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사람들은 종교와 상관없이 생전에 나쁜 일을 많이 하면 사후 지옥에 가서 벌을 받는다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믿음은 진실 여부를 떠나 수천 년간 도덕적으로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이러한 사후 세계는 풀리지 않는 영원한 미스터리이자 호기심 가득한 공간이다. 이러한 점에 착안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이 인기 있는 이유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출시된 ‘지옥형량 테스트’는 자신의 죗값에 따라 향후 지옥에서 어떤 벌을 받게 되는지 알려준다. 선행과 악행에 대한 20가지의 질문이 주어지며 답변에 따라 형량이 결정된다. 가령 ‘봉사활동이나 기부를 했는지’와 같은 가벼운 질문부터, ‘간통이나 살인’ 같은 무거운 질문도 있다. 모든 질문을 답하면 죄질을 분석해 지옥에서 어떤 벌을 얼마나 받을지 알려준다.
재미있는 점은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벌을 받는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것이다. 가령 모든 질문에 대부분 착하게 살았다고 답해도 벌을 받는다. 만약 모든 질문을 완벽하게 죄를 짓지 않았다고 답하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더욱 무거운 벌에 처한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죄를 짓고 산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모든 질문에 나쁜 쪽으로 답하면 톱으로 몸뚱이를 자르는 ‘거해지옥’에서 7000년간 사는 형벌을 선고받는다.
결과를 확인한 후 ‘속죄하기’ 버튼을 누르면 일종의 고해성사 식으로 그간 악행을 삭제할 수 있다. 이때 악행이 많을수록 삭제 시간이 오래 걸리도록 만들어 죄의 경중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또한 결과를 페이스북이나 커뮤니티에 올려 다른 이용자와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길을 끈다.
동양의 전통 저승관인 시왕신앙에 기반에서 만들어진 ‘지옥형량 테스트’는 단순히 시간 때우기용 앱에 불과하지만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도 주고 있어 이용자들의 반응이 제법 좋다.
이진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