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으로 제한됐다가 시행령 바꿔 다시 직접 수사…‘팔레트 마약’ 사건 검거 후 강력 대응 태세
보도자료 초반부에서 부산지검은 먼저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에 대해 설명했다. 2021년 7월 반부패부와 통폐합되어 반부패・강력부로 운영되던 강력범죄수사부가 2022년 12월 29일 직제개편으로 분리 신설됐으며, 2023년 2월 21일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이 신설돼 마약범죄를 집중 수사 중이라는 설명이다.
보도자료를 통해 피고인과 공소사실 요지, 주요 수사 성과 등을 밝힌 부산지검은 ‘수사의 의의’ 항목에서 가장 먼저 ‘검찰 마약수사 역량 복원 및 마약범죄 강력 대응’을 언급했다.
부산지검은 ‘2021년 1월 검경 수사권조정에 따른 검찰의 마약수사 제한 축소로 2021년 7월 부산을 포함한 전국 6대 지검 강력부가 통폐합됐지만 2022년 9월 이후 검찰의 마약수사 역량 복원 및 강화에 심혈을 기울여 2022년 12월 29일 직제개편으로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가 부활하고 마약범죄 특별수사팀 신설을 위한 수사관 추가배치가 이뤄져 이번 마약 밀수 사건의 피의자를 신속히 체포하고 구속했다’고 이번 수사의 의의를 밝혔다.
실제로 2021년 1월 이후 검찰의 마약 수사는 제한과 중단으로 이어졌다. 2021년 1월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조정으로 검찰은 ‘500만 원 이상 마약 밀수 사건’으로 직접 수사 영역이 제한됐고, 국회를 통과한 검수완박 법안이 2022년 9월 10일부터 시행되면 검찰이 더 이상 마약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과는 2022년 4월 22일 “마약수사청 신설 등 대안 없이 검찰의 마약수사 기능이 폐지되면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마약 단속에 대한 전문 수사 능력과 국제 공조 시스템이 사장될 것이며, 이는 결국 국가의 마약 통제 역량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서기도 했다.
결국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2년 8월 검수완박법을 무력화하는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와 관련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고, 이에 따라 9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검찰의 마약 수사가 다시 가능해졌다. ‘500만 원 이상 마약 밀수 사건’이라는 제한도 사라지면서 국내 유통 범죄까지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해졌다.
검찰의 마약 수사 조직도 서울중앙・수원・인천・부산・대구・광주 등 6개 지검 강력부(마약수사 전담부서 6개)에서 2021년 7월 인천・대구 등 2개 지검만 유지하는 것으로 축소됐었다. 그리고 2023년 2월 21일 서울중앙・인천・부산・광주 등 4개 지검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이 출범하게 된다.
대검찰청은 2월 21일 서울중앙·인천·부산·광주지검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검찰 69명, 관세청 6명, 식약처 3명, 서울시·인천시·부산시·광주시 각 1명, KISA(한국인터넷진흥원) 2명 등 총 84명 4개 팀이다.
브리핑에서 김보성 대검 마약조직범죄과장은 “광역단위의 합동수사 가운데 확인된 국내 지역별 유통, 단순 투약·소지사범 등은 범죄정보를 경찰에 인계하고, 경찰 수사 사건은 마약 전담검사가 각종 영장 및 송치사건을 전담 처리해 ‘밀수-유통-투약’에 대해 광역과 개별 지역을 아우르는 빈틈없는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철저한 수사뿐 아니라 중독자에 대한 치료·재활에도 힘써 대한민국이 다시 마약 청정국 지위를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부산지검이 ‘시가 약 1650억 상당의 필로폰 밀수조직 검거’ 소식을 발표한 것인데 이는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의 첫 사건이자 대검이 이날 발표한 서울중앙·인천·부산·광주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의 첫 사건이기도 하다. 부산지검이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 마약수사 역량 복원 및 마약범죄 강력 대응’을 이번 수사의 첫 번째 의의로 소개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의 성과로 보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2022년 12월 직제개편으로 강력범죄수사부가 분리 신설돼 마약범죄 특별수사팀 설치를 위해 마약 수사 인력이 충원되는 과정에서 수사가 이뤄졌다. 마약 밀수조직 총책 A 씨(63)를 검거한 뒤 공범 B 씨(56)와 C 씨(61)를 빠르게 검거해 구속하고 태국 마약수사청과 관련 범죄정보를 공유하는 등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의 신속한 움직임은 분명 큰 성과다. 또한 이들이 태국에서 들여온 필로폰 약 50kg이 국내로 유통되기 전에 선제적인 수사가 이뤄진 점도 의미가 크다. 다만 이번 수사는 마약 수사가 아닌 수출용 담배 밀수조직 총책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이런 까닭에 서울중앙·인천·부산·광주 등 전국 4개 지검에 설치된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은 보다 확실한 수사 성과를 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2년 9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검수완박법이 무력화되고 검찰의 직접 수사가 본격 재개되면서 다양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병무청과 함께 ‘병역면탈합동수사팀’을 운영하며 상당한 성과를 올린 병역면탈 사건이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박은혜)는 병역 브로커 구 아무개 씨와 김 아무개 씨 등을 수사해 병역면탈자와 공범들을 연이어 기소하고 있다. 2022년 12월 21일 구 씨를 기소했으며 2023 1월 26일에는 브로커 김 씨와 병역면탈자 15명, 공범 6명 등을 병역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또한 2월 9일에도 병역면탈자 42명과 공범 5명 등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 등이 병역면탈자로 기소되며 화제성도 컸다.
또한 구 씨가 뇌전증 외에도 사회복무요원의 ‘분할 복무’ 신청 제도 등을 이용해 병역 면탈을 시도한 정황을 바탕으로 1월 30일 서초구청 담당 부서와 서울지방병무청 등을 압수수색한 남부지검은 2월 22일 사회복무요원 출근기록 등을 조작해 병역면탈을 시도한 혐의로 래퍼 나플라(본명 최석배)를 구속했다.
법조계는 서울중앙·인천·부산·광주 등 전국 4개 지검에 설치된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에서도 2023년 상반기 내에 유명인이 연루되는 등 화제성이 큰 마약 수사 성과가 나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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