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5조 원 이상의 대규모 회사의 경우 출자를 순자산의 25% 이내로 제한하는 출총제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시행령 개정 방침을 정하고 3월 말까지 의견수렴을 완료한 뒤 4월 중 국무회의를 통과시킬 계획을 세웠다.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내년쯤 출총제 폐지도 가능하다”는 언급을 해 출총제 완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시행령이 개정될 경우 현재 법정관리중인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정밀, 대우일렉트로닉스, 쌍용건설 인수에도 적용된다. 대우건설 예비입찰자인 금호그룹, 두산그룹, 한화그룹으로서는 호재인 것. 두산, 한화의 인수를 강력히 반대하던 대우건설 노조는 매각작업이 진행중인 대우건설은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금호, 두산, 삼환, 유진, 프라임, 한화의 6개 예비입찰자들과 손을 잡을 FI(Financial Investor: 재무적 투자자)들의 선택도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군인공제회, 교원공제회,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금융권 등이 어느 컨소시엄에 참여할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출총제가 개정될 경우 풍부한 자금력을 가진 금호, 두산, 한화는 이를 내심 호재로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침묵하고 있다. 출총제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에 대한 언급을 삼간 채 앞으로의 추이를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그룹의 관계자는 “대우건설 노조가 반대하고 있는 등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출총제 때문에 언급되지 않았으면 한다. 일부에서는 노조가 제기한 부적격 업체는 아웃되는 분위기로 보고 있는데, 외부로 나서지 않아서 그렇지 조용하게 인수 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노조는 “이미 매각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출총제 개정안을 적용하는 것은 예비입찰자 중 대기업들을 봐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들 수밖에 없다”며 지난 10일부터 다시 예비입찰자에 대한 실사 저지에 나섰다. 노조는 이미 지난달 21일부터 2주간 지분 전량 매각 반대와 두산, 한화의 입찰 배제 등을 내세워 실사를 저지한 바 있다.
한편 출총제 개정안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요소인 삼환, 유진, 프라임은 이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예비입찰 대상자 선정시 비밀유지 협약서를 체결하고 이의제기를 하지 못하도록 해 놓았기 때문에 속앓이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노조측도 “만약 출총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대우건설 매각은 다시 시작해야 한다. 예비입찰자 선정시에 참여를 검토한 기업이 25개나 되었지만 출총제 때문에 포기한 업체가 많아 실제로는 10개사만 참여한 것이다. 추후 공정성 시비가 제기될 수 있다”며 새로운 이슈로 제기하고 있다.
한편 프라임은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삼미건설로 인해 곤혹스런 입장이라는 후문이다. 3·1절 골프 때 이해찬 총리,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과 함께 골프를 친 박원양 삼미건설 회장 때문. 예비입찰에 참여한 한 업체 관련자는 “프라임 컨소시엄이 삼미건설을 통해 교원공제회를 FI로 끌어들이려던 계획이 이번 파문으로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고 전했다. 교원공제회는 프라임 외에도 내부적으로 금호, 두산, 유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밖에 군인공제회와 금융권의 합종연횡도 관심거리다. 국내 은행권 빅4 중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유진그룹에 재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한편 우리은행과 농협은 프라임에 참여하고 있어 국내 대형 금융권이 유진과 프라임으로 양분된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은행업계 1위인 국민은행은 한화그룹과, 산업은행은 금호그룹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외환은행은 삼환에 참여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국내 M&A시장의 큰손 군인공제회의 향방이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군인공제회가 M&A에 참여해 실패한 경우가 거의 없어 누구와 손잡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 외부에서는 군인공제회가 금호그룹 또는 유진그룹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군인공제회 김승광 이사장은 지난달 금호, 두산, 유진 세 곳을 검토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군인공제회의 투자규모는 5000억 원으로 3조∼4조 원이 넘어갈 대우건설 인수자금에 비해 절대적인 규모는 아니기 때문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게다가 노조측에서 “군인공제회의 회원 수익률 8%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12%의 수익률을 올려야 하는데, 이는 대우건설에 큰 부담이다. 군인공제회와 손을 잡는 업체는 무조건 저지할 것이다”라며 강경하게 나오고 있어 해당 업체로서는 조심스런 상황이다.
예비입찰자 선정 당시만 해도 가장 많은 액수인 3조 3000억 원을 써낸 유진그룹과 2조 원 이상을 써 낸 두산과 프라임이 강세를 나타냈지만, 입찰 날짜가 다가올수록 수면 아래서 조용히 작업을 진행하던 대기업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국내 대형 투자자들이 합종연횡을 실시하게 되면 대우건설 인수전은 또한번 뜨겁게 달궈질 전망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