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껌 논란·수비 실수로 아픈 기억…“책임감 느끼며 준비 중”
이후 강백호에게 엄청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올림픽 경기에서 타율 0.308(26타수 7안타) 4타점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지만 국가대표로서 태도 논란을 피해갈 순 없었다. 2020 도쿄 올림픽은 강백호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천재 타자’ ‘차세대 거포’로 큰 주목을 받고 태극마크를 달았음에도 ‘껌 논란’은 선수 생활에 큰 시련을 안겨줬다.
강백호에게 이번 WBC대회는 자신의 가치와 자격을 입증할 수 있는 무대이자 도쿄 올림픽의 아픔을 씻어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올림픽과 달리 현역 메이저리거들이 각국의 대표팀 선수로 출전하는 터라 대회 수준도 한층 높다.
2월 2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 WBC 대표팀 훈련장에선 강백호와 취재진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한 기자가 도쿄 올림픽에서 ‘껌 논란’ 이야기를 물었다. 강백호는 담담한 표정으로 “(올림픽 때) 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것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이번 대회에선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준비하는 중”이라며 “남은 훈련 기간 준비를 더 잘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이번 WBC 대표팀에서 마무리 투수의 특명을 받은 고우석한테도 도쿄 올림픽은 유쾌한 기억이 아니다. 고우석은 일본과 경기에서 2-2 동점이던 8회말 등판해 1루를 커버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비 실수를 저지른 데다 제구 난조까지 겹쳐 볼넷으로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후 고우석은 야마다에게 결승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얻어맞아 패전 투수로 기록됐고 한국은 일본에 2-5로 패했다. 결승 진출이 좌절된 한국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6-10으로 무너지면서 빈손으로 귀국했다. 고우석 역시 한동안 비난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다.
2022시즌 절치부심했던 고우석은 지난 시즌 61경기에 등판해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을 기록했다. 이후 6년 만에 열리는 WBC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고, 이강철 감독은 일찌감치 고우석을 마무리 투수로 낙점하며 큰 신뢰를 나타냈다.
고우석은 대표팀 훈련장에서 진행된 취재진과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많은 경기를 하다 보면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이 있다. 트라우마 같은 건 아니지만 도쿄 올림픽에서는 내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실수를 했다고 생각한다. 긴장하는 것도 실력의 한 부분이다. 단지 긴장해서 그랬다는 것은 오만한 생각인 것 같다.”
지난 2년여의 시간 동안 고우석은 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자리매김했다. 공은 더 위력적이고, 위기 상황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고우석은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인생을 배웠고, 야구 선수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번 WBC에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자신이 이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1년 선후배인 강백호와 고우석이 만들어갈 WBC대회는 어떤 그림들로 채워질까. 땀 흘린 노력과 수고가 좋은 결과로 이어져 더 이상 도쿄올림픽의 아픔이 기억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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