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상무(오른쪽)와 이학수 부회장. | ||
이들 두 사람의 최근 해외일정은 단순히 업무적 성격으로만 놓고 보기 힘들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해외 체류가 길어지는 만큼 이 상무나 이 부회장의 해외일정에 이 회장과의 만남이 포함될 것이란 추론이 자연스레 나오는 탓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10월13일 미국으로 출국해 5일 후인 10월18일 귀국했을 당시 투자회의 참석 목적이라 밝혔지만 이 회장을 만나 안기부 도청 사건과 에버랜드 전환사채 건에 대한 의견조율을 했을 것이란 추측을 낳기도 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이재용 상무와 이학수 부회장의 최근 출입국 현황에 따르면 이 상무는 최근 두 달 사이 다섯 차례 해외방문길에 나섰으며 이 부회장은 지난 두 달간 세 차례 해외일정을 소화했다. 이 상무는 지난 11월20일에 미국으로 출국해 4일 후인 11월24일 귀국했는데 당시 일어난 막내 동생인 윤형씨 자살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 이 회장을 만났을 것이란 추측도 나올 법하다. 이학수 부회장은 11월17일에 일본으로 출국해 11월23일 일본에서 귀국했는데 그 사이 미국을 방문해 이 상무와 일정을 같이 소화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이 상무와 이 부회장의 해외동선은 거의 겹치지 않지만 최근 출입국 현황 중 유일하게 일치하는 시점이 눈에 띈다. 이 상무는 지난 12월16일 미국에 갔다가 3일 후인 12월19일 미국에서 귀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이 부회장 역시 12월16일 미국으로 날아가 12월29일 미국에서 귀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이 같은 비행기를 타고 미국 내 같은 곳에 갔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당시 정황을 보면 두 사람이 같은 일정을 소화했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해진다. 지난해 12월14일 검찰은 안기부 도청 사건의 수사를 사실상 종결했다. 검찰은 이틀 후인 12월16일 2002년 대선 당시 정치권에 뿌려진 삼성채권 관련 수사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삼성 인사들에 대한 ‘처벌 불가’ 결정을 내렸다. 검찰수사를 지켜보던 삼성이 한시름 놓게 된 날인 12월16일에 이재용 이학수 두 사람이 동시에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다. 최근 제기된 이건희 회장 귀국설과 맞물려 당시 이건희-이재용-이학수 3자 회동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들의 동시 미국 일정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은 1월4일 이건희 회장의 연초 귀국설이 삼성에서 흘러나온 점 역시 지난 연말 3자 회동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이 상무는 미국 못지 않게 일본도 자주 드나들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 일본으로 출국했다가 1월1일 귀국했으며 얼마 전인 1월8일 일본에 다시 갔다가 이틀 후인 1월10일 귀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체류중인 아버지 이 회장을 만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상무의 연말연시 일본 일정은 또 다른 시각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고 이병철 창업회장이나 이건희 회장이 연말에 일본을 찾아 신년 사업 구상을 했던 것과 마찬가지의 동선을 보인 것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