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교육의 선구자 역할을 한 양형남 에듀윌 대표.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일요신문>과 동갑내기로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는 평생교육기업 (주)에듀윌 양형남 대표(50)의 말이다. 에듀윌은 국가공인 자격증 및 공무원 시험에서 기업교육, 학원사업, 출판사업 등 그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특히 회원수 100만, 매출 250억 원을 넘기는 등 최근 수년간 성장세는 눈부실 정도다. 지난 13일 서울 구로동 에듀윌 본사에서 양 대표를 만났다.
“바로 요 동네예요. 지금은 디지털밸리라고 고층건물들이 들어서 있지만 당시 제조업체 공장이 즐비했죠. 그래도 들에 메뚜기도 있고 도림천에서 물놀이도 하고 그랬습니다.”
현재 에듀윌 본사가 자리 잡고 있는 곳, 1970년대 구로공단 전경이 양형남 대표의 눈에 선한 듯했다. 어릴 적부터 교육자가 어울릴 것 같다는 평판에 영문학을 전공하기까지 했지만 1990년 대학 졸업 후 그의 첫 직장은 막 창업하는 석유화학회사였다.
“중국 수교 전이었는데 아는 사장님이 중국 낙양성에 있는 석유공사하고 폐유 자원화 사업 업무제휴를 하면서 도와달라고 해서 함께 준비했었는데 불발됐습니다. 정리하고 나와서 백화점 매장 운영사업을 하는 친구를 도우며 경영을 배우고 내 사업을 하게 됐습니다.”
1992년 그는 영등포에 허름한 사무실을 얻어 국가고시교육원이라는 사무실을 열고 검정고시 등 교재와 비디오테이프를 공급 받아 유통시켰다. 생활정보지에 광고를 내고 찾는 사람들에게 파는 구조. 직원 한두 명 월급 주고 사무실 운영비 쓰고 하면 남는 게 없을 정도로 영세했다. 첫해 매출은 5000만 원이 안 됐다고 한다. 그렇게 조금씩 커가길 5년여. 1990년대 말 그는 급속히 커져가는 ‘정보의 바다’에 몸을 던진다.
“전화 상담을 들어보니 고객들이 사이트 주소를 물어봐요. 대기업 정도 돼야 홈페이지가 있던 시절이죠. 자꾸 그런 상담 내용을 듣다가 이거 마케팅에 도움이 되겠다 싶더군요. 사이트를 만들고 포털에 광고를 했습니다. 처음엔 무료에다가 몇 개 없으니 맨 위에 띄워줬어요.”
이때의 결정으로 그는 e러닝(온라인 교육) 선구자가 된다. 비슷한 시기 직접 강의 동영상도 만들기 시작한다. 문제는 스튜디오였다.
“수학능력시험 동영상 정도나 관심받기 시작한 때였는데요, 성인교육 시장엔 그런 게 없었어요. 검정고시 강의를 촬영하고 싶은데 스튜디오는 없고. 그래서 자체 스튜디오를 쓰는 회사에 부탁해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한데 스튜디오와 강사 양쪽 스케줄 다 맞추려면 힘들어요. 어렵게 잡아 놨는데 강사들이 개인적 사정이나 스튜디오 사정으로 빠지면 일정이 이삼 주 밀리고….”
그때껏 보수적으로 경영을 해온 양 대표다. 하지만 결단을 내렸다. 2002년 10억 원이라는 큰돈을 들여 자체 스튜디오를 만든 것이다.
“무리한 투자죠. 만약 거기서 촬영을 안했다거나 남의 스튜디오에서 고생 안했으면 계속 그렇게 갔을 거예요. 그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습니다. 그러고 나서 온라인 쪽으로는 굉장히 앞서갔습니다. 때마침 인터넷 포털에서 전엔 광고비를 안 받다가 받으니 타사들은 빠져나갔지만 저희는 광고비를 내면서 유지해 효과를 봤죠.”
직접 동영상 강의를 제작하면서 노하우도 쌓였다. 강사들이 처음에는 카메라 앞에서 강의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했다. 계속 엔지(NG)를 내고 다시 찍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복장부터 동선까지 매뉴얼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업계를 선도해갔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는 듯했지만 2004년 에듀윌은 성장통을 겪는다. 목동 본사와 신림동 스튜디오로 이원화됐던 시기다.
“저는 본사에 있었는데 스튜디오에 있던 부서장 세 명이 강사를 빼가서 따로 회사를 차렸어요. 직원들의 이탈도 많았구요. 매출에만 신경 쓰다 리더십의 위기가 온 셈이죠. 특단의 조치랄 건 없지만 워크숍도 가서 조직을 다지고 불만 직원이 나간 자리에 새로운 인재들이 들어오면서 더 건강하게 자연치유가 됐습니다.”
에듀윌이 폭발적 성장을 시작한 것은 2008년 초 ‘구로시대’를 열면서부터다. 업계 최초로 풀(Full) HD 화질을 구현하는 최첨단 스튜디오를 오픈, 필기 내용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어 부천에 공인중개사 학원을 열며 온·오프라인 통합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교육연구소도 설립했다(현재 공인중개사 6곳, 주택관리사 4곳, 공무원 3곳 운영). 수강생 대상 강의평가를 통해 90점 이하를 받은 강사는 더 이상 강의를 못하게 하는 철저한 관리는 학원사업 성공의 열쇠였다.
교육기업이라 하더라도 경영 성적표는 역시 실적. 에듀윌의 매출은 2008년 56억 원에서 지난해 25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5개 중앙부처로부터 교육분야 우수기업에 선정되고 대통령상까지 받은 것은 ‘보너스’. 학습관리 등 각종 시스템 기술로 이노비즈(INNO-BIZ, 기술혁신형기업) 인증을 받는 등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급상승세를 탄 에듀윌의 올해 매출 목표는 600억 원. 그러나 양 대표의 비전은 매출 증대에만 있지 않다.
“교육사업을 계속해서 성장 발전시킨다면 정규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해요. 멀지 않은 미래에 중·고교, 정규 대학에 진입하고자 합니다. 그건 회사 차원이고요. 개인적으로는 사회복지재단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현재 여러 공익사업을 하고 있는데 자체적으로 해보려 합니다.”
e러닝을 넘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유비쿼터스(Ubiquitous), ‘U-러닝’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에듀윌, 교육과 봉사의 꿈을 키우는 양형남 대표에게 기업 그 이상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
경험은 창조의 원동력
①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라. 하나의 일을 잘하면 또 다른 일이 주어진다. 그렇게 계속 인정받으면 성공에 가까워진다.
② 작은 변화를 쌓아가라. 지금은 경쟁력이 낮지만 하나씩 개선해나가면 넘버원이 된다.
③ 교육에 투자하라. 성공의 원천은 지식이며 경험은 창조의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