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곡성은 군민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 지역이다. 2021년 곡성을 통틀어 태어난 아이는 44명에 불과하다. 자연스레 초등학생도, 초등학생이 다닐 학교도 점점 사라지는 상황이다.
지자체와 교육청, 학교가 힘을 모아 폐교 위기에 처한 초등학교를 어떻게든 살려보기 위해 유학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폐교 위기에 처한 시골 학교를 한 학기 이상 다니는 조건으로 서울 유학생을 모집한 것이다.
서울에서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원격 수업만 받던 유학생들이 곡성에서는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을 만끽하게 됐다. 학령인구가 늘어나며 곡성의 기존 재학생들 역시 다니던 초등학교를 잃을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6년째 오산초등학교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은혁이는 요즘 못마땅한 것투성이다. 서울 유학생들 때문에 새로운 수업을 받게 된 것도 모자라 겨우 1년밖에 안 된 애들이 전교 회장, 부회장 자리를 모두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엣가시는 전교 회장을 맡은 지산이다. 서울 양재동 출신 유학생 지산이도 만만치 않다. 처음 유학왔을 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남 모르게 속앓이를 했던 지산이지만 이제는 오히려 친구들과 동생들까지 챙기며 오산초등학교의 1인자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중이다.
혼자만의 생활이 편하다는 은혁이와 친구들이 함께 어울렸으면 한다는 지산이. 살아온 환경부터 성격까지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의 대격돌이 펼쳐졌다.
곡성 유학생 지산이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있다. 유학프로그램에서 요구하는 최소 거주 기간이 6개월이기에 매 학기마다 서울로 돌아갈지 잔류할지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학 학원, 영어 학원 등 각종 학원을 다니던 서울에서의 생활에서 벗어나 행복하지만 곡성에 오고 난 후 학업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곧 있으면 중학교에 진학해야 하는 나이. 곡성에서도 서울만큼 열심히 공부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부모님의 압박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진다.
학기마다 돌아오는 선택의 시간은 은혁이에게도 큰 의미다. 갑자기 찾아와 학교를 시끌벅적하게 만들어 놓고 언제 다시 돌아갈지 모르는 유학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반복되는 만남과 이별에서 은혁이는 언제까지 배웅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 건지 고민이다. 곡성의 한 시골 초등학교에서 서로 다른 아이들이 만나 뒤엉키는 왁자지껄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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