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장기투숙시설 ‘바비엥’으로 부동산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킨 박경자 맥스리얼티 회장은 건축자재업에도 진출해 성공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바비엥은 이미 298실, 296실 규모의 바비엥1, 2가 영업 중이고, 오는 9월 비슷한 규모의 바비엥3가 문을 열 계획이며 바비엥4가 준비 중이다. 바비엥1~4까지는 경찰청 건너편 이화외고 앞에 도열해 그 일대를 바비엥 타운으로 만들고 있다.
이 같은 국내 최대의 외국인 상대 장기투숙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은 (주)맥스리얼티의 박경자 회장(52)이다. 그는 바비엥 시행사인 (주)맥스리얼티, 운영사인 (주)바비엥에스알, 식음료 사업체인 (주)구다F&B, 건축자재 백화점인 (주)바비엥데꼬레의 오너이기도 하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와 체신부의 말단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결혼해 애 둘을 낳고 전업주부를 거치면서 신앙생활에 열심이었던 평범한 주부 박경자씨가 본격적인 사회 생활에 뛰어든 지 10년 만에 수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4개 회사의 오너가 될 수 있었을까.
그는 “신앙생활에서 배운 지혜가 사업의 지혜가 됐다”고 말한다. ‘상대가 만족하면 나도 더불어 만족할 수 있다’는 게 진리라는 것. 그런 아이디어가 바로 그가 개발해 히트한 부동산 수익상품 개발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의 사업 밑천이 된 바비엥은 모든 객실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분양한 뒤 맥스리얼티가 재임대받아 외국인들을 상대로 숙박사업을 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과 삼성, SK, 대림 등 대기업의 외국계 직원들에게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국내 현지적응, 외국계 기업의 직원교육까지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바비엥은 1, 2에 이어 3까지 개관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이룸으로써 공실률을 대폭 낮춰 기업단위의 장기거래선 위주로 영업하고 있다.
바비엥그룹의 시작이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박경자 회장은 동대문이나 종로통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상가분양팀의 말단 사원으로 시작했다. 그게 96년 11월, 지금부터 불과 10년 전 얘기다.
나이 마흔둘에 분양대행사 사무실을 찾은 박경자씨. 아이 둘 딸린 가정주부였음에도 다른 사람보다 주(住)테크에 대한 마인드는 앞서 있었다.
둘째 아이를 낳고 퇴사한(80년) 주부 박경자는 전세를 얻어 리뉴얼을 한 뒤 월세로 되놓아 수입을 올렸다. 한때는 12군데의 전세를 얻어 월세방으로 놓는 주테크를 통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다 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94년 무렵 개인사업에 투자했다가 2억 원가량 사기를 당한 것. 이후 1년여 간 방황하던 박 회장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96년 11월 분양 대행회사에 말단 사원으로 취직하면서 첫 번째 터닝 포인트를 맞이했다.
여기서 그는 거평 프레야, 밀리오레 등의 분양 사업에 참여했는데 실적급으로 6억 5000만 원까지 벌어봤다고 한다. 같은 분양사 직원들도 ‘저이는 뭘 그리 잘해서 분양을 잘하나’하고 구경을 올 정도였다고. 이를 바탕으로 그는 98년 7월 금산하우징이라는 분양대행업체를 직접 차려 쇼핑몰 5건을 성공적으로 분양했다.
두 번째 터닝 포인트는 시행사로의 전환이다. 2000년 5월 바비엥1의 분양대행사로 선정돼 25억 원의 공탁금을 걸었던 박 회장은 바비엥의 시행자가 사업고전으로 물러나자 그해 7월 시행권을 인수해 시행자로 나선다. 당시 바비엥은 오피스텔로 기획됐지만 박 회장이 인수하면서 외국인 레지던스로 건물 용도를 바꾸고 수익부동산 개념으로 일반인에게 분양했다. 2001년 3월 분양을 시작하자 바비엥은 히트를 쳤다. 박 회장이 직접 식음료 회사와 관리 회사를 차려 바비엥을 완공 뒤에도 관리한다고 하자 신뢰도가 더 높아졌던 것. 2002년 바비엥2, 2003년 바비엥3까지 성공이 이어졌다.
그는 지난해 12월 다른 분야 진출로 세 번째 터닝 포인트를 맞이했다. 다른 시행자가 애완동물 쇼핑몰로 개발 중이던 논현동의 쇼핑몰을 인수한 것.
지상 8층, 지하 2층의 이 건물을 인수한 그는 논현동 건축자재상에 인접한 점을 활용해 건설회사나 인테리어 사무실 등을 대상으로 한 고급건축자재백화점으로 뜯어 고친 뒤 바비엥 데코레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는 기존 분양대행, 운영관리, 시행사에서 인테리어 설계 공사, 건축 설계, 자재납품까지 범위를 넓혔다. 시공만 빼고 거의 전 건설 부문으로 넓어진 것.
그는 네 번째 터닝 포인트로 서해안에 리조트와 특정 연령대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아파트 건설을 구상 중이다. 그럴 경우 그의 사업 범위는 또 한 번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그는 구체적인 계획은 기존 대형건설사들이 ‘커닝’할 것 같아서 대외비라고 밝혔다.
데코레는 지난 12월 문을 연 뒤 이미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매장임에도 일반인들도 많이 찾아올 정도다. 올해 데코레의 매출 목표는 1000억 원 이상. 이미 바비엥의 분양으로 3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경험이 있지만 매해 같은 사업장에서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은 그에게도 또 다른 도전이자 경험인 것이다.
돈이 없어서 고등학교 앨범도 찾지 못했던 5남매의 맏딸 박경자. 아들 둘을 낳고 사회생활을 접었던 체신부 말단 공무원 박경자. 그가 사회생활을 재개한 지 10년 만에 그 주위에서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큰일’을 해냈다. 갈수록 속도가 붙는 그의 사업이 앞으로 10년 후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