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강화 ‘마약 음료’ 학생들에게 권한 뒤 부모 협박…지난해에도 ‘마약 사탕’ 등 소문 떠돌아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힌 윤석열 대통령의 대치동 마약 음료 사건에 대한 입장이다. 대통령은 “마약이 고등학생들에게까지 스며든 충격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들의 범행이 첫 시도에서 일부 학부모의 신고로 적발된 것인지 여부다. 이미 피해자가 더 있는데 학부모들이 자식에게 피해가 갈까봐 두려워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4월 7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6일 밤 11시 50분 즈음 대구에서 마지막 용의자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서 고등학생들을 속여 마약 성분이 담긴 음료를 마시게 한 용의자 4명이 모두 검거됐다.
이들 일당 4명은 4월 3일 오후 6시 즈음 2인 1조로 강남구청역 인근과 대치동 학원가 주변에서 기억력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 시음 행사라며 고등학생들에게 음료를 건넸다.
이들이 건넨 음료수에는 ‘메가 ADHD’라는 글자와 함께 유명 제약회사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음료를 마시게 한 뒤 구매 의향 조사에 필요하다며 학생들에게 부모 연락처를 받았다.
그리곤 학부모에게 연락해 “자녀의 마약 복용이 알려지면 좋을 게 없지 않냐”며 돈을 요구하며 협박했다. 실제로 그 음료를 마신 피해 학생들을 상대로 경찰이 간이 시약 검사를 진행했는데 여기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 해당 음료에는 필로폰과 엑스터시 성분이 섞여 있었다.
일부 피해 학생의 부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바로 수사가 시작됐는데 용의자 4명 가운데 40대 여성 A 씨가 4월 5일 가장 먼저 검거됐고 20대 남성 B 씨는 5일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6일 오전 20대 여성 C 씨가 경찰에 자수했고 6일 밤 20대 여성 D 씨까지 경찰이 체포했다.
이들은 시음 행사 관련 고액 아르바이트 모집 글을 보고 지원했을 뿐 음료에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주최 측과도 대포폰과 텔레그램으로만 연락했다는 입장이다.
‘마약 음료’ 역시 직접 전달받은 게 아닌 지하철역 물품보관함에 보관돼 있는 것을 찾아오거나 퀵서비스로 전달받았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 음료가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찰은 시음 행사를 주최한 총책 등 배후를 추적 중이다.
문제는 마약 음료 관련 범죄가 더 광범위하게 벌어졌을 가능성이다. 애초 경찰은 용의자 4명이 4월 3일 오후 6시 즈음부터 2인 1조로 강남구청역 인근과 대치동 학원가 주변에서 가짜 시음 행사를 벌인 것으로 밝혔는데 추가 범행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들 일당이 대치동 학원가에서 약 1.5km 떨어진 한 중학교 교문 앞에서도 학생들에게 마약 음료를 건넸다고 단독 보도했다. 인근 폐쇄회로(CC)TV에 3일 오후 4시 30분경 이 학교 앞 사거리에서 여성 용의자의 모습이 포착됐다.
또한 조선일보는 3일 아침 7시에는 대치동 학원가 인근 여중·고등학교 정문 앞에서도 문제가 된 마약 음료 시음행사가 있었다고 단독 보도했다. 따라서 이날 마약 음료를 마셨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피해 학생이 더 있을 수 있다. 행여 협박 전화를 받고 돈을 건넨 피해 학생 부모가 있을 수도 있다. 게다가 마약 음료를 활용한 가짜 시음 행사가 그 이전에도 있었을 수 있다.
대치동 학원가에선 이미 관련 소문이 과거에도 있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해부터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밖에서 주는 음식은 절대 먹지 말라’고 당부할 만큼 마약 포비아가 심각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2022년에 나돈 학원 홍보 전단지와 함께 마약 성분이 든 사탕을 나눠준 일이 있었다는 소문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학부모들 사이에선 마약 유통 조직이 마약 예비 수요층을 만들기 위해 광범위하게 학생들에게 마약을 퍼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다고 한다.
그런데 마약 음료 사건을 보면 그들의 노림수는 마약 예비 수요층 확보가 아닌 피해 학생의 부모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기 위함으로 보인다. 경찰 역시 마약 복용을 유도한 뒤 이를 악용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신종 피싱 범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과거 마약 성분을 넣은 ‘가짜 다이어트약’을 활용했던 범죄 수법이 ‘마약 음료’를 활용해 미성년자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 변형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
경찰은 이번 사건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 조직의 신종 범행 수법일 가능성까지 열어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자녀의 마약 복용이 알려지면 좋을 게 없지 않냐”며 피해 학생 학부모에게 협박 전화를 건 이들이 조선족 말투였다는 진술 때문이다. 시음 행사라며 직접 음료를 건넨 ‘실행조’, 음료 행사를 기획하고 실행조를 모아 범행을 저지른 뒤 부모들을 협박한 ‘중간 관리책’, 상부 ‘총책’으로 이뤄진 구조도 보이스피싱 조직과 유사하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감안해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로 이관해 수사력을 더욱 집중하고 있다. 또한 서울경찰청은 4월 6일부터 하교 후 학생들이 학원을 주로 이용하는 시간대에 대치동, 목동, 중계동, 창동 등 학원 밀집 지역에 기동대를 투입해 예방 순찰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신종 학교폭력 등 새로운 유형의 청소년대상 범죄가 발생하면 학생·교사·학부모에게 카드뉴스 형식으로 신속하게 전파하는 ‘긴급 스쿨벨 시스템’도 발령했다. 그 대상은 서울시내 전역의 초·중·고등학교(1407개교)와 학부모 83만 명이다.
이원석 검찰총장 역시 4월 6일 “최근 서울 일원에서 불특정 미성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약류가 포함된 음료 등을 나눠주고 부모들을 대상으로 금품 갈취를 시도하는 마약류 피싱 신종 범죄까지 등장해 국민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마약범죄의 폭증으로 인한 위험성이 임계점에 이르렀다”고 밝히며 전국 검찰청에 마약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을 긴급 지시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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