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사업과 달리 워낙 안정적인 사업 맡았단 지적…유통망 확장과 신사업 모색 등 보여줘야
코오롱모빌리티는 코오롱그룹의 자회사 코오롱글로벌에서 자동차 부문만 인적 분할해 신설된 기업이다. 자동차 부문은 건설 부문과 함께 코오롱글로벌 매출을 견인해왔다. BMW·MINI·롤스로이스 등 수입차를 유통·판매하며 각 취급 브랜드별 A/S 및 중고차 사업을 영위한다. 코오롱아우토(아우디), 코오롱오토모티브(볼보), 코오롱제이모빌리티(지프) 등 수입차 유통 판매 법인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뱅앤올룹슨과 보스 등 프리미엄 오디오도 판매하고 있다. 2017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이후 2021년 매출 2조 원을 넘어섰다.
코오롱모빌리티는 지난해 7월 이사회 의결을 거쳐 1월 1일 인적 분할 후 1월 31일 재상장했다. 그룹 내 핵심 사업부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적 분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렸다. 코오롱모빌리티는 재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한 이후 2월 2일을 제외한 모든 주식 거래일에 주가가 상승했다. 3750원에 시작한 주가는 지난 8일 6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오롱모빌리티는 성공적으로 재상장을 마쳤지만 이규호 대표가 갖는 부담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규호 대표는 고 이원만 코오롱 창업주의 증손자이자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코오롱그룹은 장자 계승 원칙을 따르고 있다. 이웅열 명예회장 슬하에 두 딸이 있지만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이규호 대표가 코오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명예회장이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앞서 이규호 대표가 몸담았던 분야에서는 썩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규호 대표는 2018~2020년 리베토코리아 대표를 맡았다. 리베토는 2018년 1월 3일 코오롱하우스비전의 커먼타운사업부문을 인적 분할해 설립됐다. 이 기간 매출은 2018년 11억 원, 2019년 34억 원, 2020년 46억 원으로 올랐다. 영업이익 면에서도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으나 흑자 전환에 실패한 뒤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규호 대표는 비슷한 시기에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를 맡은 바 있다. 코오롱FnC 매출은 줄곧 1조 원대 초반을 기록해왔다. 그러나 이규호 대표가 코오롱FnC를 전담하던 2019년 매출이 9729억 원으로 줄어 ‘1조 클럽’에서 제외됐다. 2020년 매출은 8636억 원으로 떨어졌다. 코오롱인더 전체 영업이익의 20% 이상을 차지하던 패션 부문은 2019년 그 비중이 10% 이하로 급감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도 코오롱FnC에서 신규 브랜드 7개를 론칭했지만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이규호 대표에 좋지 않은 꼬리표가 남았다.
이후 이규호 대표는 2020년 11월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코오롱모빌리티를 맡아왔다. 코오롱모빌리티에서 이규호 대표의 표면적인 성과는 준수해 보인다. 그는 2020년 1조 4346억 원 수준이었던 자동차 부문 매출을 2021년 2조 원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도 3분기 누적 1조 6654억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2년 연속 매출 2조 원 돌파가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코오롱모빌리티 사업 자체가 안정적이기에 온전히 이규호 대표의 경영 능력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국내 수입 승용차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19.69%까지 올랐다. 지난 1월 등록 대수 기준 BMW(6089대), 아우디(2454대), 볼보(1007대), 미니(279대)가 모두 순위권에 오를 만큼 코오롱모빌리티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차종을 유통하고 있다.
이규호 대표는 실적 외에 위기 대처 능력이나 사업구조 확장 등 세부적인 사안에서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모빌리티는 지난 1월 4일 출범식 당시 5대 핵심 모빌리티 사업으로 △브랜드 네트워크 강화 △인증 중고차 확대 △온오프라인 역량을 겸비한 사업자로 진화 △사업 카테고리의 확장 △신사업 진출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코오롱모빌리티는 오는 2025년까지 매출 3조 6000억 원, 영업이익 1000억 원을 목표로 삼았다. 당장은 수입차 유통 판매 사업구조를 개편·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출범 이후 첫 행보로 스웨덴 순수 전기 바이크 브랜드인 케이크(CAKE) 이륜차를 국내에 독점 유통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전기차(EV) 등 신규 브랜드를 확보하고,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중고차 사업 등 모빌리티 관련 밸류체인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코오롱모빌리티 관계자는 “기존의 딜러십과 인증 중고차 사업의 볼륨을 넓히면서 온라인 쪽에서 유통 관련 플랫폼을 활용한 외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사업 카테고리 확대나 신사업 진출은 이제 막 출범해 내부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단계이며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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