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 김은지 누르고 프로 통산 24회 우승…최정 “11세 나이 차 부담, 관록에서 앞서”
“결승에 올라 기분이 좋기는 한데 준비를 잘해야 될 것 같다. 1승으로는 의미가 없을 것 같고 그냥 우승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김은지 5단)
결승전 임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은근 가시 돋친 설전을 펼쳤던 신구(新舊)의 대결은 이번에도 최정 9단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20일 서울 성동구 바둑TV에서 막을 내린 제6기 해성 여자기성전 결승3번기에서 최정이 김은지에 2-0 완승을 거두고 통산 4회 우승에 성공했다.
#8전 전승, 국면 운영능력에서 차이
우승 상금 5000만 원, 여자 기전으로는 최대 규모인 제6기 해성 여자기성전에서 최정은 2~4기 3연패에 이어 네 번째 우승을 거뒀다. 자신보다 11년이나 어린 김은지 5단과 벌인 올해 결승 3번기에선 19일 치러진 1국은 181수 만에 불계승, 20일의 2국은 254수 만에 불계승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결승전은 최정을 왜 ‘여제’라 부르는지 확인시켜 준 무대였다. 최근 여자기사 상대 23승 1패를 기록하며 최정 못지않은 페이스를 보여 온 김은지였지만 일인자 최정을 상대하기엔 아직 힘이 모자랐다.
대마를 잡으며 완승으로 이끌었던 1국과는 달리 2국은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의 연속이었다. 중반 김은지에게 끝낼 찬스도 주어졌지만 찾아내지 못했다. 김은지는 후반 잇단 무리한 행마로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국면 운영 능력에서 차이를 보였다.
이로써 둘 간의 상대전적은 최정 기준 8전 전승이 됐다. 2020년 8월 22일 첫 대결 이후 단 한 번도 패배를 허락지 않았다. 최정의 프로 통산 우승 횟수는 24회로 늘어났다.
올해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준우승 이후 더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최정은 11월 18일 막을 내린 여자국수전에서 김혜민 9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 이번에 여자기성전까지 2개의 의미 있는 타이틀을 추가했다. 여자국수전은 최고 전통을 자랑하는 기전이고 여자기성전은 최대 우승상금이 걸린 기전이다.
대국을 마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최정은 “변화가 엄청나게 많은 어려운 바둑이었다. 좌변 흑 대마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집을 많이 벌어들여 우세해졌고 그 이후 쉽게 정리할 수 있었는데 방심한 탓에 다시 변화를 허용해서 끝까지 어려웠다”며 “작년엔 준우승(결승에서 오유진 9단에게 패)에 그쳐 무척 아쉬웠는데 올해 다시 우승하게 되어 무척 기쁘다. 삼성화재배에서 거둔 좋은 성적이 다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김은지 5단과 벌인 결승전에 대해서는 “나이 차이가 많은 후배라서 부담이 됐던 것은 맞다. 하지만 이미 실력이 검증된 강한 상대이기 때문에 한편으론 그렇게 부담을 느끼진 않았다. (승리 요인은) 아무래도 나이가 있어서 관록에서 앞섰던 것 같다”며 웃었다.
#김은지, 아쉽지만 희망을 봤다
한편 김은지 5단이 패하긴 했어도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바둑TV에서 이 바둑을 해설한 송태곤 9단은 특히 결승2국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송 9단은 “김은지 5단이 이번에도 최정 9단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결승2국만큼은 앞선 일곱 번의 대국과 분명히 차이가 있었다. 7연패를 당할 때는 단 한 번의 찬스도 없이 거의 일방적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오늘 대국은 엎치락뒤치락 기회가 많았다. 김 5단이 나름 자신감을 갖는 계기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두 기사 간의 다음 대국이 기대된다”고 평했다.
보완책도 제시됐다. 한 바둑 관계자는 “김은지 5단의 성장 페이스가 빠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여자 기사들 중 정상급 실력을 갖춘 것도 분명하지만, 큰 대국에 약한 면모를 보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은지 5단이 생각보다 프로 입문이 늦었는데 입단 결정국에서 번번이 자신보다 아래라고 평가받았던 상대들에게 패하며 입단이 2~3년 늦어졌다. 또 최근엔 국제기전 출전도 제법 잦았는데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대부분 1회전 탈락이었을 정도로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면서 “지금보다 한 차원 더 성장하기 위해선 큰 승부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빨리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54명이 참가한 예선, 시드 4명이 합류한 24강 본선토너먼트, 결승3번기의 단계로 진행한 제6기 해성 여자기성전의 상금은 우승 5000만 원, 준우승 2000만 원이다.
유경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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