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래에셋증권이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는 월지급식 신탁상품에 대해 20년간 특허권을 얻으면서 증권가가 술렁이고 있다. 미래에셋 측이 특허권료를 받지 않겠다고는 밝혔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언제든 특허침해로 공격해 올 경우 특허무효 소송 외에는 뾰족이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월지급식 상품은 랩어카운트 열풍 이후 ‘뜨는’ 투자 상품인데, 미래에셋이 특허권을 확보함으로써 자칫 관련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그렇다면 월지급식 투자 상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
미래에셋이 특허권을 받은 상품의 구조는 이렇다. 연 10%의 이자를 주는 브라질 국채에 투자를 해서 매년 나오는 이자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1억 원을 투자하면 연간 1000만 원이니까, 이론적으로는 매달 83만 원 정도다. 다만 판매사인 증권사들이 약 1%의 수수료를 떼는 데다, 첫 이자 지급 전까지 원금에서 월지급금을 미리 떼놓는 까닭에 실제 투자자들이 손에 쥐는 금액은 월 65만 원 정도다. 그래도 수익률로 따지면 연 7.8%나 되니, 웬만한 은행이자의 두 배에 달한다. 투자자들이 열광하는 이유고, 미래에셋을 제외한 다른 증권사들이 우려하는 까닭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투자상품에 대해 기껏해야 독특한 구조의 상품을 제일 먼저 내놓는 금융회사에 몇 개월 정도 배타적 사용권을 인정한 사례는 많지만, 이번처럼 특허를 인정받은 경우는 없다”면서 “게다가 미래에셋이 채권에 투자하는 월지급식 상품을 제일 먼저 내놓은 것도 아니다”라며 억울해 했다. 실제 미래에셋이 이 상품을 판매한 지난해 5월보다 넉 달 앞서 대우증권과 삼성증권 등 다수의 투자자가 채권에 투자하는 월지급식 상품을 판매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경우 이미 해외에서 이와 비슷한 상품을 판매한 지 오래다.
미래에셋의 브라질국채투자 월지급식 신탁의 판매고는 현재 7000억 원에 달해 업계에서 가장 많다. 강력한 라이벌인 삼성증권이 비슷한 상품으로 1500억 원의 판매고를 기록 중인 것과 비교해 상당한 격차다. 하지만 최근 외국계 운용사를 비롯해 업계가 월지급식상품 판매에 경쟁적으로 나서며 미래에셋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금융업계의 월지급식 투자 상품 경쟁이 치열하지만, 실제 상품 내용은 따져볼 여지가 많다. 안정적으로 은행이자보다 많은 수익을 안겨다 주는 듯싶지만, 실제 꼭 그렇지 만도 않기 때문이다. 투자 상품인데 위험이 없을 리 없다.
시중의 월지급식 상품은 크게 세 가지다.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과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 그리고 주가연계증권(ELS)을 활용한 방식이다. 주식에 투자하는 월지급식의 경우 원금손실 위험이 있다. 월지급금의 원천이 주가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인데, 자칫 주가가 하락할 경우 시세차익이 없어 월지급금을 주지 못하거나, 원금에서 월지급금을 떼어내야 한다.
원금에서 월지급금을 떼어주는 경우에는 이후 투자부담이 더 커진다. 만약 원금이 1억 원이라면 연간 10%의 수익만 내도 매월 약 83만 원을 받을 수 있지만, 1억 원이던 원금이 9000만 원으로 줄게 되면 무려 22.2%의 수익을 내야 매월 83만 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한번 원금이 깨지면 월지급금과 원금을 함께 보존할 가능성은 그만큼 더 줄어드는 셈이다.
채권에 투자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하는 경우 쿠폰(확정이자)만큼의 수익은 거둘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채권에는 만기가 있다는 점이다. A 증권사가 판매하는 브라질 국채 투자 월지급 상품의 경우 보유채권 만기가 2015년이다. 따라서 연 10%의 수익이 나오는 것도 2015년까지다. 그 이후에는 브라질 국채가 얼마의 금리로 발행되느냐에 월지급금 규모가 달렸다. 최근 브라질이 경기부양을 위해 정책금리를 내리고 있어 향후 국채금리는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2015년까지 연 10%의 수익이 꼭 확정적인 것도 아니다. 브라질 국채 투자의 경우 원화를 달러로, 다시 달러를 브라질 화폐인 헤알로 바꿔 투자한다. 물론 달러표시로 발행되는 브라질 국채의 경우 헤알화로 바꾸는 과정은 생략될 수 있다. 문제는 환율변동인데, 헤알화의 가치가 높아지면 달러로 환산한 금액도 높아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차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그런데 반대로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표시금액이 줄어든다. 환차손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첫 투자 시 월 65만 원이던 월지급금이 환율변동에 따라 59만 원이 될 수도, 71만 원이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환위험은 매월 지급되는 지급금 외에 원금상환 때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투자원금 1억 원이 9000만 원이 될 수도, 1억 1000만 원이 될 수도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월지급식 ELS 상품도 위험이 좀 덜하지만 위험 자체는 존재한다. 월지급식 ELS는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하거나 만기 때에만 지급하던 투자수익을 매달 나눠서 미리 받는 것인데, 기초자산 가격이 크게 변화해서 월지급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만기 시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할 경우에는 역시 손실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3년 만기, 연 12% 쿠폰의 원금비보존형 월지급식 ELS가 있다고 치자. 원금손실구간은 기초자산 가격의 50%다. 첫 34개월간 원금의 매월 1%씩, 원금의 34%의 월지급금을 받았더라도, 마지막 2달 구간에 기초자산 주가가 반 토막 나 만기를 맞이한다면 반 토막 난 원금이 지급된다. 원금의 50%와 월수령액 34%를 합하면 84%. 최종수익률은 -16%다.
원금보존형 월지급식 ELS도 있지만, 이 역시 안전자산에 넣어뒀을 때의 기대수익에 못 미칠 위험은 존재한다. 최근 B 증권에서 내놓은 상품을 예를 들어 보자. 만기는 1년이고, 매월 기초자산 상승분 80%를 12분의 1로 나눠 지급한다. 단 매월 기초자산 가격이 20% 넘게 오르거나,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가 대비 떨어졌을 때는 월지급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매월 1%씩 11개월간 주가가 오를 경우 원금대비 수익률은 연 7.7%의 수익이 가능하지만,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가 대비 떨어지거나, 주가급등으로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가의 20% 넘게 오를 때 월지급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수익률이 급격히 낮아진다. 은행이자만 못한 수익이 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전세계 내로라하는 투자전문가들의 꿈이 연평균 7~8%의 수익을 꾸준히 내는 것이다. 국내에 판매되는 월지급식 상품이 적게는 연 8%, 많게는 연 12%의 수익을 마치 계속 지급하는 것처럼 홍보하지만, 지구상에 계속 그런 수익률을 확정하는 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