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조’ 이어 ‘재벌집 막내아들’ 대박…‘제작자의 감’ 따른 영화 ‘화란’도 기대
송중기가 주연한 ‘재벌집 막내아들’이 방송 8회 만인 12월 4일, 전국 시청률 19.4%(닐슨코리아)를 돌파했다. 수도권 시청률은 21.8%, 분당 최고 시청률은 23.7%까지 치솟았다. 재벌총수 일가의 리스크를 관리하던 비서가 의문의 죽임을 당한 뒤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사는 이야기가 시청자의 판타지를 자극한 덕분이다.
방송가의 관심은 ‘재벌집 막내아들’의 시청률이 어디까지 오를지에 쏠리고 있다. 이미 미니시리즈로는 올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ENA 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17.5%)의 성적을 일찌감치 갈아치웠다. 비지상파 드라마로는 최고 시청률을 보유한 ‘부부의 세계’(28.4%)를 넘어설지 여부에 시선이 집중된다.
#이혼 아픔 겪고 안방극장 ‘승승장구’
안방극장 화제작으로 급부상한 ‘재벌집 막내아들’의 성공만큼이나 주목받는 것은 송중기의 선구안이다. 2016년 메가 히트작인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38.8%)로 아시아 한류를 다시 일으킨 그는 세상의 눈이 집중된 화려한 결혼, 그리고 이혼을 겪었다. 대중을 사로잡았던 드라마 속 커플이 실제 부부로 맺어지면서 숱한 화제를 뿌렸지만, 불과 2년 만에 파경을 맞아 결혼보다 더한 관심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논란이 확산됐지만 송중기는 흔들리지 않았다. 개인사의 아픔을 딛고 배우로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결혼과 이혼이 작품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오히려 결혼 전 로맨스 장르에 치중했던 연기 활동이 최근에는 복수극, 서사를 갖춘 시대극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면서 배우로서 외연도 넓어졌다.
#로맨스 없이도 긴장 유발하는 투톱 선택
송중기는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대중의 판타지를 적확히 꿰뚫는다. 재벌가의 검은돈을 관리하던 그가 재벌총수의 막내 손자로 다시 태어나 뛰어난 투자 감각을 발휘하는 모습은 이 드라마의 성공 배경으로 꼽힌다. 미래에서 과거로 회귀한 인물로, 30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사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는 송중기가 남들은 모르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막대한 돈을 벌어가는 과정은 짜릿함을 선사한다.
연기대결도 볼 만하다. 송중기는 극 중 할아버지인 재벌총수 진양철 회장 역의 이성민과 갈등을 거듭하면서 팽팽한 긴장을 유발한다. 시청률 6.1%로 출발한 ‘재벌집 막내아들’이 불과 8회 만에 20% 돌파를 목전에 둘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배경에는 시종일관 맞붙어 긴장을 유지하는 송중기와 이성민의 대결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성민과의 호흡뿐만 아니라 앞서 ‘빈센조’의 상대역인 전여빈과의 파트너십도 마찬가지다. 로맨스 없이도 상대 배우와 절묘한 호흡으로 투톱 구도를 형성하는 송중기의 ‘영리한’ 선택이 시청자에게 신선하게 다가가고 있다.
송중기는 ‘재벌집 막내아들’을 선택한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배우 이성민의 참여는 송중기를 움직인 중요한 동력이었다. 이와 함께 송중기를 스타덤에 올린 KBS 2TV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김태희 작가가 집필하는 작품이란 점도 선택의 이유가 됐다.
송중기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대본의 서사가 탄탄한 점이 출연을 결정한 첫 번째 이유, 더 좋은 점은 이성민 선배님이 진양철 회장 역을 맡는다고 해서 더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또한 “제 나이대 배우들 가운데 이성민 형님과 연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며 “이성민 선배님이 진양철 회장을 맡지 않았다면 내게 이 작품은 없었다”고 했다.
#드라마 대사처럼 “감을 믿는 편”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송중기는 투자의 귀재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한다. 영화 제작자인 부친의 할리우드 출장길에 동행해 ‘타이타닉’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전자상거래의 신화 아마존이 나스닥에 상장하기 전 주식을 사 모은다. 미래를 알지 못하는 주변인들이 의아함을 표할 때마다 송중기는 말한다. “내 감을 믿지 않느냐”라고.
이 말은 드라마에서만 해당하지 않는다. 실제로도 송중기는 “감”이 뛰어난 편이다. ‘빈센조’의 성공 이후 송중기가 작품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는지를 두고 궁금증이 일자, 그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감을 믿는 편”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조건이 좋다고 해도 본인이 끌리지 않는다면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 “힘들게 찍었으니 우리의 작품을 봐달라고 부탁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관객(대중)이 작품을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게 상업 예술이 가진 가치”라고도 말했다.
송중기의 선택은 비슷한 위치에서 활동하는 여느 톱스타들과도 다르다. 좀 더 과감하고 때론 대범하다. 현재 촬영 중인 영화 ‘화란’에 참여한 과정도 그렇다.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이 조직의 중간 보스를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는 이야기다.
송중기는 그동안 ‘군함도’, ‘승리호’, ‘보고타’ 등 제작비가 200억 원대 이상 투입되는 블록버스터의 주연으로 참여해왔다. 하지만 ‘화란’의 제작 규모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저예산이다. 주인공은 송중기가 아닌 신예 홍사빈. 그런데도 송중기가 비중이 적은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출연을 확정한 이유는 시나리오에 대한 확신에다 ‘제작자의 감’을 따랐기 때문이다. 송중기는 ‘화란’ 출연과 함께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그가 이끄는 제작사 하이스토리가 ‘화란’의 공동 제작사로 참여하면서 송중기는 출연료도 거의 받지 않으면서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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