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건 | ||
주식시장에서도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반열을 가릴 수 있는 척도가 있다. ‘스타’를 내세운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우회상장이 줄을 이은 지난해에는 그 ‘스타’가 업체의 주가를 얼마나 끌어올렸는가를 살펴보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얼굴마담격인 연예인뿐만 아니라 우회상장하는 업체의 사업성이 얼마나 탄탄하냐에 따라 주가가 결정되기도 하지만 주식시장 과열을 틈타 연예인 테마주에 묻지마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연예인 얼굴이 곧 주가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반포텍. 지난해 12월2일 텐트 제조업체 반포텍은 스타엠엔터테인먼트와 주식교환비율의 적정성 평가를 외부에 의뢰했다고 공시했다. 스타엠엔터테인먼트는 영화배우 장동건의 소속사로 장동건이 3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
이미 전날부터 소문은 나 있었지만 공시하는 날부터 주가는 상한가 행진을 계속해 9일이나 지속되었다. 점상(조정 없는 상한가)이 아닌 경우까지 포함하면 12일간이나 상한가를 기록했다. 당시 주가는 4천15원에서 2만1천1백50원으로 526%가 올랐다. 그러나 한때 2만4천7백원의 고가를 찍은 뒤 조정을 받아 현재 1만5천원대를 오가고 있다.
한편 11월 인기 댄스가수 이효리의 소속사인 DSP엔터테인먼트와 합병한 호신섬유는 6일간 급등세를 탔다. 이틀간 주춤한 주가는 다시 5일간 상승해 4만7백원의 주가는 14만원으로 올랐다. 343%의 상승률이다. 그러나 3일간 다시 급락, 11만원대를 오가다 최근 13만5천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여성의류 및 패션업체인 정호코리아가 영화배우 송윤아가 소속된 스타아트를 인수하기로 계약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4일간의 상한가 행진을 벌였다. 2천4백50원이던 주가는 4천9백15원까지 치솟았으나 이번달 들어서는 계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12월23일 영화배우 차인표의 증자참여로 화제를 모았던 플레이스테이션 유통업체인 세고엔터테인먼트도 4일간의 급등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지난달 27일 건강보조식품 판매사인 라이브코드는 최진실 강남길 김성령의 소속사인 엔터박스미디어그룹을 인수하기로 하고 주식교환비율에 대한 외부평가를 세림회계법인에 맡겼다고 밝혔다. 전일 종가 2천7백30원이던 주가는 이틀간 상한가 행진을 했다. 그러나 사흘째인 29일 최고가이던 4천50원을 끝으로 3천1백75원으로 마감했다. 이후엔 지속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재료가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엔터테인먼트 주식 붐에 불을 붙였던 팬텀은 주가가 무려 38배나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팬텀의 주가조작설 등 악재가 겹친 데다 엔터테인먼트 우회상장이 11~12월에 집중되면서 투자심리를 끌어내지 못했다.
▲ 이효리, 송윤아, 차인표, 최진실(왼쪽부터) | ||
연예 관련 회사의 우회상장 붐을 주가띄우기에 이용하고 있는 사례도 있어 주의를 요하고 있다. 작전세력으로 보이는 쪽에서 유명 연예인과의 비밀계약설을 거짓으로 흘리면서 주가를 띄우는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 최근에는 ‘이영애’와 ‘비’가 테마다.
한류스타 이영애는 장동건에 버금가는 스타파워를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코스닥에는 벌써부터 ‘이영애의 소속사인 도어엔터테인먼트와 어느 회사가 합병한다더라’, ‘이영애가 어느 회사에 지분참여한다더라’는 식의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물론 이영애 본인 입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을 리는 만무하다. 도어엔터테인먼트와 이영애 본인은 타 소속사와의 계약설은 근거없는 것이며 앞으로도 현 소속사와 계속 일할 것을 밝히기도 했다.
또하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재료는 비가 소속된 JYP엔터테인먼트다. 코스닥 업체 중 하나를 점찍어 우회상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돌고 있지만 소속사에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JYP엔터테인먼트를 제2의 SM기획으로 꼽을 정도로 비의 상품성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SM기획은 2004년 12월부터 지난해 여름까지 800% 이상의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엔터테인먼트 주가상승의 원조로 자리잡았다.
엔터테인먼트 테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실적보다는 기대심리에 기댄 부분이 많다. SM기획도 실적 이상으로 주가가 올랐다 다시 조정을 받은 바 있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한류열풍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산업의 확대 등 가능성도 열려 있어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스타 연예인 몇 명을 거느리고 있는 ‘연예인 소속사’의 사업모델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때문에 이들은 드라마나 음반 제작 유통 등 ‘유형’의 사업아이템을 곁들이는 게 보통이다.
드라마 제작을 겸하는 팬텀의 경우 우회상장 이후 첫 실적이었던 지난해 3분기 매출 2백49억원과 영업이익 82억원을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때문에 팬텀은 주가조작설로 대표가 검찰에 소환되었음에도 하락폭이 그다지 크지 않다. 엔터테인먼트 주에 대한 투자에서도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되는 회사를 골라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없는 셈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