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텔레콤의 ‘알라딘 서비스’ 기능이 탑재된 휴대폰. LG측은 특허소송 이후 더이상 알라딘 서비스 가입자를 받지 못하고 단말기 생산도 중단됐다. | ||
지난달 3일과 5일 중소기업인 서오텔레콤과 LG텔레콤은 분쟁중인 소송에 대해 대법원에 각각 상고했다. 지난해 12월 특허법원이 서오텔레콤의 특허를 LG텔레콤이 일부 침해했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분쟁을 벌이고 있는 특허는 LG텔레콤이 2004년 4월 개시한 긴급상황 대처 서비스 ‘알라딘’의 원천특허다. 알라딘은 긴급상황 발생시 전화기의 폴더를 열지 않은 채 외부에 달린 버튼을 누름으로써 사용자가 지정한 3인에게 통화가 연결되고, 수신자가 전화기 마이크를 통해 현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현장 소리는 통신사 서버에 녹음이 되어 추후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서오텔레콤 측에 따르면 자신들이 개발한 이 기능에 대해 2001년 9월 특허출원을 한 뒤 LG텔레콤 연구소 관계자를 만나 사업제휴를 제안했다고 한다. 서오의 김성수 대표는 “당시 휴대폰 기술은 양방향 통화만 겨우 가능할 정도의 수준이라 이 기술은 획기적인 것이어서 LG텔레콤에서도 관심을 가졌다. LG에서 요구한 대로 기술 설명서 등 필요한 것을 모두 건네주었다. 그때 LG 쪽에서는 ‘현 기술 수준으로 이를 접목시키기는 힘들다’라는 답변을 들려주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LG텔레콤은 2004년 4월 상품을 출시하고 TV CF를 통해 ‘알라딘’을 광고하면서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이를 본 서오텔레콤은 LG텔레콤에 항의했으나 LG에선 “당신들의 특허가 아닌 LG텔레콤 독자적인 개발 모델”이라며 서오텔레콤의 주장을 일축했다.
결국 서오텔레콤은 LG텔레콤에 대해 특허침해로 형사고발하고 이익침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그러자 LG텔레콤은 서오텔레콤의 특허에 대해 특허무효심판청구를 특허심판원에 내면서 양측의 공방이 시작됐다.
2005년 1월 29일 특허심판원은 서오텔레콤의 특허내용 14개 조항 중 8개 조항은 특허로 인정할 수 없다는 심결(법원의 판결에 해당)을 내렸다. 다만 6개의 특허 조항은 유효함을 인정했다. 서오텔레콤과 LG텔레콤은 이러한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이에 대한 2심 판결이 특허법원에서 지난해 12월 16일 내려졌다. 1심 판결의 내용과 같은 판결이었다.
서오텔레콤은 “대기업의 특허 가로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사업제휴를 할 것처럼 하다가 기술 내용을 넘겨받으면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협상을 파기한 뒤, 이와 유사한 특허를 출원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누가 특허개발을 하겠으며 어느 중소기업이 살아 남겠는가”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LG텔레콤은 “서오텔레콤 얘기는 오래된 이야기라 더 이상 거론할 가치가 없다. 서오텔레콤의 기술은 이미 특허로 보기 힘들다는 판결이 내려졌고 나머지 특허조항도 별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오의 주장은 오히려 자신들이 약자임을 내세워 여론몰이를 하는 것뿐이다”며 반박하고 있다.
특허소송이 시작되면서 알라딘 서비스는 더 이상 가입자를 받지 못한 채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단말기 생산도 중단됐다. LG텔레콤은 결과적으로 시장에서의 실패와 특허소송이라는 이중의 부담을 떠안게 된 셈이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서오텔레콤과 제휴해 이를 살인사건이 빈발하고 있는 중국에서 서비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서오텔레콤에 투자한 금액은 5억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특허분쟁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10월 12일 특허심판원은 삼성전기가 중소기업 슈버를 상대로 낸 권리범위 확인 심판 청구와 관련해 슈버가 보유하고 있는 폴더형 휴대폰 자동개폐 장치(오토폴더) 특허를 삼성전기가 침해했다는 심결을 내렸다.
슈버는 1999년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열고 닫히는 오토폴더 개발에 성공해 2001년부터 삼성전자에 납품했다. 그러나 2001년 말 삼성전자는 거래중단을 통보한 뒤 삼성전기로 납품처를 변경했다. 이에 항의하던 슈버는 결국 2004년 2월 삼성전기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삼성전기도 특허권리범위 확인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그러나 승소의 기쁨도 잠시뿐 현재 승소에 대한 실익은 기대하기 힘든 상태다. 휴대폰 업계의 제품 사이클이 워낙 짧다 보니 오토폴더는 이미 사장된 기술이 되어 버린 데다 그 사이 슈버 또한 부도를 맞고 해체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슈버의 신관수 대표는 “지금까지 대량생산되는 품목이 아니다 보니 승소해도 실익은 없는 상태다. 무리해서 소송을 진행했었는데….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으면 한다. 슈버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지금은 삼성 협력업체에서 계속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그간의 사정을 들려주었다. 대기업에 구조적으로 치일 수밖에 없는 협력업체의 처지를 짐작하게 하는 말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