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의 MBC 시청률 1위, 이영표 빠진 KBS 3위…광고 유치로 막대한 중계권료 충당 지상과제
카타르 월드컵과 함께 진행되는 또 다른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 바로 ‘중계 월드컵’이다. 지상파 3사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저마다 유력 해설위원과 캐스터를 앞세워 태극전사를 응원하는 붉은악마들을 TV 앞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과연 중계 월드컵의 승자는 누구일까.
#우루과이전 3사 총합 시청률 41.7%
MBC와 SBS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역을 나란히 해설위원으로 앉혔다. 각각 안정환과 박지성이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KBS는 현역 선수인 구자철을 마이크 앞에 앉히며 맞불을 놨다.
11월 24일 열린 한국과 우루과이의 H조 조별리그 첫 경기 중계 시청률 경쟁에서 안정환이 이끄는 MBC는 전국 시청률 18.2%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박지성에 ‘젊은 피’ 이승우를 새로운 해설위원으로 보탠 SBS의 시청률은 15.8%였다. 그리고 구자철이 버틴 KBS가 7.7%로 그 뒤를 이었다. 세 채널의 시청률 총합은 무려 41.7%. 이는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1차전인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가 기록한 시청률 총합인 40.9%보다 높다.
지난 4년 사이 지상파 3사 시청률은 크게 하락했다.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 외에 각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볼거리가 많아지면서 TV를 통해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루과이전의 시청률은 의미가 크다. 최근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이념적 대립, 경제 불안으로 인한 고통 호소, 이태원 참사로 인한 집단 우울증을 겪고 있는 대중이 월드컵을 통해 대통합하고 있다는 것이 이 시청률 수치를 통해 확인된 셈이다.
나흘 뒤인 11월 28일 중계된 한국의 두 번째 경기인 가나전 시청률 경쟁에서도 역시 안정환이 앞섰다. MBC 중계 시청률은 20.0%로 1차전과 비교해 1.8%포인트(p) 상승했다. 우루과이전을 MBC를 통해 지켜본 후 만족감을 느낀 이들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SBS와 KBS는 각각 12.8%와 6.3%였다. 두 채널은 각각 3.0%p, 1.4%p 하락했다.
가나전의 지상파 3사 중계 시청률 합은 39.1%를 기록했다. 이는 우루과이전과 비교할 때 2.6%p 낮은 수치다. 한국이 FIFA 랭킹이 더 높은 우루과이를 상대로 무승부를 이끌어내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하지만 가나전에 대한 관심이 우루과이전보다 낮았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TV 중계 외에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3사의 중계방송을 지켜본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
다만 한국이 일찌감치 가나에 2골을 내주며 끌려간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곧이어 연거푸 2골을 만회하며 평행선을 유지했지만 얼마 후 다시 1골을 내준 한국은 결국 2 대 3으로 패했다. 후반부로 가면서 패색이 짙어졌다고 느낀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상파 중계 전쟁, 왜 치열할까?
방송 콘텐츠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 드라마, 예능, 보도 등이다. 드라마와 예능의 경우, 지상파 3사가 예전과 같은 위용을 잃은 지 오래다. 언론사로서 보도 기능은 상대적으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월드컵이나 올림픽 기간 스포츠 중계는 보도의 한 영역으로 분류되며 지상파 3사의 자존심을 지키는 바로미터로 꼽힌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은 임의로 중계할 수 없다. FIFA(국제축구연맹)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등으로부터 중계권을 사와야 한다. 그 비용은 막대하다. 중계권료를 충당할 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그 중계권료를 뛰어넘는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타사보다 더 많은 광고를 유치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역시나 시청률이다. 시청률은 여전히 광고주들이 각 방송사를 선택하는 절대적 기준점이 된다. 그러니 각 방송사는 더 명쾌하고 재미있는 해설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해설진을 원한다.
MBC의 경우 2014 브라질 월드컵부터 안정환·김성주 콤비에게 축구 중계를 맡기고 있다. 두 사람은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 ‘뭉쳐야 뜬다’, ‘뭉쳐야 찬다’ 시리즈 등을 통해 남다른 티키타카를 자랑하고 있다. 현재 MBC 예능 ‘안 싸우면 다행이야’에도 함께 출연 중이다. 예능에서는 웃음에 방점을 찍지만 축구 중계 때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한 자세로 해박한 지식과 촌철살인 분석을 자랑한다.
안정환은 월드컵 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예전처럼 재미만 있게 하면 안 될 것 같다. 전달력을 줄 수 있는, 어려운 축구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겠다. 함께 뛰는 중계를 하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안정환과 함께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일군 박지성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때부터 SBS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선수 시절, 박지성은 달변이 아니었기에 그가 해설위원으로 나선다는 것 자체로 신선하게 다가온다는 평이 많았다. 박지성의 아내인 김민지 아나운서가 SBS 출신이라는 것도 그가 SBS와 연이어 손잡는 이유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KBS는 지난 러시아 월드컵까지 중계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이때까지 KBS 해설위원은 4강 신화의 또 다른 주역인 이영표였다. 그의 빈자리를 이번에는 구자철로 메우는 시도를 했으나 성과는 크지 않았다는 평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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