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원 부사장(오른쪽)과 최태원 회장. | ||
경기도 일산 한국국제전시장(킨텍스) 옆에 들어서는 킨텍스몰은 코엑스 쇼핑몰 크기만한 4만평 규모. 이 거대 쇼핑몰의 공동시행사가 바로 최 부사장의 개인회사이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창업 1세대인 최종건-최종현 회장 형제가 그룹을 일구고 키운뒤 2세들인 최신원-창원-태원-재원 등 사촌들의 공동경영 형태로 그룹이 운영돼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1대 회장인 최종건 회장 2세그룹(신원-창원)의 분가설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2대 회장 최종현 회장의 2세그룹인 최태원 SK 회장 형제에 비해 명시적인 지분이 워낙 낮아 ‘분가설’은 늘 ‘설’로만 그쳐왔다.
분가를 위해서는 계열사 지분을 사들일 만한 실탄(돈이나 주식 지분)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최신원-최창원 형제쪽에서 그만한 현금동원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신원-창원 형제 쪽에서 분가를 향한 것으로 보이는 움직임이 점차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최창원 부사장이 그의 관할로 인정받고 있는 SK케미칼의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워커힐호텔의 지분을 처분하는 등 사촌간의 재산정리 움직임이 좀 더 구체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바로 지분 마련에 필요한 돈이다. SK케미칼의 최 부사장 지분이 늘어났다고 해도 10%선이다. 독립을 위해선 아직 많이 부족한 것. 때문에 SK 오너일가가 배당을 받아 주식을 모으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현가능성은 극히 낮다. 또 배당으로 지분을 사서 분가를 한 예도 재계에선 전무하다. 배당이라는 게 많아야 주식 액면가의 10%선일 뿐더러 그나마 지분 자체도 낮기 때문이다.
갈증이 나는 쪽에서 샘을 파는 법. 분가 준비에 바쁜 최 부사장쪽에선 실탄 마련을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일요신문>은 최창원 부사장 명의의 회사가 최근 집중적으로 사업을 키우고 있는 점을 확인했다.
지난 1월 중순 고양시는 (주)킨텍스몰에 일산 킨텍스 바로 옆의 킨텍스지원시설 부지 7천2백평을 6백40억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킨텍스몰은 이 부지에 2008년까지 연면적 4만평 규모의 지하3층, 지상 7층의 복합상업시설을 지어 운영할 계획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킨텍스몰의 운영주체. 애초 이 프로젝트는 2004년 5월 삼성테스코 컨소시엄이 따낸 것이었다. 즉 (주)킨텍스몰은 삼성테스코 컨소시엄 참여사들이 만든 특수목적 회사인 셈이다. 이 회사의 지분을 보면 삼성테스코의 모회사인 테스코가 16.7%, (주)아페론이 33%, 시행사인 코리얼씨앤디가 5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코리얼씨앤디는 기획 부동산 분양 개발쪽에 경험이 많은 김희준씨가 새로 설립한 회사고 공동시행사인 아페론이 바로 최창원 부사장이 7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아페론은 최 부사장이 주도해 지난 2004년 4월 세운 회사로 애초 자본금 규모는 3억원이었다가 2004년 10월 10억원으로 늘렸다.
이 회사는 주로 부동산 개발이나 인테리어사업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의 공시서류를 보면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매출이 주로 SK건설과의 거래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말 연산동 SK뷰에 10억원 상당의 빌트인 가전제품 설치계약을 맺었고, 12월엔 광안동 SK뷰에 7억8천만원의 빌트인 가전제품 계약을, 올 1월엔 기흥 SK뷰와 반포 SK뷰에 34억원 상당의 수입주방가구 설치 계약을 맺었다. 아페론의 2004년 매출액은 68억5천만원. 대부분의 거래가 SK건설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여기에 지난 1월21일 (주)킨텍스몰의 지분 33.3%를 10억원에 취득한 것.
킨텍스몰은 토지매입비 6백40억원에 건축비 1천7백억원 등 2천3백억여원이 투자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연매출액 1백억원대의 회사가 몇 단계 과정을 뛰어넘어 점프하는 순간인 것이다. 물론 성공할 때의 얘기지만 그 성공이라는 게 거의 떼논 당상이다. 이 킨텍스몰 프로젝트의 책임 준공을 맡은 업체가 SK건설이기 때문이다. 즉 (주)킨텍스몰이 복합쇼핑몰 공사를 진행하면서 부족한 공사비를 대출받을 때 대출보증을 SK건설이 해준다는 얘기다. 물론 SK건설은 그 대가로 건설 공사를 독점할 수 있다.
킨텍스몰이 SK건설의 신용으로 성공적인 공사를 진행하면 ‘덤’으로 최창원 부사장이 지분 70%, SK네트웍스에 근무했던 안재현 아페론 사장이 지분 30%를 갖고 있어 사실상 최 부사장의 개인 회사나 다름없는 아페론도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일각에선 아페론이 SK건설의 주방가구나 빌트인 가전을 납품하는 관계를 두산그룹 형제의 난 때 불거져 나온 이생그룹 박용욱 회장의 예에 비교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박 회장의 회사인 넵스는 두산건설 등과 독점적인 계약을 맺고 안정적인 성장을 했었다.
게다가 SK건설은 SK사태가 나기 전까지만 해도 최창원 부사장이 관할하는 회사로 꼽혔었다. 최 부사장은 지난 2003년 4월 SK건설 이사직에서 사임했다. 당시 최 부사장은 SK네트웍스-SK건설-SK케미칼 등의 경영에 관여하다 최근에는 SK케미칼의 등기이사직만 보유하고 있고 SK투자관리실 부사장도 겸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페론의 경우 SK그룹 계열사의 공식적인 지분 참여는 없다. 일각에선 킨텍스몰이나 주방가구납품 등 아페론의 수익모델이 SK건설의 지원사격하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특혜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분가를 위해 실탄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보이는 최창원 부사장이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돌파해낼지 주목받고 있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