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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에서 발표한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2주가 지났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원찮다. 박재완 장관은 시장에 충격이 적은 ‘스몰볼’ 정책을 쓰겠다고 발표했다. | ||
번트 도루 등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야구를 뜻한다. 홈런타자 등 능력이 뛰어난 몇몇 선수로 승부하는 ‘빅볼(Big Ball)’에 대응되는 개념. 부동산 시장에 갑자기 스몰볼이 화두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월 10일 발표한 5·10 부동산 대책에 대해 “스윙 폭이 큰 장거리 타자를 타석에 내보내는 ‘빅볼’이 아니라, 번트를 잘한다든지 도루를 잘하는 ‘스몰볼’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한 이후부터다. 시장에 충격이 큰 대책보다는 작은 대책들이 조화를 이뤄 안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을 쓰겠다는 계산이다.지난 10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취득세 감면 등 시장에서 관심이 컸던 대책은 제외됐다. 말하자면 예상대로 강타자를 기용하지 않은 셈이다. 대신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지정됐던 투기지역 및 주택거래 신고지역을 해제하고, 수도권 택지지구 아파트에 대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완화해 투자목적으로 분양권을 쉽게 사고팔 수 있도록 했다. 또 보금자리론 지원을 확대하고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실수요자의 주택구입 여건을 개선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대책이 나온 지 2주가 지났지만 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규제완화를 해준 강남은 오히려 집값이 더 떨어졌다. 낙폭이 큰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조금씩 상승해 오다가 대책 발표가 난 직후인 11~17일 -0.14%, 18~24일 -0.39% 변동률을 보이면서 하락하기 시작했다. 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워낙 시장 침체가 심각해 정부 규제완화가 전혀 약발을 받을 상황이 아니다”라며 “가계부채 등 각종 거시경제 지표가 회복하기 전까지 주택시장에 본격적인 구매력 회복을 예상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니 벌써부터 정부의 추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몰볼이 먹히지 않으니 서둘러 ‘대타’를 기용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DTI 완화 같은 강타자를 내보내 상황을 역전시켜 보자는 계산이다.
이처럼 정부의 대책이 시장에 전혀 약발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일단 ‘작전’이 미리 노출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시장에선 올해 초부터 총선이 지나면 강남권 투기지역 해제 등 이번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대부분의 정책이 나올 것을 예상했다. 정부 규제완화 발표 직전 강남이나 송파구 집값이 미리 움직인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인 5월 첫째 주 강남 아파트값은 0.1%, 송파구는 0.06%, 서초구는 0.05% 일제히 뛰었다. 정부 대책으로 매수세가 따라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집주인들이 호가를 줄줄이 올린 것이다. 하지만 매수세는 따라오지 않았다. 이미 예상된 정부 대책이었기 때문에 집을 사려는 사람들도 큰 동요가 없었다. 정부가 처음부터 홈런을 칠 생각 없이 번트를 대겠다고 예고하고 타석에 들어섰으니 시장이 미리 대응을 한 셈이다.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팀플레이’도 안 되고 있다. 서울시는 5·10 대책이 나오기 전날인 9일 ‘저가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을 8만 가구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재개발 재건축 단지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내용이다. 개포주공4단지 장덕환 위원장은 “서울시가 표준건축비로 매입하는 임대주택이 늘어나면 마감재를 분양아파트와 맞추면서 조합원 부담이 늘어나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일반 아파트 분양가가 높아져 분양하기도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규제를 풀어 매매 활성화를 노리는데 서울시는 규제를 강화해 사업에 부담을 키운 셈이다.
‘선수기용 타이밍’이 많이 늦었다는 지적도 받는다. 사실 이번에 내놓은 강남권 투기지역 지정 해제나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도 한때는 홈런타자로 여겨졌다. 정부는 강남권에 대한 규제완화는 휘발성이 크다고 봤다. 주변지역으로 집값 상승을 촉발시키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에서 그동안 스무 번 가까이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강남권 규제완화 대책은 제외했을 정도다.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의 경우 분양권 전매제한이 완화되면 투기수요를 자극해 시장이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 시장은 상황이 달라졌다. 대부분이 집값이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더 떨어질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대책들이 효과를 발휘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김부성 부동산부테크연구소장은 “강남구에 대한 규제완화를 지난해에만 풀어줬어도 시장이 회복되는 데 계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금처럼 침체된 상황에선 웬만한 강타자가 나타나도 경기 흐름을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는 사실이다.예컨대 추가적으로 DTI 완화나 취득세 감면 같은 대책도 지금 상황에서 풀어줘 봤자 홈런을 칠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은행 대출을 더 받게 해준다고 비싼 이자를 물어가며 집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
국내외 거시경제 전망은 계속 좋지 않은 쪽으로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5월 22일 발간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전망치를 3.3%로 기존 전망보다 0.2%포인트 내렸다. 앞서 국내 전망기관인 금융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4%와 3.6%로 기존 전망(금융연구원 3.7%, KDI 3.8%)보다 낮췄으며 한국은행도 지난 4월 수정 전망을 통해 기존 3.7% 전망치를 3.5%로 낮췄다. 건설투자 등 대부분의 경제성장 목표가 예상보다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제위기 가능성 등 국내외 경제여건이 불안하면 국내 부동산 시장 회복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거시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주택 구매력이 살아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연이어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원하는 정책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제대로 된 안타 한 번 없었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정부가 추가로 무슨 대책을 내놓아야 시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지 아직 논란이 많다. 시장이 워낙 침체 돼 있어 백약이 무효라는 시각도 있다.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대세 흐름을 바꾸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정책 신뢰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일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 jumpcut@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