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바인리조트 골프 코스 예상도. |
▲ 선종구 회장 |
엔바인리조트는 2009년부터 회원제 27홀 규모로 개발하기 시작한 골프리조트다. 총 사업비는 1500억 원. 선 회장이 자택을 담보로 투자한 30억 원은 총 사업비에 턱없이 모자란 액수지만 자택을 담보로 했다는 것은 선 회장의 골프장 사업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는 한편 그만큼 자금을 있는 대로 끌어 모았다는 방증이다.
선 회장은 가뜩이나 (주)엔바인과 엔바인리조트와 관련, 여러 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 상태다. 하이마트 지분을 통한 차입금 투자, 아들과 딸 등 관계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얻은 수익을 골프장 개발 사업에 투자, 협력업체에 골프회원권 강매 등의 혐의다.
선 회장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업비로 투자할 만큼 자금을 총동원해 회원제 골프장을 개발하기 시작했지만 당초 예상했던 만큼 회원이 모집되지 않자 거듭 무리수를 두었고 급기야 협력업체에 회원권을 강매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가을로 예정됐던 엔바인리조트 개장도 현재 올 8월로 미뤄진 상태다. 이마저도 선 회장 일가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어 계획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선 회장이 엔바인리조트 개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빚더미에 앉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까지 골프장 개발 사업에 쏟아 부은 매몰비용만 2000억 원으로 추정되는 데다 계속 사업을 진행했다면 앞으로 들어갈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집을 담보로 잡히고 아들과 딸 등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수익까지 골프장 사업에 쏟아 부은 선 회장에게 남은 것은 수천억 원에 이르는 하이마트 지분뿐. 재계 한 관계자는 “선종구 회장과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제3자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은 오히려 선 회장이 뜻한 바를 이루도록 해준 것인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선종구 회장은 재계에서 내로라하는 ‘골프광’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선 회장을 유명한 골프계 인사 양찬국 프로의 제자를 일컫는 ‘양싸부 라인’으로 분류한다. 하이마트 내 또 다른 ‘양싸부 라인’ 박영응 전 하이마트골프단 고문은 2010년 7월 갑작스레 광고대행사 커뮤니케이션윌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것과 동시에 회사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커뮤니케이션윌은 선 회장의 딸 수연 씨가 2대주주로 있으며 선 회장 일가의 비리 혐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회사다. 커뮤니케이션윌은 수년간 하이마트 광고를 독점해오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마트 주변에서 광고대행사 교체 등의 이야기가 종종 나오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선 회장 측은 강력히 반대하며 커뮤니케이션윌을 고집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하이마트와 유진그룹이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벌인 후 양측이 합의하에 ‘하이마트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한다’고 발표한 지난해 12월 1일에도 선 회장은 골프 라운딩을 즐긴 것으로 밝혀졌다. 임직원들의 사표를 담보로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 결사항전하겠다는 결의를 내버린 채 지분 매각을 발표한 것도 모자라 임직원들의 배신감은 아랑곳 않고 골프를 즐긴 셈이다.
선 회장을 수년간 지켜본 재계 한 인사는 “한마디로 골프에 미친 사람”이라며 “골프광이어서 골프장 사업을 시작한 것 같은데 원래 골프장 사업은 그쪽 빠꼼이가 아니면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게 업계 정설”이라고 전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