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자 받는 예금’ 출시 놓고 유동성 위기 탓 우려…토스뱅크 “유동성 충분”, 예대율 높이기는 숙제
#자산 대부분이 채권에 집중…SVB와 닮은꼴?
토스뱅크가 최근 우려를 산 까닭은 자본구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국내 다른 은행들과 달리 국채, 금융채 등 유가증권에 자본이 집중 투자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토스뱅크의 원화 유가증권 현황은 국채에 11조 2697억 원, 금융채에 6조 1573억 원이다. 60%가량의 자산이 채권에 투입된 셈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3월 10일(현지시간) 파산한 SVB의 파산 원인도 자본구조 탓으로 지적된다. SVB가 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도 안정적인 투자처 확보를 위해 국채 등에 지속적으로 자산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보유하는 채권의 가격은 떨어진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의 금리가 높지 않은 탓에 다른 고금리 상품으로 투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SVB 고객들이 경기침체로 인한 유동성 위기로 예치 중인 예금을 빼기 시작하면서 SVB는 보유 중인 채권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예금을 내주기 위해 채권을 팔 수밖에 없었고 결국 예금 지급 능력을 잃으며 파산했다.
여기에 토스뱅크가 여수신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3월 24일 출시한 ‘먼저 이자 받는 예금’이 도화선이 됐다. 생뚱맞게도 ‘그만큼 유동성 위기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토스와 SVB뱅크는 보유 채권의 만기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SVB는 만기 10년 이상인 채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던 데다 주택저당증권(MBS) 투자가 많아 금리 변동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토스뱅크가 보유한 채권들은 만기가 짧은 상품의 비중이 많아 평가손실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토스뱅크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 중 만기가 3년 이내로 짧은 채권자산의 비중이 약 60%에 달한다.
토스뱅크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또한 833.5%로 14조 5000억 원의 고유동성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이란 유동성 부족 상황에 처했을 때 얼마나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많은지 알려주는 지표다. 평균 100%를 유지하는 시중은행 대비 8배 이상 높은 수치로 고객들의 갑작스러운 예금 인출에 충분한 대비가 돼있다는 평가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예금을 유치하고 난 후 장기채에 투자한다든지 투자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지만 저희는 고유동성 자산에 최대한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이 높은 것”이라며 “예금을 돌려드리지 못할 우려가 적다”고 말했다.
#부실 대출 피하며 예대율 높이기가 숙제
토스뱅크는 가파른 성장세와 함께 올해 하반기 흑자 전환을 자신하고 있다. 매일 이자를 받는 수시입출금 통장, 공동명의 모임통장 등 다양한 상품 등을 앞세워 현재까지 6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끌어들였다. 자본도 빠르게 확충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유상증자 단행을 통해 총 1조 6500억 원의 자본금을 모았다.
하지만 토스뱅크는 예대율을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예대율은 은행이 대출금을 은행이 수신한 예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토스뱅크는 3월 27일 여신 잔액은 총 9조 3000억 원, 수신 잔액은 총 23조 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토스뱅크의 예대율은 44% 수준이다. 은행 입장에서 이자를 붙여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예금은 부채고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대출은 자산인 점을 감안하면, 부채가 100원일 때 자산은 44원이라는 뜻이다.
시중은행들의 평균 예대율은 95%에 육박하는 데다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예대율도 70~80%에 이른다. 예금 수입의 상당분을 대출로 돌리고 있는 다른 은행과 달리 토스뱅크는 수익을 내기 위해서 남아도는 예금을 유가증권에 집중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은행 예대율을 105%까지 완화해줬는데, 채권 금리보다 대출 금리가 높은 데다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올리는 은행의 특성상 당국이 제어하는 수치에 근접하게 운용하는 게 앞으로 토스뱅크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토스뱅크의 예대율이 유독 낮은 이유는 출범한 지 1년 반 정도밖에 되지 않은 데다 출범 직후 벌어진 대출 중단 사태로 한동안 대출 규모를 늘리는 데 애를 먹은 탓이다. 실제 토스뱅크의 예대율 성장률이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3월 2조 6000억 원이던 여신 잔액은 1년 새 4배 가까이 늘었고 예대율 역시 전년 동기(12.4%) 대비 4배 가까이 개선됐다.
토스뱅크 또한 예대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의 ‘공동대출’ 상품 출시가 추진되는 것도 토스뱅크의 건의에서 비롯됐다. 인터넷은행이 가진 우수한 모객력과 신용평가모형을 바탕으로 대출 대상자를 선정하고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이 대출자금을 분담함으로써 예대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토스뱅크는 이미 광주은행과 지난해부터 공동 대출 실무협의를 진행하며 세부 방안을 마련 중이다.
다만 부실대출을 피하면서 대출을 늘려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지난해 말 토스뱅크의 연체 대출은 619억 원으로 1분기 말인 11억 원에 비해 56배 이상 폭증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2.5배 증가한 920억 원, 카카오뱅크는 2배 증가한 1377억 원이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40%를 돌파했고 작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급격히 오르며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해 중저신용자대출 목표는 토스뱅크와 케이뱅크, 카카오뱅크가 각각 44%, 32%, 30%다. 취약차주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예대율을 높이면서 리스크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토스뱅크 관계자는 “대출 영업이 재개된 이후 대출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부실 대출 규모도 같이 늘어난 것”이라며 “인터넷은행들은 카카오뱅크가 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하고는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성장을 하고 있고 고신용자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시중은행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안신용평가모델을 꾸준히 보완해 리스크를 줄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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