는 정부인데 경제 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아무런 자료를 내놓지 않은 대신 청와대와 다른 부처들이 자료를 양산했다.
먼저 청와대는 400페이지에 달하는 ‘이명박 정부 4년, 경제분야 주요 성과’란 제목의 보고서로 내놓았다. 청와대는 이 보고서에서 이명박 정부가 두 번의 글로벌 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했으며, 양극화가 개선되고, 중산층이 늘었다는 자찬을 늘어놓았다.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고용노동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이 잇달아 비슷한 이름과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MB 정권하에서 이러한 자료를 낸 적이 없는 KDI도 이명박 정부 4년을 평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KDI는 ‘이명박 정부 출범 4년, 경제적 성과와 향후 정책 과제’에서 △위기 속에서도 4년간 3%대 성장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 △무역 1조 달러 시대 △물가안정을 위한 노력 △4년간 일자리 창출 등을 경제적 성과로 꼽았다.
또 △복지예산 역대 최고인 92조 원 △보금자리주택 △등록금 부담 완화 △5세 누리과정 등 보육료 지원확대 등을 사회안전망 구축 강화 성과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FTA(자유무역협정)을 통한 경제영토확장 등을 국제적 위상 제고 성과로 내세웠다.
이런 청와대와 행정부, KDI의 노력은 여론의 비난만 받았다. 경제성장률 7%를 약속했던 것에 비하면 아무리 경제위기를 감안해도 3% 초반 성장률은 초라한 성적표다. 국민소득 2만 달러는 공약 때의 절반에 불과하고, 물가는 안정은커녕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복지는 정치권에서 복지 증액 공약을 쏟아낼 만큼 미흡하고, 등록금 문제도 정치권과 대학생의 요구가 있고 나서야 움직인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온갖 비난이 쏟아졌고 KDI는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파악하고,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작성했다”는 해명 보도자료까지 내야 했다.
반면 아무런 자료를 내지 않은 기획재정부는 이러한 역풍에서 무사할 수 있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청와대와 거리를 두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은 박 장관과 이명박 대통령 간의 관계를 보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최근 경제가 유럽 재정위기와 고유가, 중국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등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과 자료를 내는 것이 여론에 맞지 않을 수 있어 굳이 작업을 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