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영욱의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이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
#성폭행 여부 입증이 키워드
이번 사건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성폭행이다. 두 차례의 성관계가 강제에 의한 성폭행, 즉 강간인지 여부가 처벌의 수위를 가름하는 결정적인 잣대가 될 터이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경찰서 강력2팀 형사는 “고영욱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선 연예인 할 생각 없냐며 연예기획사에 다리를 놔주겠다고 접근했고 만나자마자 오피스텔로 데려가 준비한 술을 마시게 한 뒤 바로 성관계를 가졌다”며 “이성적인 호감으로 만났다는 고영욱의 주장과 달리 피해자는 연예인 데뷔를 빌미로 만나자고 했다고 진술했으며 그렇게 만난 날 바로 성관계를 가진 것 역시 성폭행을 의도로 한 만남임을 입증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사전구속영장 청구 직전에 만난 형사는 “정황상 성폭행이 분명하고 증거도 확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보강 수사를 지시했고 경찰은 ‘처음부터 피해자를 간음할 목적으로 만났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를 수집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문제는 두 번째 성관계다. 이 부분에 대해선 경찰 역시 강제성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다. 우선 두 사람은 3월 30일 첫 번째 성관계 이후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다. 담당 형사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한 결과 피해자가 “우리가 무슨 사이일까”라고 묻자 고영욱이 “서로 호감이 있으니 좋은 관계로 지내자”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6일 뒤인 4월 5일 다시 만나 두 번째 성관계를 갖는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두 번째 성관계에 강제성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성년자와 간음한 부분은 문제가 된다. 강력 2팀은 “피해자와 연인 사이로 지낼 의사가 없음에도 연인으로 지내자고 하여 이를 믿은 피해자를 만나 같은 장소로 유인해 간음한 것은 범죄사실에 해당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영욱의 한 측근은 “상황이 너무 억울해 카카오톡 내용을 모두 공개할까 고민 중”이라며 “연인 관계로 지내자는 데 여자 분이 더 적극적인 내용이 많아 성폭행으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두 번째 성관계가 강제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부분은 고영욱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호감을 바탕으로 만나 첫 만남에서부터 급격히 가까워지는 바람에 성관계까지 가진 뒤 연인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배제할 순 없기 때문. 연예인 데뷔를 빌미로 만났다는 부분 역시 성추행을 위한 ‘유인책’인지, 호감 있는 여성한테 다가가기 위한 ‘작업 멘트’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또한 ‘연인 사이로 지낼 의사가 없음에도 연인으로 지내자고 하여 이를 믿게 한 것인지’ 여부 역시 정확한 증거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검찰이 법원에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대신 경찰에 보강 수사를 지시한 까닭 역시 여기에 있다.
#‘나이 몰랐다(?)’ 조작방송 의혹
이번 사건이 더 큰 파장을 불러 모은 까닭은 피해 여성이 열여덟 살, 다시 말해 미성년자이기 때문이다. 만약 피해 여성이 스무 살이 넘어 성인일 경우 ‘강간이냐 화간이냐’로 논란이 축소됐을 것이며 두 번째 성관계가 강간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양측이 “좋은 관계로 지내자”는 등의 연락을 지속한 점 등으로 볼 때 고영욱을 향한 동정론도 대두됐을 수 있다. 또한 피해여성의 고소가 없었더라면 경찰 인지와 내사만으론 사건 자체가 성립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피해 여성은 미성년자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형법 제297조 및 302조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강간 등)으로 고영욱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담당 형사는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만큼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법조계에선 피해자가 13세 미만 청소년이 아닌 18세인 만큼 대가성과 강제성이 없는 성관계는 처벌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금전이 오갔을 경우 대가성이 인정되는 데다 원조교제로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형사는 ‘금전이 오간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두 번째 성관계를 가진 뒤 고영욱이 3만 원을 택시비로 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대가성 금전으로 보긴 어렵다.
게다가 고영욱의 한 측근은 “고영욱은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고영욱이 피해 여성을 처음 본 방송용 녹화 VCR 자막에도 피해 여성의 나이가 스무 살로 적혀 있었다고 한다. 결국 고영욱은 열여덟이 아닌 스무 살로 알고 처음 연락을 취했다는 것.
이렇게 될 경우 문제의 시발이 해당 방송사의 ‘조작 방송’이 될 수도 있다.
해당 방송사는 자체 제작이 아닌 외주 제작 프로그램이라고 밝히며 관리 감독 부실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외주 제작사는 담당 PD가 그만두는 선에서 사태를 일단락지었다. 결국 피해여성의 출연 분량은 방송되지 않아 나이를 스무 살로 속이는 조작방송이 이뤄지진 않았다. 그렇지만 추후 재판 과정에서 고영욱이 해당 방송 VCR의 조작된 자막의 나이를 바탕으로 미성년자가 아닌 것으로 알았다는 주장을 펼치고 법원까지 이를 받아들일 경우 해당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는 ‘이번 사건이 조작 방송 시도에서 비롯됐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분위기에 떠밀린 경찰이 성급했다(?)
