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송유진 기자 eujin0117@ilyo.co.kr |
가장 먼저 저축은행 직격탄을 맞은 이는 저축은행 주식 투자자다. 최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대규모 불법대출 및 횡령사건이 불거지면서 저축은행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있는 게 문제다. 현재 상장된 저축은행 주식은 서울저축은행, 진흥저축은행, 한국저축은행, 솔로몬저축은행, 푸른저축은행, 신민저축은행, 6개다. 이 가운데 이번에 퇴출된 솔로몬저축과 한국저축 두 곳은 거래가 정지됐다.
▲ 영업정지된 솔로몬저축은행 본점.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한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부실회사만 퇴출되면 남은 회사들이 상대적 수혜를 볼 수도 있지만 저축은행들의 영업행태가 비슷했던 만큼 이번에 퇴출대상이 되지 않은 저축은행에서도 대주주 횡령 등 돌발적 악재가 터질 수 있어 저축은행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저축은행에 대한 신뢰가 이미 크게 손상됐다. 저축은행에 더 이상 돈을 맡기지 않으려는 심리가 강해질 수 있다”며 “저축은행 역시 예금이 들어와도 제대로 돈을 굴릴 곳이 없다 보니 은행보다 나은 이자를 주기 어려운 악순환의 구조”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저축은행을 인수한 증권사들도 이번 피폭 영향권 아래에 있다. 지난해 8월 대신증권은 1180억 원을 들여 중앙부산·부산2·도민저축은행의 우량 자산을 인수, 대신저축은행을 출범시켰다. 현대증권도 지난해 11월 현대저축은행(옛 대영상호저축은행) 인수에 960억 원을 들인 데 이어 지난 4월 하순 추가로 500억 원을 출자, 총 투자금은 1468억여 원에 이른다. 키움증권도 삼신저축은행 인수에 354억 원을 들였다.
그런데 증권사들의 최근 자체 수익이 부진하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11 회계연도 증권사 경영실적을 보면 업계 전체 당기순이익은 2조 2655억 원으로 전년의 2조 8037억 원보다 5382억 원(19.2%)이나 줄었다.
모기업 상황이 녹록지 않다보니 투입한 돈으로 저축은행이 수익을 내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저축은행이 수신을 늘려 운용자산을 키워야 하지만 저축은행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수신환경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2010년 12월 77조 원에 이르던 저축은행 예수금은 1차 저축은행 구조조정(2011년 2월)이 끝난 지난해 6월 말 62조 원 규모로 줄었다. 2차 구조조정(2011년 9월) 이후인 지난해 12월 말에는 52조 원으로 내려앉았다.
저축은행을 인수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신을 늘리려면 당장 몇 베이시스포인트(bp, 100bp=1%) 추가로 금리를 줘야 하는데 결국 제 살 깎아먹는 행위일 수 있다. 또 가뜩이나 최근 채권금리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채권으로 자금을 운용하기도 어렵다”며 “무엇보다 저축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거래고객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증권가의 또 다른 피해는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투자자들이 줄면서 증권거래가 위축되는 현상이다. 증권사 신용거래의 경우 증권사에서 직접 대출해 주지만 저축은행의 담보대출(스탁론)은 증권사와 제휴를 맺은 저축은행, 할부금융, 보험사 등 2금융권 대출을 통해 이뤄진다. 특히 증권사 신용으로 매수가 불가능한 종목도 스탁론을 통해서는 투자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특히 올 들어 주가가 급등한 각종 테마주에 스탁론을 통한 자금 유입이 많았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스탁론 전체 규모는 지난해 9월 기준 8980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 1조 원을 넘어섰다. 올 3월 말에는 1조 2280억 원까지 늘었다. 스탁론 관련 수입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서 수익이 어려워진 저축은행들에게는 단비 같은 존재였다.
이번에 영업정지를 당한 업계 1위 솔로몬저축은행, 5위 한국저축은행 등도 스탁론 상품을 취급해 왔다. 솔로몬저축은행의 ‘솔로몬스탁론’의 경우 대출금리 연 8.9%, 연체이자 연 23~25%, 대출기간 6개월, 만기일시상환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현행 스탁론 대출 비율을 최고 300%, 담보 유지 비율은 115%다. 1000원짜리 주식을 스탁론을 통해 매입했다면 주가가 종가기준으로 850원 밑으로 떨어지면 다음날 동시 호가 시작과 함께 반대매매가 나가게 된다.
물론 이번 사태가 바로 저축은행의 스탁론 회수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익명의 증권사 관계자는 “스탁론 자금의 성격을 떠나 코스닥 중소형주의 주요 매수 자금이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번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스탁론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저축은행들은 사모투자펀드 등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투자상품의 주요 고객이기도 했다. PF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저축은행들은 유가증권 투자에 나서게 되는데, 그 수혜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이 입어온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주식보다 채권거래를 더 많이 한다”면서 “저축은행의 경우 증권사에게 맡기는 돈의 규모는 다른 대형기관만 못하지만, 수수료율이 높은 주식의 투자비중이 높아 증권업계에서는 모시고 싶은 기관고객으로 평가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