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호 법무법인 바른 대표는 ‘MB로펌’이란 세간의 시선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 오해부터 바로잡는 게 지난 1월 취임한 김 대표의 첫 단추가 될 터.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MB(이명박 대통령)로펌’ 꼬리표에 대한 김재호 대표변호사(50·사법연수원 16기)의 법무법인 바른을 위한 변론이다. 바른은 청와대 관련 사건에서 현 정권 쪽을 대리하며 유명세를 탔다. 동시에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는 평가까지 뒤따르면서 이런 꼬리표가 붙었다. 최근엔 일파만파 커지는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 개입 의혹까지 불거졌다. 지난 3월 27일 김재호 대표를 만나 ‘MB로펌’의 실체를 따져봤다.
김재호 대표는 강훈 전 대표변호사, 홍지욱 현 대검찰청 감찰본부장과 함께 법무법인 바른(옛 바른법률)의 창립멤버다. 지난 1월 1일 정인진 변호사(59·연수원 7기)와 함께 임기 3년의 공동대표에 올랐다. 그런데 대표 취임 3개월이 지났음에도 거의 모든 언론은 강 전 대표를 현직 대표로 쓰고 있다. 그는 “몰라서 쓴 건지 알고도 쓴 건지 모르지만 그런 것까지 컴플레인하기가 좀 그래서 놔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강훈 전 대표가 개입한 의혹이 커져가는 것에 대해서는 지난 30일 “회사 차원의 일이 아니다. (강 전 대표가) 단순히 청와대 있을 때 알던 후배들 도와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 식인 줄 알았다면 절대 못하게 했을 것”이라며 “별거 없다고 했는데 계속 튀어나오고 대응할 방법도 없는데 바른은 거론되고 곤혹스럽다”고 밝혔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꼬리표’ 이야기다.
―‘MB로펌’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배경은?
▲현 대표로 제일 억울한 부분이다. 아니라고 해도 안 믿어주니까. 강훈 전 대표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을 지내고 정동기 고문변호사가 민정수석으로 가시는 바람에 현 정부하고 뭔가 관계가 깊다는 시선을 받고, 자질구레한 몇 개 사건 돕게 되고…. 그런 게 자꾸 말을 만든 듯하다.
―지난해 1월 감사원장에서 낙마한 정동기 고문이 7개월간 7억 원에 가까운 급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보험용’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청와대 들어가기 전까지 실적 따져서 준 건데 그렇게 큰 액수는 아니다. 국민 시각이 중요하겠지만 실제 다른 로펌 계신 분 수익 탁 까놓으면 그것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다. 특별한 뭐가 작용하고 그런 건 아니다.
―<나는 꼼수다>를 통해 ‘이지아 사건’으로도 유명해졌다. BBK 판결 직후 알려져 ‘물타기’ 의혹이 일었는데.
▲그건 근거가 없다. 이지아 씨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담당 변호사 외에 그가 누군지도 몰랐다. <나꼼수> 요지가 바른이 맡은 BBK 관련 사건에서 패소하자 갖고 있던 다른 카드, 이지아 사건을 흘렸다는 건데 그 BBK 사건을 우리가 하지 않았다. 전제가 틀린 것이다. 우리가 흘릴 이유도 없다.
―권영세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현재 바른 소속이고 홍준표 나경원 의원이 바른 출신이다. 이처럼 여권 유력 정치인과의 관계도 편향적이라는 시선에 영향을 미쳤다.
▲나는 개인적으로 처음부터 정치권 인사들 영입을 반대했다. 그동안 정치활동 안한다고 확답을 하면 동의해준다고 해서 못 오신 분들이 꽤 있다. 회사에 계신 분이 정치활동을 한다면 나가서 하라는 주의다. 창업자로서 강 전 대표하고 뜻이 잘 맞았지만 그 부분만큼은 견해가 달랐다. 법인 의사결정이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나는 마이너, 그쪽은 다수가 지금껏 흘러왔다. 이제 내가 정책을 수립할 수 있으니 내 뜻대로 밀고 나가려 한다. 운영위원들한테 설명하고 동의도 받았다.
―권영세 의원의 경우는 어떤가.
▲권 의원은 어쩔 수 없다. 로펌에 있다가 국회로 간 분인데 대표 바뀌었다고 나가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현 정권 들어 폭발적인 성장을 한 것도 친 정권의 수혜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어느 순간 확 큰 게 아니다. 창립 이후 매년 성장해왔다. 우리가 무슨 사건이나 경제적으로 정권의 큰 덕을 본 게 없다. 그런 움직임도 없었지만 청와대가 바른을 키워주려면 정부 입김이 가능한 공기업이나 금융권 사건이 최소한 들어왔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게 없다. 공기업 중에 우리한테 사건 준 곳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
―결국 현재의 이미지가 왜곡돼 있다는 얘기인데, 개선을 위해 어떤 구상이 있나.
▲오해받을 일을 좀 안하려 한다. ‘MB로펌’이라는 말을 희석시키기 위해 야권, 너무 저쪽에 가는 것도 비슷하게 어리석은 짓이다. 같은 리스크가 있다. 딱 중간에 서 있으려 한다.
―가정이지만 만약 정권이 바뀌고 현 정권 실세들이 수세에 몰렸을 때 법적으로 바른의 도움을 청할 경우 수임을 안 할 수는 없지 않나.
▲조금 조심스럽게 대응하려 한다. 그분들에게 죄송한 일이 될 수는 있지만 개인적인 일하고 진짜 정치적인 사건과는 구분돼야 할 것이다. 기준이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예를 들면 현 이슈인 민간인 사찰 같은 류의 사건들에는 가능하면 이름을 덜 올리고 싶다. 간단치는 않을 것이다. 인간적으로 궁지에 몰려있고 친분 있는 파트너가 도와줘야겠다면 못 돕게 하기는 쉽지 않다. 해당 파트너에게, 입장 곤란하겠지만 회사 전체를 위해 회피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유도해야겠지.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 노무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소속돼 있어 정권이 바뀌면 불편한 관계가 될 텐데, 특별한 영입 배경이 있나.
▲글쎄, 그분이 변호사를 하는 게 그렇게…. 모셔올 때는 워낙 훌륭한 분이니까, 회사 안에 인연도 많고. 변호사 이인규의 모습만 봤다. 다른 부분은 없다.
―앞으로 바른을 어떻게 끌고 나갈 생각인가.
▲일단은 정예화다. 변호사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키려 한다. 시장에서 스타급으로 이름 거명하면 바른 사람이 분야별로 하나씩은 올라가도록 할 것이다. 그 다음 서비스 질을 높이는 일이다. 고위직 전관 변호사들이 주류를 이뤄 서비스 정신이 별로 없다. 그분들에게 철저한 서비스 마인드를 갖게 하겠다. 업무분야로는 변호사 35명이 규모에 비해 잘하고 있는 자문 쪽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현대그룹 부회장 하종선 변호사를 영입했고 내 방도 옆으로 옮겨 자주 접촉하고 있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