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 임원들 대상 주식 보상에 “임기 완주 포석 아니냐” 시각…포스코그룹 “책임경영 강화 목적”
최근 분위기상 임기 완주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있는 최정우 회장이 임기 완주를 위해 우호 임원진을 확보하려고 무리하게 보상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최정우 회장이 내년 3월 8일까지인 임기를 완주할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포스코홀딩스는 스톡그랜트 제도를 도입하고 임원들을 대상으로 자사주 2만 7030주를 무상 지급했다. 지난 5일 기준 약 100억 원 규모다.
스톡그랜트는 자기주식을 특별상여금 명목으로 임직원에게 무상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약속한 시기에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스톡옵션과 달리 주식 매수 대금이 필요 없어 그 자체로 상여의 성격을 가진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힌남노 사태로 대규모 수익 감소를 일으킨 회사에서 이 같은 규모의 상여 지급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실제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조 8500억 원으로 전년 9조 2380억 원 대비 47.4% 감소했다.
일반적인 회사라면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경영진이 책임을 지거나 심지어 사퇴 수순을 밟기도 하는데, 최정우 회장이 이끄는 포스코홀딩스는 이들에게 되레 상여를 지급했다. 최정우 회장 본인이 포함된 것은 물론이다. 이를 통해 최정우 회장은 최대 수억 원 가치의 포스코홀딩스 지분을 챙길 것으로 추산된다.
포스코홀딩스는 당초 4만 3814주를 포스코그룹 임원(포스코홀딩스 임원 및 사업회사 임원)에게 지급하기로 계획했다. 이 가운데 포스코홀딩스 임원 몫은 1만 5888주로 전체의 36.2%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번에 포스코홀딩스가 포스코그룹 임원에게 지급한 자사주 규모는 2만 7030주로 축소됐다. 앞의 비중에 맞게 포스코홀딩스 임원에게 36.2%가량의 자사주가 돌아가면 포스코홀딩스 임원은 약 9784주를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 5일 종가 기준으로 약 36억 5464만 원 규모다.
포스코홀딩스의 등기임원(사외이사, 감사위원 제외)과 미등기임원이 총 31인이다. 이를 감안하면 1인당 1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주식을 상여로 받은 셈이다. 일반적으로 상여 지급 때 직급별로 차등 지급되는 것을 고려하면 최정우 회장은 이번 스톡그랜트로 최대 수억 원을 챙겼을 가능성도 있다.
포스코그룹에 상여 제도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최정우 회장은 보수로 28억 9300만 원을 챙겼는데 이 중 상여로 18억 8200만 원을 가져갔다. 본봉을 크게 웃돌 만큼 상여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상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스코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주인 없는 기업의 모럴해저드'라는 뒷말이 나온다. 포스코홀딩스는 대주주가 국민연금(9.11%)으로 대표적인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분류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주인이 없는 기업들은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포스코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이번 포스코그룹의 스톡그랜트 제도 도입은 일반 기업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행보”라며 “지난해 힌남노 사태로 대규모 실적 악화를 일으킨 장본인이 상여를 한 번 더 챙기는 것은 납득이 안 간다. 최정우 회장은 물러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전 금융경제연구소장(변호사)은 “최근 정부는 KT 등 소유분산기업에 대해 낙하산 인사의 명분으로 현 경영진과 지배구조 악용 문제점을 질타하고 있다”며 “민감한 시기인데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이 시장에서 주주들을 설득하는 대신 자사주로 우호세력을 만드는 것은 되레 낙하산 인사의 빌미를 주는 것일 수 있어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스톡그랜트 제도 도입을 두고 최정우 회장의 임기 완주를 위한 결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정우 회장의 교체설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00년 민간기업으로 전환한 포스코그룹의 역대 회장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예외 없이 물러났다.
최정우 회장은 그동안 이 같은 흐름을 이겨내려는 듯하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후부터 검찰 출신 법조인을 꾸준히 영입했다. 업계에서는 최정우 회장이 임기 완주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 있는 인물을 잇달아 영입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검찰 출신 박하영 변호사를 전무급으로 영입했다. 박하영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의 사법시험(41회)·사법연수원(31기) 동기다. 지난해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시험(33회)·사법연수원 동기(23기)이자 검찰 출신인 김영종 변호사를 포스코홀딩스 법무팀장으로 영입했다. 이외에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이자 검찰 출신인 김강욱 변호사를 지난해 포스코홀딩스의 법무 및 대외협력 담당 고문으로 영입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주식보상(스톡그랜트)’ 도입을 통해 임원들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재직 기간 중에는 회사 주식을 의무보유토록 해 임원 보상과 주주와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 평가기관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시 주요 경영진의 주식보상 정책을 평가하고 있다”며 “SKT, 한화 등도 성과급 형태의 주식을 부여하는 스톡그랜트(StockGrant)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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