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성그룹 삼형제의 갈등설이 불거지면서 그룹 내 후계구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석래 회장은 올해 77세 고령의 나이로 그룹을 이끌고 있다. |
▲ 조현준 사장, 조현문 부사장, 조현상 부사장. |
일찍부터 미국에서 공부한 조현준 사장은 명문 예일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영어, 일어, 이탈리아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남 조현문 부사장은 서울대를 졸업한 후 미국 하버드대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미국 변호사 출신이다. 또 미국 브라운대를 졸업한 막내 조현상 부사장은 삼형제 중 유일하게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2007년 세계경제포럼 차세대지도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같은 학력과 경력을 소유한 삼형제가 또 하나같이 경영에 뜻을 두고 있어 후계구도가 복잡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조 사장의 잇단 지분 취득은 효성의 후계구도 본격화에 무게를 싣게 했다.
효성의 후계가 관심사로 떠오른 데는 조석래 회장의 나이와 건강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1935년생으로 올해 만 77세인 조 회장은 지난 2010년 7월 건강상 이유로 전경련 회장을 사임했다. 실제로 조 회장은 담낭종양(양성)으로 수술과 입원치료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 77세라는 조 회장의 나이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70), 정몽구 현대차 회장(74), 구본무 LG 회장(67)보다 많다. 물론 나이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건강 문제가 걸려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실제로 조 회장의 건강 문제가 불거진 이후 효성의 후계에 대해 여러 말이 오가기도 했다. 효성그룹 측은 “조석래 회장의 체력이 왕성하셔서 매일 출근하시면서 경영활동을 일일이 챙긴다”며 “현재 상황에서 후계구도를 언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보수적인 가풍과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효성의 후계는 장남 조현준 사장이 이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조 회장은 “능력 있는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해오면서 장자 승계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삼형제에게 경쟁심을 불어넣고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듯하다”면서 “세 아들을 시험하려는 의도가 배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장남에게 물려주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조 회장도 장남인 조현준 사장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준 사장에게 번번이 문제가 발생해도 조 회장은 조 사장 편을 든다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차남 조현문 부사장이 장남 조현준 사장의 실책과 과오를 아버지인 조 회장에게 보고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해외부동산 취득 문제로 집행유예를 받고도 조 사장이 개인재산을 축적한다는 의혹,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진흥기업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자금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지난 2009년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해 그룹의 신용을 떨어뜨린 점,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를 필두로 한 IT사업 부진 등을 조 사장 책임으로 지적했다는 것이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그러나 “형제애가 깊고 지금도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꼭 형제간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다”며 “형제간 갈등설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조현문 부사장은 법인등기부상 지난 3월 21일 ‘더클래스효성’ 사내이사직을 사임, 4월 12일 등기했다. 더클래스효성은 한성자동차와 함께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MBK)의 최대 공식 딜러사다. 반면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은 각각 감사와 사내이사직을 유지했다. 2006년부터 6년간 맡아오던 사내이사직을 임기 1년을 남기고 돌연 사임한 것이다. 조현문 부사장은 또 노틸러스효성, 효성투자개발, 효성트랜스월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 5곳의 계열사의 등기임원직에서도 물러났다. 공교롭게도 조현준 사장의 효성 지분 확대 시기와 맞물린다.
반면 같은 시기인 지난 3월 29일 조현준 사장은 효성그룹의 45개 계열사 중 대표적인 금융계열사 효성캐피탈의 사내이사로 새롭게 취임해 조현문 부사장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그룹에서 (주)효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규모가 작은 계열사 몇 곳에서 사내이사직을 사임한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최근 효성가에 벌어지는 일들을 종합해볼 때 장남 조현준 사장에게 힘이 실리는 듯해 보인다. 그렇지만 조 사장이 후계 승계를 확정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효성 지분 10.32%를 보유하고 있는 조 회장이 “능력 있는 자식에게 물려주겠다”고 한 만큼 장자 원칙보다 경영능력을 우선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얘기다.
경영 능력 면에서라면 현재까지 삼형제가 크게 부각된 적은 없다. 오히려 장남 조현준 사장은 건설경기 침체로 진흥기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본인이 주도하고 있는 IT소그룹 형태인 ‘갤럭시아그룹’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