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국가대표 코치 이어 바둑리그 한국물가정보 지휘봉 잡아…“최정과 김은지 2~3년 후면 재미있는 승부”
이후 방송해설자로도 이름을 떨치더니 최근 수년 동안은 바둑 국가대표팀 코치로 선수들 지도에 전념했다. 그리고 2022-2023시즌 바둑리그 한국물가정보 감독에 선임되면서 다시 승부의 현장으로 돌아왔다. 박정상 감독을 만나 그의 승부 이야기와 바둑계 현황을 들어봤다.
―승부사에서 국가대표팀 코치로의 변신은 의외였다.
“2016년 12월부터 22년 12월까지 6년 1개월 동안 여자 바둑대표팀 코치를 담당했다. 2016년 무렵에는 바둑리그 선수로도 뛰고 있었지만 승부사로서 힘에 부친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마침 목진석 9단이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코치로 함께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아 수락하게 됐다.”
―코치직을 마친 소회가 궁금하다.
“처음 코치 맡았을 때가 한국바둑의 암흑기로 불리던 시절이었다. 2013년부터 20년까지 중국바둑의 전성기였고 한국의 암흑기였다 할 수 있는데 그런 시기에 국가대표팀을 맡게 돼 사명감을 갖고 임했던 것 같다. 그런데 2021년부터 그 관계가 역전되기 시작했고, 마침 이 시기에 떠나게 되자 동료 코치들과 선수들이 ‘박수칠 때 떠난다’고 말해줬다. 보람된 시간들이었다.”
―최근 여자바둑이 화제다. 여자대표팀 코치를 담당했던 입장에서 최근 최정 9단의 상승세를 어떻게 보는가.
“최정 9단은 같은 나이의 어떤 기사들보다 큰 승부 경험이 많다. 여자대회지만 세계대회 결승 경험은 변상일 9단보다 훨씬 풍부하다. 그렇기에 삼성화재배에서 양딩신, 변상일 등을 꺾은 것은 이변이 아니라고 본다. 또 바둑판 안에서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성장을 같이하면서 그것을 바둑판 안에서 잘 녹인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노력이 아닐까 한다. 최정 9단이나 신진서 9단이 우승을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엄청난 노력을 한다.”
―2022년 김은지 5단의 활약이 대단했다.
“사활공부를 많이 했고 또 많이 하고 있다. 사활에 시간을 들이면 당연히 전투력도 따라온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 강해지려는 욕심도 있다. 독기가 느껴질 정도의 노력이다. 단점이라면 전투적인 발상에 치중하다보면 전체적인 균형이 안 맞을 수 있어, 포석이나 유연한 사고 등은 떨어질 수 있다.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차츰 보완이 될 것으로 본다.”
―최정과 김은지, 앞으로의 승부를 예상한다면.
“과거 자료를 우연히 찾아보다가 2020년 어느 인터뷰에서 제가 ‘3년 정도 지나면 둘이 승부가 되지 않을까’라고 예상한 내용을 봤다. 그런데 똑같은 시기에 최정 9단은 다른 인터뷰에서 3년 후쯤이 자신의 전성기가 될 것이라 했다고 한다(웃음). 역시 최정 9단이 대단한 기사이고 제 생각보다 훨씬 잘 버텨주고 있다고 본다. 그래도 2~3년 후면 재미있는 승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중국에서 양딩신 9단이 리쉬안하오의 부정행위를 언급해 화제가 됐다. 하필 신진서 9단이 상대여서 국내에서도 논란이 됐는데 영향은 없나.
“우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확실한 물증이나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흥밋거리로 판을 키운다는 느낌을 받았다. 확실한 정황 없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발언은 조심해야 한다. 신진서 9단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중요한 대국에서 지는 바람에 기분은 안 좋겠지만, 양딩신이나 리쉬안하오 둘 다 중국을 대표하는 기사들이기 때문에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바둑리그 감독이 됐다. 소감은.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경험해보지 못한 분야라서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한국물가정보가 20년 가까이 기전 후원을 하고 있는 고마운 기업이라 성적을 내면 보람되겠다싶어 수락하게 됐다. 목표는 최소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다. 짜릿한 승부의 느낌을 현장에서 경험해보고 싶다.”
―올해 바둑리그가 많은 부분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어떻게 보는가.
“초읽기의 피셔방식 도입, 외국 기사들의 참가, 역대 최다인 12개 팀 참가로 인한 양대리그제, 2-2 무승부가 될 경우 에이스 결정전 등 볼거리가 많아진 것 같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대회를 준비한 분들의 고뇌가 느껴졌다.”
―본인 팀 외에 경쟁 상대를 꼽는다면.
“우선 지난해 우승팀 수려한합천은 박정환 9단 등 우승 전력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어 올해도 우승후보 중 하나일 것 같고, 바둑리그 전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신진서 9단의 Kixx도 빼놓으면 안 될 것 같다. 바둑메카의정부 팀도 일단 포스트시즌에만 진출한다면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 또 당초 예상에는 없었지만 울산 고려아연도 짜임새가 좋은 팀으로 본다.”
유경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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