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자판 이동호 사장. 대우자판은 대주주 아주그룹이 빠져나간 후 경영권이 취약해졌지만 부산의 한대가 ‘백기사’로 나서 한시름을 덜게됐다. | ||
이런 대우자판이 아주그룹이 떠난 이후의 공백을 메우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17일 부산의 택시회사로 알려진 한대와 그 계열사인 한서개발이 대우자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6백억원을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지역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부산의 한 택시회사가 대우자판의 백기사가 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자판의 이동호 사장과 대우자판 건설무분 대표이사인 박용호 부사장이 대우그룹 기조실과 대우건설 출신이라 김우중 전 회장과의 관계설이 항상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대우자판은 부인하지만, 대우자판의 경영진이 옛 대우의 승계자로 인식되곤 한다. 때문에 부산의 이름 모를 택시회사가 혹시 김우중 회장과 관련된 곳이 아닐까 하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다.
대우자판에 따르면 한대와 대우자판의 인연은 대우자판 이동호 사장의 직접적인 인맥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기고-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인 이 사장은 1984년 대우그룹 기업조정실에 입사한 뒤 김우중 전 회장의 수행비서로 신임을 얻었다. 입사 10년 만에 1994년 대우자판 부산·경남지역 책임임원으로 발탁될 만큼 고속승진했다. 한대의 창업주인 신한구 회장(64)과의 인연은 이때 이뤄졌다고 한다. 이 사장은 자동차 판매 영업 책임자로 택시회사 오너들과 접촉이 많았는데 특히 신 회장과 친분이 두터웠다고 한다. 당시 택시업계에서는 대우자동차의 레간자가 히트를 치고 있던 상황이었다.
대우자판에 따르면 신 회장이 고령이라 경영권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또 신 회장이 이동호 사장을 믿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대주주로 나설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방의 중소규모 업체에서 6백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데는 대우자판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 가치가 크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에도 손해볼 일은 없다는 판단이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대우자판이 밝히고 있는 부동산은 전국에 분포된 본점직영업소, 출고하치장, 정비사업소의 토지와 건물 등으로 7천6백억원에 이른다. 특히 인천의 송도 부지 30만 평을 포함한 인천본점의 자산이 5천3백억원을 넘는다. 대우자판의 부동산은 과거 대우건설이 관리하던 대우그룹의 부동산이기도 해 한때 김우중 전 회장의 재산과의 관련성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대우자판의 본사가 인천에 있는 회사이기는 하지만 부산에서 러브콜을 받은 것은 다소 의외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대우자판쪽에선 최근 부산에서 건설업체로서 대우자판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어 부산 지역 회사와의 전략적 제휴가 ‘의외는 아니다’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해 부산에서 처음으로 분양가 20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가 나와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대우자판 건설부문이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짓고 있는 ‘이안 해운대 엑소디움’이 그것. 최고층인 44층 펜트하우스에 위치한 1백13평형 두 가구의 분양가가 각각 21억3천7백만원으로 부산에서는 최고가다. 서울 타워팰리스가 부의 상징이듯 부산에서 대우자판의 아파트 브랜드가 고급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는 얘기인 것이다.
한대와 한서개발은 부동산 개발업을 하는 회사인 데다 택시회사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건설부문과 자동차판매를 병행하는 대우자판과는 궁합이 맞는 셈이다.
▲ 대우자동차판매 건물 전경. | ||
한편 대우자판과 결별한 아주그룹의 최근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아주그룹은 아주산업과 아주기술투자를 통해 2001년, 2002년에 걸쳐 대우자판의 주식을 사들여 지분 16.78%를 소유한 1대 주주가 되었다.
레미콘 등 건축 자재사업으로 성장한 아주그룹은 대우자판 인수를 통해 자동차 토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업 전략을 세웠다. 아주그룹은 대우자판 인수 이후 중고차 판매회사인 (주)자마이카를 설립하고, 2003년엔 국내 렌터카업계 2위인 에이비스렌터카를 인수했다. 특히 지난해 6월 대우캐피탈을 인수해 자동차 관련사업 라인업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동호 사장과의 불화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아주그룹은 지난해 9월 대부분의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주그룹이 대우캐피탈 인수전에 뛰어든 상황에서 대우자판이 단독으로 우리캐피탈을 인수하는 등 아주그룹과 손발이 맞지 않았던 것. 이후 대우자판으로서는 M&A 시도가 아닌 ‘순수 투자자’를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대우자판의 매출액은 자동차 판매가 75%, 건설부문이 22%, 중고차 판매와 부동산 임대 등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판매의 부진이 계속되자 자동차 판매 조직을 슬림화하고 건설부문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대우건설 예비입찰에서 탈락해 자체적으로 건설부문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자판의 인적 구조가 옛 대우그룹의 적자로 비춰지는 분위기에서 대우자판이 대우건설 제3자 매각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대우’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