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서사 속 ‘고구마’ 연애에 시청자 거부감…“특히 장르물에선 ‘떠먹이는 로맨스’ 통하는 시대 지나”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재벌집 막내아들’은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 윤현우(송중기 분)가 이들로 인해 죽음을 맞게 된 뒤, 이 집안의 막내 손자로 회귀하면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인생 2회차를 살게 되는 판타지 드라마를 그린다. 미래를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과거로 회귀하게 된 진도준(송중기 분)이 투자로 승승장구하며 친가이자 미래의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진씨 일가와 순양그룹을 제 손아귀에 넣으려 하는 복수극이 이야기의 주요 테마이기도 하다.
이처럼 시원한 복수에만 집중하고 싶은 시청자들은 진도준과 대립하는 회장 진양철(이성민 분), 사촌형이자 장손으로 순양그룹의 잠재적 후계자인 진성준(김남희 분)의 관계성을 우선으로 한다. 이렇다 보니 복수극과 크게 관계가 없어 보이는 진도준과 서민영(신현빈 분)의 로맨스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서민영은 진도준의 회귀 전 모습인 윤현우와도 접점이 있는, 미래에 ‘순양의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로 순양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서울지검 반부패수사부 부부장검사로 등장한다. 회귀 후의 진도준과 대학에서 처음 만나 어설프면서도 풋풋한 애정을 쌓아갔지만 연인으로 발전하지 못했고,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임용되면서 진도준 복수극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2막이 펼쳐질 나머지 8부부터 서민영의 존재감이 한층 더 뚜렷해질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 빌드업을 위한 러브라인이 시청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은 원작과 드라마의 차이점 탓도 크다. 원작에서 서민영은 큰 비중이 없는 캐릭터였으나 드라마로 각색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부각되다 보니 과거 행적이 본 스토리와 다소 동떨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두 남녀 주인공이 등장해 대화를 나누는 과거 신은 극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아 이야기의 맥을 끊는다는 지적이 매회 나오기도 했다.
1~8부에서 보인 서민영의 서사나 행동, 대사들이 여성 시청자들을 설레게 할 만한 로맨틱함도 갖추지 못했고, 그가 진도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맥락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있었다. 여기에 오히려 진도준과 그의 사촌형수인 모현민(박지현 분)의 아슬아슬한 관계성이 더 호평을 받으면서 여주인공이라는 입지가 무색해지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스토리 빌드업을 위한 과정이었다고는 하나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서 캐릭터와 그를 연기한 배우에게 비판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작진이 만들어준 셈이다.
억지로 떠먹이는 러브라인이 시청자들의 불만을 샀던 것은 앞서 SBS 금토드라마 ‘왜 오수재인가’에서도 불거진 문제였다. 성공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던 스타 변호사 오수재(서현진 분)가 자신을 장기말로 이용하려 한 로펌 회장 최태국(허준호 분)과 빚어낸 긴장감 넘치는 대립은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았지만 그만큼 로맨스에 쏟아진 혹평도 상당했다.
철두철미하고 냉철한 오수재가 제자인 공찬(황인엽 분)의 앞에서만 보여주는 어설프고 흐트러진 모습이 주력 시청자인 여성들의 반발을 샀고, 오수재와 최태국이 보여주는 전쟁 같은 대립과 오수재와 공찬의 로맨스가 완전히 따로 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역량도 지적되긴 했지만 이런 비판은 사실상 대부분 배우들에게 쏟아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 탓에 작품이 그럭저럭 성공한다 하더라도 배우의 이미지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배우 소속사 관계자는 “로맨스가 주력이 아닌 작품이더라도 어울리지 않는 러브라인으로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게 되면 그 배우에겐 ‘로맨스가 안 어울리는 배우’라는 이미지가 입혀진다. 서사 문제는 배우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데도 시청자들이 작품으로 접하는 것은 배우이기 때문에 비판과 비난은 배우의 몫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장르물에 러브라인이 들어가면 캐릭터의 관계성이 탄탄하고 납득할 만한 서사가 구축되지 않은 이상 긍정적인 반응보다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다. 떠먹여주는 로맨스가 먹히는 시기가 지난 것”이라며 “남녀가 등장한다고 해서 무조건 애정 관계로 묶는 것보다 더 다양한 관계성을 보여주는 것이 최근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트렌드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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