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종로1가에 위치한 교보생명 빌딩 전경.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최근 교보생명은 ING생명 아·태법인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또 일본 온라인 보험사인 SBI손해보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실사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금까지 거의 볼 수 없었던 저돌적인 모습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며 덩치를 키우기보다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 확 바뀐 것이다. 더욱이 이 같은 변화가 신창재 회장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것이 더욱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신창재 회장. |
이런 상황에서 신창재 회장도 마냥 내실에만 치중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가만히 있다가는 시장점유율 하락과 업계 빅3 자리를 내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 그런가 하면 신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변화한 이유를 ‘자신감’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제 비로소 경영이 뭔지 알게 된 신 회장이 경영에 대해 자신감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지금까지는 보험회사 경영에 대해 파악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그것을 펼쳐나가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의학박사이자 서울대병원 의사와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신 회장이 교보생명에 발을 들인 건 1993년. 이어 교보생명 이사회 부회장(1996년)을 거쳐 2000년 교보생명 회장에 올랐다.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의사에서 경영자로 변신한 신 회장의 이력은 재계에서 화젯거리 중 하나다. 학문만 갈고 닦은 신 회장이 갑자기 대기업 경영자로 변화하기는 쉽지 않은 일. 따라서 대기업 경영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다. 교보생명의 ‘내실 다지기’는 신 회장의 경영 수업 기간이나 마찬가지였다는 얘기다. 수업 기간을 끝낸 신 회장이 마침내 자신감을 얻어 공격적인 경영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신 회장이 변화의 모습을 보이자 교보생명의 상장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ING생명이나 SBI손해보험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교보생명 관계자는 “수년간 이익을 거두어왔기 때문에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데 문제는 없다”고 자신했다.
대우인터내셔널과 캠코가 각각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 24%, 9.33%를 매각 추진하고 있는 것도 상장설과 연결이 되고 있다. 이들이 지분을 정리하는 데 수월하려면 상장이 부각돼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 측이 여러 차례 “에버랜드 상장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이 지난 3월 말 한국장학재단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매각의 흥행 참패로 돌아간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한 것처럼 투자가치가 크지 않은 지분을 대량으로 인수하려는 후보자가 나타날지 의문이다.
보험업계나 증권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아직 상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는 전 문가도 적지 않다. 경영권 방어에 대한 부담, 상장한 후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의 모습, 보험 가입자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에 대한 부담 등이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NG생명을 인수하게 되더라도 자금을 마련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설사 상장 작업을 한다 해도 대우인터내셔널과 캠코의 지분 정리가 끝난 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창재 회장 보유지분(33.7%)보다 많은 대우인터내셔널과 캠코의 지분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경영권 방어가 안정적인지, 그렇지 않은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상장설이 유력해진다면 주요주주들의 지분 매각이 흥행을 이뤄 한쪽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이들의 지분이 흩어져야 훨씬 유리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상장계획은 여전히 없다”고 못박았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