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었을 때의 스티브 잡스. |
지난해 10월 5일 스티브 잡스가 타계하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남긴 추도의 글이다.
100년 후까지 갈 필요도 없다. 벌써 국내 서점에는 아동용부터 공식 전기까지 잡스 관련서가 수두룩하다. 최근엔 <스티브 잡스 첫 청소년 전기>(블루멘탈 저, 서울문화사)가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스페인 등에 이어 한국어로도 출간돼 눈길을 끈다.
<스티브 잡스 첫 청소년 전기>는 특히 새로운 사진들과 함께 혁신가였던 잡스를 천재로서의 면모만이 아니라 실수투성이의, 아주 인간적인 면까지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사실 잡스는 인생과 사업 모두에서 깊은 좌절과 실패를 맛보았다. 그 스토리를 살짝 엿보자.
좌절의 시작은 입양으로 인해 버림받은 존재라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예닐곱 살 무렵 “그럼 네 친부모님은 널 원하지 않았다는 거니?”라는 옆집 소녀의 질문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잡스를 양부모는 “우리가 너를 특별히 선택했단다”며 치유하려 했지만 그 트라우마는 평생 그를 괴롭혔다. 이 때문인지 그는 연애와 가족 형성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으로 자신과 가족, 연인들을 괴롭혔다. 스물세 살에 첫딸 리사가 사생아로 태어나자 매정하게 모른 체했던 잡스는 로렌 파웰의 임신 사실을 알고도 결혼을 미루다 파웰과 마침내 결혼해 4남매를 키우며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그는 사업적으로도 일생일대의 실패를 겪었다. 이미 너무 잘 알려졌듯이 잡스는 서른 살에 자신이 만든 애플에서 쫓겨난다. ‘애플3’, ‘리사’, ‘매킨토시’ 등 자신의 주도한 야심작의 연이은 매출 부진과 자신이 영입한 CEO(최고경영자) 스컬리와 맞선 때문이었다. 이후 자신의 전 재산과 거액의 투자금을 쏟아 부은 넥스트의 실패와 픽사의 부진이 이어졌다. <토이 스토리>가 그를 구원하는 마흔 살까지 그는 ‘지옥의 10년’을 보낸 셈이다.
잡스의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건강관리인 듯싶다. 애플에 복귀해 열정적으로 일하던 1990년대 말부터 신장결석으로 고통 받은 그는 2003년 췌장암 진단을 받고도 “내 몸에 칼 대는 게 싫다”며 치료를 미루다 9개월이 지나서야 수술을 받았다. 이후 한결 부드러운 태도를 보이며 애플과 가족에 몰두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생은 결코 길지 않았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