지난 9일 용산경찰서 강력2반은 보도자료를 통해 ‘미성년자 상대로 연예인을 시켜주겠다며 접근하는 유사 범죄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향후 수사계획을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은 고영욱이라는 연예인 개인보다는 ‘연예인 데뷔 빌미 성폭행’이라는 키워드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예인 시켜주겠다고 유인, 술을 먹인 후 성폭행’이라는 보도자료 중간 제목 역시 이런 방향성에 일치한다.
유명 연예기획사 오픈월드엔터테인먼트의 장 아무개 대표가 소속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경찰은 유사 범죄 단속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울 마포경찰서는 녹음실에서 연예지망생을 성추행한 연예기획사 대표를 불구속 입건했으며 서울 경찰청 광역수사대 역시 연예인 지망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하고 보증금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가로챈 연예기획사 대표를 성추행 구속했다.
이처럼 경찰은 관련 범죄가 만연해 있다고 판단해 유사 범죄 단속에 나섰고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연예매니지먼트산업 선진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경찰서의 이번 수사 역시 같은 선상에서 출발했다. 학교폭력사건 단속 및 예방활동을 위해 학교 부근과 청소년상담센터 등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피해 사실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것. 담당 형사는 “연예계에 데뷔시켜주겠다는 유명 연예인의 전화를 받고 그 자리로 나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미성년자를 상대로 연예인을 시켜주겠다며 접근해서 벌어진 범죄’임을 강조했다.
결국 혐의를 입증할 정황과 증거가 확실하다며 고영욱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도 아닌 검찰에서 보강수사 지시가 내려오고 말았다. 항간에서 요즘 경찰서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범죄 단속을 발표하는 분위기에서 용산경찰서가 유명 연예인이 연루된 관련 사건을 발표하기 위해 너무 성급히 영장을 신청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민웅기 인턴기자
▲ 고영욱이 피해여성과 두 차례 성관계를 가진 곳으로 알려진 용산구 소재의 한 오피스텔 전경.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밤에 가끔씩 들러…평소 사무실로 사용
고영욱이 피해여성과 두 차례의 성관계를 가진 곳은 용산구 소재의 한 오피스텔이다. 고영욱은 평소 이곳을 사무실로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고영욱은 모친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유독 강아지를 많이 키운다는 사실이 여러 차례 화제가 된 바 있다.
최근에도 거처는 어머니와 함께 사는 집으로 알려져 있으며 해당 오피스텔을 개인 사무실로 사용하며 종종 잠을 자기도 했다고 한다.
같은 오피스텔 주민은 “고영욱이 여기 산다는 얘길 듣긴 했는데 자주 본 것은 아니고 가끔 봤다”고 얘기한다.
해당 오피스텔 경비 직원 역시 “여기 상주하는 것은 아니고 종종 들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인근 편의점 직원 역시 “밤에 가끔 들렸는데 2주 전쯤에 본 게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혹시 인근 주민 가운데 피해여성과 함께 오피스텔을 찾았을 당시의 모습을 본 사람이 없을까 탐문 취재를 벌였지만 그런 사람은 만날 수 없었다.
한편 해당 오피스텔은 상당히 고가로 알려진 곳이나 고영욱은 면적이 가장 작은 46.3㎡(14평) 형을 소유가 아닌 임대로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섭]
피해 여성은 누구
네티즌수사대, 애먼 여성 신상털이
그럼에도 네티즌들 사이에선 문제의 프로그램 방영분을 바탕으로 피해 여성에 대한 신상털이에 나섰다. 벌써 고영욱과 함께 방송에 출연했던 한 일반인 여성이 이번 사건의 피해 여성으로 지목돼 사진까지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여성의 경우 나이대만 비슷할 뿐, 출연 프로그램과 방송 시점 등을 놓고 볼 때 피해여성과는 거리가 있다.
또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일반인 여성도 피해 여성이라며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당시 방송에서 고영욱이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한 것이 네티즌들의 추론 근거가 됐다. 그렇지만 해당 여성은 이번에 문제가 된 프로그램이 아닌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한 데다 고영욱과 함께 방송에 출연한 것도 지난해였다. 이처럼 고영욱과 함께 프로그램에 출연한 20대 전후 일반인 여성들의 이름이 연이어 거론되면서 네티즌들의 마녀사냥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의 프로그램 방송사와 제작진은 “방송분에서는 피해자의 녹화 분량이 빠졌다”는 입장을 보이며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있다. 그럼에도 네티즌들은 피해 여성이 출연한 부분이 방송을 탔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애당초 피해 여성의 방송 분량은 피해 여성 모친의 강력 요구로 방송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피해 여성의 VCR이 실릴 예정이었던 방송분의 경우 경찰 수사로 인해 범죄 사실을 인지한 피해 여성 모친이 방송국에 출연 분량 방송 제외를 요청했다고 보기엔 방영 일시가 너무 촉박하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고영욱 관련 수사가 아닌) 다른 이유로 인해 방송에 내보내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히며 “방송을 위해 준비된 사전 녹화 VCR이 모두 방송에 나가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담당 형사는 “고영욱의 사법 처벌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피해 여성의 신원 보호”임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18세의 무직 여성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피해 여성은 18세지만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아 무직이다. 현재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모델을 꿈꾸는 여성으로만 알려져 있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