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와 KTF의 합병설에 다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진은 남중수 KT 사장. | ||
KTF 주식 취득목적으로는 “기업가치 제고, 유무선 융합 등 통신시장 환경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응”을 들었다. 일각에서는 유무선 융합을 이유로 KT와 KTF의 합병을 점치기도 한다. 이에 대해 KT측은 “공시에 나와 있는 것 이외에는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아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지난해 12월 15일 일본 최대 통신업체인 NTT도코모는 KTF의 주식 10%를 매입했다. KTF가 신주를 발행해 매각했기 때문에 가만히 있던 KT의 지분은 48.7%에서 44.6%로 낮아졌다. KTF는 올해 3세대 네트워크 망으로 불리는 WCDMA 상용화를 추진하기 위해 이미 일본에서 상용화에 돌입한 NTT와 제휴를 꾀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KT가 KTF 지분을 50% 이상 계속 유지하려는 것은 추후 있을지 모를 합병의 걸림돌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언제 할지는 몰라도 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KT의 지분 유지와 관련한 즉각적 행동을 들어 KT와 KTF의 합병 시기가 생각보다 멀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KT의 실적부진을 만회할 방법으로 합병 카드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KT는 매출 11조8천7백73억원으로 전년대비 0.2% 성장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1조6천6백78억원, 당기순이익은 9천9백73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21.6%, 20% 감소했다. 여기에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파워콤의 등장 등 초고속 인터넷 시장의 치열한 경쟁으로 KT의 시장점유율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편 KT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IPTV(인터넷TV방송)는 방송법과 통신법상의 충돌 문제로 아직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문제가 올해 빨리 해결되지 않을 경우 KT는 매출액과 순이익에서 또다시 부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 KT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은 IPTV(인터넷TV방송) 시연 모습. 방송법과 통신법 문제로 시행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 ||
그러나 현재도 KTF는 KT의 계열사이기 때문에 합병이 아니더라도 사업제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합병으로 얻는 시너지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KT와 KTF가 합병할 경우 인력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순이익을 늘릴 수 있다. 이미 KT는 민영화 이후 수차례 인원감축을 하며 순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한편 KT와 KTF의 합병은 통신업계 지각변동을 불러오는 것이기도 해 정보통신부와의 사전조율이 꼭 필요한 사안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최대 무선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의 경우 유무선 통합 환경을 위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를 의식한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서둘러 방어막을 치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위해 KT와 KTF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역시 최근 새로 바뀐 박병무 사장이 저간의 이런 사정을 의식해서인지 “당장 매각 의사가 없다”며 ‘품위 유지’와 ‘몸값 유지’를 위한 립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유무선통합이 시나리오대로 될 경우 통신시장은 KT와 SK텔레콤 2강 구도로 재편돼 3강 체제를 바라는 정보통신부의 정책과는 어긋나게 된다. 정보통신부와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KT로서는 시장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합병이 거론되는 것이 아닌 이상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KT의 지분을 정부가 다시 매입하겠다는 얘기를 한 배경에는 KT가 기간통신사업자임에도 공공성에 대해 소홀해 왔다는 것이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민영화 이후 KT는 현재 외국자본이 4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국내지분 중에서도 KT의 자사주 26.6%는 의결권이 제한되어 있어 실제로는 해외자본이 66%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KT의 민영화 이후 순이익 중 1조원이 넘는 금액이 해외 주주들에게 배당되는 등 KT의 경영이 공공성보다는 주주 이익에 더 치우쳐 왔다는 것이 KT 경영진과 정부의 갈등 배경으로 비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민영화된 공기업을 다시 정부의 소유로 돌린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인 데다, 주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와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KTF 인수를 추진해 정부와 마찰을 빚더라도 KT가 정면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셈이다.
결국 주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KT 경영진으로서는 올해 IPTV가 상용화되지 않을 경우 경영성적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KTF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SK텔레콤의 유선진출, LG그룹의 통신사업에 대한 결단 등 통신시장은 일대 지각변동을 맞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현 추세라면 KT가 3년 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유무선통합 시나리오설에 무게를 두고 있기도 하다.
한편 KT의 실적부진에도 남중수 사장의 리더십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KT 관계자는 전했다. 초고속 인터넷의 실적부진 등 현 상황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결국 올해 남 사장이 어떤 승부수로 자신의 입지를 지켜 나갈지도 주목해볼 부분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