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챗봇과는 차별화된 상담력 기대…고객 맞춤형 항공좌석·숙박 추천 서비스도 가능
#여행업계 인력난 해결할까
특히 챗GPT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후 여행사‧항공사‧호텔 등 여행업계 전반의 걱정거리로 떠오른 인력난을 해결해줄 수 있는 솔루션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상담원 인력을 대체할 대안이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여행업계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을 떠났던 인력들이 아예 타 직종으로 전업했거나 가정으로 돌아가 다시 복귀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졌다. 게다가 코로나19를 겪으며 여행업이 불안정한 업종으로 인식되면서 새로운 인재 영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타 업종에 비해 여행업계의 낮은 임금 테이블도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사들이 챗GPT의 기술을 도입한다면 AI의 채팅 기술을 통해 조직운영을 간소화하면서도 고객 대응 시간을 줄이게 될 수 있다. 여기에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상품 판매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이미 소비자들은 여행사와의 온라인 상담을 통해 몇 년 전부터 챗봇을 경험한 바 있지만 챗GPT는 기존에 여행업계가 도입한 챗봇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여행업계에서 2017년부터 도입한 챗봇은 고객 응대율을 높이고 상담 업무를 간소화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긴 했지만 미리 설계된 시나리오 안에서 답을 얻는 버튼형 방식이라 아주 간단한 질문에만 응대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즉, 미리 다양한 질문과 답을 구성해 놓고 고객이 질문을 선택하면 구성되어 있던 답이 나오는 방식이다. 이는 Q&A(질문·답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인공지능형 챗봇과는 거리가 멀었다. 챗봇과 상담을 하다가도 다시 상담원 연결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상담에 챗봇을 활용하고 있는 한 여행사 관계자는 “몇 년 사이 챗봇의 이용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응답률도 높아졌지만 소비자 만족도는 낮은 편”이라며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을 탑재한 챗GPT가 여행 상담에 도입되면 서비스 이용률이 늘어날 것이고 이용이 늘수록 챗GPT는 학습을 통해 더 고도화되면서 소비자 만족도가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챗GPT 역시 시시각각 바뀌는 최신 정보들을 모두 반영하지 못하는 등의 한계를 보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여행사들이 축적해온 상담 데이터와 최신 정보를 바로바로 업데이트할 경우 챗GPT는 기존의 챗봇과는 상당히 차별화된 상담력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여행 업계의 인력난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근 업계의 관련기술 개발 및 도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좌석 예약에 걸리는 시간 절약"
여행사 상담 업무 외에도 여행 업계에서 챗GPT의 잠재력은 다양하다. 항공 좌석추천 서비스가 가능해 항공사의 좌석 판매를 효율적으로 도울 수 있다. 챗GPT가 단체나 가족여행객이 일행들과 떨어져 앉게 될 확률을 분석해줌으로써 사전 좌석 구매율을 높이는 식이다. 항공기 뒷좌석의 낮은 예약률도 챗GPT의 소비자 니즈에 맞춘 대화 유도로 예약률을 높일 수 있다.
일례로 AI를 통해 그룹좌석 추천 서비스(Group Seat AI)를 선보이고 있는 한 업체는 일행들과 떨어져 앉게 될 확률을 자동으로 분석해주면서 항공사 이익을 증대시키고 사용자 편의를 돕는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항공기의 전체 좌석 현황은 한 화면에 잘 나타나지 않는 데다 가족 등의 일행이 함께 모여 앉기 위해서는 각각 한 명씩 자리를 찾아 선택하고 구매해야 했다. 하지만 AI 좌석 추천 서비스는 고객에게 일행이 떨어져 앉을 확률을 알려주는 동시에 일행이 함께 앉을 수 있는 좌석을 찾아준다. 고객은 보통 출구에 가까운 앞좌석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지만 일행과의 비행에 더 가치를 두는 소비자들은 좌석 추천 서비스를 통해 뒷좌석에도 기꺼이 소비 의향을 보였다. 소비자의 선호도와 가치판단에 챗GPT와의 대화가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위 업체 관계자는 “출구와의 인접성, 타인의 방해성, 창가석, 복도석 등 약 360개 경우의 수에 따라 항공료가 다르게 적용된다”며 “고객은 좌석을 찾고 예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존보다 약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출발 시간이 임박해 판매 가능성이 낮아진 좌석은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남은 좌석을 구매할 수 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좌석 추천 서비스를 통해 기존에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았던 중간 자리나 뒷좌석 등의 비선호 좌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그룹좌석 추천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이런 편리성 때문에 실제로 사전에 그룹 좌석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96%가 AI가 추천한 좌석을 선택했고 이를 통해 중간 좌석과 뒷좌석의 구매율이 약 2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룹좌석 추천 서비스는 제주항공이 도입하고 있으며 국내 주요 여행사 10여 곳의 예약 후 결제 단계에서 활용되고 있다. 3월부터는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이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숙박시장에서도 큰 역할 기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큰 숙박시장에서도 챗GPT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여행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호텔업계에서도 보다 명확하게 미래 예측이 가능한 데이터와 솔루션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
2010년대 초 숙박시설 수익 관리 대행업체들은 경쟁사들의 요금을 모으고 비교해 가격을 결정해주는 솔루션으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일일이 경쟁사의 요금을 검색하고 정리했지만 현재는 AI 기술을 통해 단순히 경쟁사와 가격을 비교하는 것 외에도 시간에 따른 가격 변동, 수요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이벤트, 다양한 채널에서 진행하는 할인 프로모션 등을 한눈에 보여줘 스마트한 가격 결정을 돕는다.
온라인 여행 플랫폼의 예약 현황과 항공 검색 데이터 등 여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AI솔루션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확실성이 더 커진 소비자들의 예약 동향을 예상할 수 있게 됐다. 항공권 검색량을 통해 해당 지역의 수요를 예측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수요와 공급에 따른 디테일한 가격 결정을 돕는다. 이를 마케팅 전략 수립에 활용해 챗GPT를 통한 구매 유도를 할 수 있다. 이처럼 전문인력을 대체하고 상품판매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업계에서는 챗GPT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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