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기성 쟁취 ‘최연소 타이틀 홀더’ 화제…“후반 강한 한국 기사들 따라잡을 것” 포부
주인공은 13세 11개월의 나이로 일본 여자기성 타이틀을 획득한 나카무라 스미레(仲邑 菫) 3단이다. 스미레는 지난 6일 도쿄 일본기원에서 막을 내린 제26기 일본 여자기성전 도전3번기 3국에서 타이틀 보유자 우에노 아사미 4단을 꺾고 종합전적 2-1로 타이틀을 쟁취했다. 앞서 열린 1국에선 우에노 아사미가 승리를 거뒀지만, 2국에선 나카무라 스미레가 반격에 성공했다.
현재 일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는 스미레는 2009년생이다. 아버지는 일본 프로기사 나카무라 신야 9단이고 어머니는 일본기원에서 바둑강사로 활동했던 나카무라 미유키다.
부모의 결단으로 2017년 봄 한국의 한종진 바둑도장으로 유학을 왔다. 적수를 찾기 힘든 일본보다는 비슷한 실력의 또래 친구들이 많은 한국이 유리할 것이라는 게 부모의 판단이었다.
유학 초반 스미레는 바둑 두다 역전을 당하거나 불리해지면 분한 마음에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아직도 유튜브 등에 자료가 남아있지만 당시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소녀가 울면서 바둑돌을 나르는 모습이 바둑팬들에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미레는 2018년 10세 때 일본기원에서 처음 채택한 ‘영재 특별채용’ 1호로 정식 프로기사가 됐다. 입단 당시에는 ‘너무 어린 것 아닌가’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입단 이후 최연소 100승 달성에 성공하며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기록 행진은 쉼이 없었고 드디어 최연소 타이틀 홀더의 꿈까지 이룬 것이다. 종전 일본의 최연소 타이틀 획득 기록은 후지사와 리나 5단이 2014년 제1기 아이즈중앙병원배에서 우승하며 기록한 15세 9개월이다. 바둑계 전체로 따져보면 이창호 9단이 14세 1개월, 박정환 9단은 14세 10개월, 중국 양딩신 9단은 13세 6개월에 첫 타이틀을 따낸 기록이 있다.
우승을 차지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스미레는 “타이틀 획득은 아주 큰 일이어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웃었다. 이어 소감을 묻는 말에는 “날마다 노력한 것이 열매를 맺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우승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번 여류명인전 도전기에서는 타이틀만 생각하고 엉망으로 뒀는데 이번은 의외로 냉정했다. 하지만 계속 이어지는 전투에서 자신감을 잃은 순간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향후 목표에 대해 스미레는 “세계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세계의 기사들, 특히 한국 기사들의 후반은 무척 강하다. 저와는 차이가 많이 나기에 따라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신의 힘을 믿고 즐기면서 모든 기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의젓하게 답했다.
일본 현지에서는 스미레의 모친 나카무라 미유키 씨의 소감이 큰 화제를 모았다. 스미레의 오늘이 있기까지 뒤에서 보살핀 그는 “스미레는 아직 성장하는 시기이고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매번 마지막 중요한 장면에서 져서 딸이 무척 괴로워했다. 하지만 나는 딸이 이때 더 힘을 내기를 바랐고, 솔직히 말하면 몇 번 더 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고 나면 부족한 점을 알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바둑을 이기면 현실에 안주할 수도 있다. 물론 패하고 난 후 낙담하면 좋지 않지만 내 딸은 아직까지 낙담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 바둑계도 스미레의 활약을 반기는 분위기다. 일본기원 고바야시 사토루 이사장은 “(스미레의 활약으로) 우리가 새로 도입한 영재 추천 입단제도가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나카무라 스미레 3단은 일본 여자바둑의 정상급 기사들인 후지사와 리나, 우에노 아사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들 여자 기사들이 매년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 이 기세로 남자 기사들과 대등하게 겨뤄 타이틀을 다툴 수 있다면 최고일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이 밖에 일본 7대 타이틀 그랜드슬램을 두 번이나 기록한 현 일본 일인자 이야마 유타 9단도 “정말 대단한 쾌거다. 발전 속도가 아주 빨라서 이번에 타이틀을 획득한 것도 아주 놀랄 일은 아니다. 영재 입단 후 약간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이번 타이틀 획득으로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입증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성장의 여지가 충분하다. 앞으로 7대 메이저 대회에서 함께 경쟁하리라 믿는다. 스미레의 존재는 나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3세 나카무라 스미레가 세계무대 경쟁력 약화로 침체된 일본 바둑계에 과연 어떤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유경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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