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치 공정에만 집중, 경쟁력 약화 관측에도 ‘올인’ 전략…계열분리설엔 그룹 측 “고려 대상 아냐”
#부정적 전망 나오는 이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DB하이텍의 2022년 1~3분기 매출은 1조 2671억 원 영업이익은 6150억 원이다. DB하이텍이 2021년 기록한 매출 1조 2146억 원과 영업이익 3991억 원을 3분기 만에 넘어선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DB하이텍이 2022년 매출 1조 7000억 원, 영업이익 80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DB하이텍은 2018년 매출 6692억 원, 영업이익 1129억 원에 불과했지만 4년 연속 폭발적인 실적을 거두며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그럼에도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DB하이텍의 주가는 2022년 1월 14일 8만 5400원으로 연중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현재는 4만 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증시가 불황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하락세가 가파르다.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는 사업 지속성에 대한 불안감이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DB하이텍이 2023년 매출 1조 4000억 원, 영업이익 550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한다.
DB하이텍은 2019년부터 시작된 반도체 파운드리 호황을 타고 성장해왔다.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TSMC, 삼성전자 등 선두 파운드리 업체들만으로는 세계적인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DB하이텍은 글로벌 파운드리 10위권 업체였음에도 일종의 ‘낙수효과’를 본 셈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기 침체로 인해 IT 기기 수요가 줄어들면서 생산난도 해소되는 분위기다. 자연스럽게 DB하이텍의 일감이 줄어들고 있다. DB하이텍의 2022년 3분기 수주 잔고는 1억 523만 달러(약 1337억 원)로 2022년 2분기보다 13.97% 줄었다. 2020년 1분기 이후 11분기 만의 수주액 감소다.
DB하이텍이 구형 공정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거론된다. TSMC와 삼성전자 등 주요 업체는 12인치 웨이퍼 공정을 주로 사용하는 반면 DB하이텍은 8인치 웨이퍼 공정만 갖고 있다. 웨이퍼는 반도체 원재료가 되는 실리콘 원판이다. 웨이퍼 크기가 클 수록 한 번에 많은 양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DB하이텍이 가격 경쟁력 대결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 셈이다.
더구나 파운드리의 대세가 12인치로 넘어가며 8인치 공정은 관련 장비 수급은 물론 고장 시 사후관리도 어렵다. 8인치 신형 장비도 없어 초미세공정 진입도 어렵다. TSMC와 삼성전자가 3나노(nm) 반도체를 만들고 있는 반면 DB하이텍의 최신 공정은 80~90나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DB하이텍의 주력 분야는 고성능컴퓨팅(HPC)용 고부가가치 칩셋이 아닌 전력관리반도체(PMIC),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에 한정된다.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다.
DB하이텍은 수년간 12인치 공정 도입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실제 투자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반도체 시황이 나빠지자 8인치를 사용하는 업체부터 주문량이 줄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8인치 파운드리 가동률은 지난 2년간 100%를 기록했지만 2022년 하반기에는 90~95%로 하락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3분기에 DB하이텍 웨이퍼 생산량, 공장 가동률이 줄었을 뿐 아니라 평균판매가(ASP)도 하락했다”며 “웨이퍼 평균판매가격이 하락한 것은 8분기 만에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DB하이텍에게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DB하이텍은 2022년 12월 26일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조기석 부사장을 파운드리 사업부 대표이사 사장, 황규철 사장을 브랜드 사업부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2012년부터 DB하이텍을 이끌었던 최창식 부회장은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게 된다.
DB하이텍은 8인치 ‘올인’으로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DB하이텍의 미래 먹거리는 차량 전력용인 실리콘카바이드(SiC) 및 갈륨나이트라이드(GaN) 반도체다. 해당 분야는 기존 4~6인치에서 8인치로 넘어가고 있어 DB하이텍에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또 2023년 4월까지 기존 8인치 파운드리 라인 증설을 마칠 계획이다. 증설을 마치면 월 웨이퍼 생산량이 13만 8000장에서 15만 1000장으로 10%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DB하이텍은 8인치 생산라인이 보다 유연하다는 점을 살려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대응한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DB하이텍의 미래는?
김주원 DB하이텍 미주법인 사장은 2022년 7월 DB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주원 부회장은 김준기 DB그룹 창업주의 장녀이자 김남호 DB그룹 회장의 누나다. 비슷한 시기 DB하이텍의 반도체 설계 전담 부서 ‘브랜드 사업부’ 분사 추진 소식이 전해졌다. DB하이텍도 공시를 통해 “반도체 설계 사업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사 후 기업공개(IPO·상장) 가능성이 가시화된 것이다. 소액주주의 반발로 분사 계획은 취소됐지만 김주원 부회장의 승진 시점과 분사 추진 시점이 미묘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2020년 김남호 회장 취임과 함께 승진하는 것이 아닌 2년 뒤 승진을 택한 점이 특이하다”며 “DB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DB하이텍 주식 매입이 필요한 시점에 김 부회장이 승진하고 분사설이 흘러나왔다”고 말했다.
DB그룹 지주사 격인 DB INC의 자산가치가 5000억 원을 돌파하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2022년 5월 DB그룹에 지주회사 전환 통보를 내렸다. 이에 따라 DB INC는 2년 내 DB하이텍 지분 30% 이상을 소유해야 한다. DB하이텍의 주요 주주는 DB INC(지분율 12.42%), 김준기 창업주(3.61%), DB생명보험(0.78%), DB김준기문화재단(0.62%), 김주원 부회장(0.39%) 등이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DB INC가 DB하이텍 지분을 매입하는 대신 김주원 부회장이 지분을 매입해 계열분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의 재계 관계자는 “DB그룹이 금융업 중심으로 재편되며 DB하이텍이 사실상 유일한 제조업 회사로 남았다”며 “그룹 사업과 연관성이 적어 계열분리에 대한 부담도 적다”고 했다.
그러나 DB그룹 측은 DB하이텍의 계열분리설을 일축했다. DB그룹 관계자는 DB그룹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지주회사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유예기간이 2년이나 되는 만큼 충분히 대처해 나갈 수 있다”며 “DB하이텍 매각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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