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시 진평동에 들어서는 STX ‘칸’ 야경 투시도. |
거제도는 삼성중공업 조선소가 있는 서쪽 방면의 진평동 일대와 대우조선해양 조선소가 있는 동쪽의 아주동 일대로 나뉜다. 거제도의 동쪽 끝과 서쪽 끝을 국내 ‘빅2’ 조선소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양분하는 셈이다.
거제 STX 칸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이지만, 거제 진평동 사곡면 일대는 삼성중공업의 조선소가 포진해있어, 조합원 대부분이 삼성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협력사 직원으로 구성돼 마치 직장주택조합의 성격을 띤다. 거제 STX 칸 지역주택조합의 약 800명의 조합원 가운데 80~90%인 700여 명이 삼성중공업 혹은 협력업체 직원이다.
사실 STX건설이 거제지역주택조합의 시공사로 선정되기까지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거제 STX 지역주택조합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중공업 거제 사택에 거주하던 직원을 중심으로 주택조합이 결성됐고, 이 지역 주택시장을 눈여겨본 지역 시행사가 가세하면서 사곡 공장 인근 토지를 매입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초기 조합 멤버와 시행사가 힘을 합쳐 삼성중공업과 협력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아파트 분양사업을 기획하고, 조합원 모집에 나서게 된다.
조합과 시행사는 소위 ‘1군 건설사’로 불리는 효성을 첫 번째 시공사로 선정했다. 조합은 사업 초기 삼성중공업의 ‘쉐르빌’도 고민했지만, 내부에서 직영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관계가 껄끄러워질 것을 우려해 후보에서 제외했다.
이동호 거제 STX 지역주택조합 조합장은 “조합원 대부분의 직장은 삼성중공업이지만, 조합에서 보자면 직원이기 이전에 좋은 아파트에 입주하고 싶은 개개인”이라면서 “시공사로 삼성중공업을 고민하기도 했었지만 건축비와 다양한 조건을 고려했을 때 다른 건설사가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효성은 해당 지역에서 탄탄한 지지를 받았고, 거제효성지역주택조합은 ‘백년가약’ 브랜드로 조합원을 500명 수준까지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글로벌금융위기 직후 조선 경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불거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거액의 계약금을 내야 하는 조합원 모집이 힘들어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공사로 선정된 효성의 2009년 오너가 3세의 비리 의혹, 자회사인 진흥기업 워크아웃 등 굵직한 사건으로 구설에 휘말리면서 사업 포기에 이르렀다.
시행사는 부동산 경기침체와 조합 내부적인 문제로 갈등 끝에 결별하게 되고, 2010년 조합은 시공사 재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택사업이 불황이라 괜찮은 시공사를 선정하기 쉽지 않았다. 2010년 6월 ‘범 삼성가’인 한솔그룹의 한솔건설과 한신공영을 컨소시엄으로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효성의 ‘백년가약’ 브랜드를 믿고 투자한 조합원들은 만족하지 못했다.
마침 마산·창원 지역에서 ‘칸’ 브랜드로 유명한 STX건설이 의향서를 제출했고, 조합은 한솔건설과 함께 시공하는 조건으로 한신공영 대신 STX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게 된다.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2010년 말 한솔건설이 워크아웃에 이어 2011년 9월 파산하면서 거제 한솔-STX 지역주택조합은 ‘한솔’을 빼고 STX 지역주택조합으로 일반 분양하게 됐다.
STX건설 관계자는 “경쟁사 텃밭에 경쟁사 직원이 대거 입주할 아파트를 짓는 것인 만큼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좋은 아파트를 짓는 것은 경쟁사 여부가 크게 중요치 않은 만큼 분양과 함께 입주가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명지 조선비즈 기자 mae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