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만 명이 넘는 회원에게 1000억대의 물품을 강매한 다단계업체 웰빙테크 홈페이지. 회원이 돈이 없으면 대출까지 알선해 물건을 팔았다. |
지난 2011년 대학교 4학년인 김 아무개 씨는 부업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많은 돈을 벌었다는 친구들의 소개로 웰빙테크를 방문했다. 하지만 친구들이 데려간 웰빙테크는 다단계업체였다. 이런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던 김 씨는 웰빙테크 관계자로부터 2시간 동안 수익구조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이후 웰빙테크 관계자는 이번 달 자신의 수익금과 여러 개의 통장을 보여주며 김 씨에게 회원가입을 권유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제2금융권에서 빌려 최고 등급에서 시작하면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며 대출을 권유했다.
김 씨가 내켜하지 않자 이번에는 김 씨의 친구들이 나서 “우리도 대출받아서 다 갚았다”며 대출을 부추겼다. 마지막으로 웰빙테크 관계자는 3개월 이내에 언제든지 환불이 가능하다는 말로 김 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1달이 지나면 보상금에서 5%, 2달이 지나면 7%를 공제한다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김 씨는 업체가 소개해 준 대부업체를 통해 600만 원을 대출 받아 400만 원어치의 물품을 구매했다. 그로부터 1년 뒤 김 씨는 현재 아무런 수익도 없이 대출금과 함께 80만 원의 이자 빚만 지고 있는 상태다. 김 씨가 업체로부터 받은 보상금은 50만 원이 전부였다.
위의 사례처럼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의 피해보상 게시판에는 웰빙테크의 청약해지를 요구하거나 피해를 호소하는 고객들의 항의성 글이 넘쳐났다. 특이한 점은 하나같이 똑같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지인의 소개로 업체에 갔다는 점과 둘째 대출을 받아 상품을 구매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약해지를 하고 싶지만 업체의 방해로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조직구성과 직급자 역할
실제로 웰빙테크는 전형적인 피라미드 형태를 갖춘 뒤 철저한 교육을 통해 조직적으로 불법영업 활동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웰빙테크의 구성원은 직급별로 일반고객, FC(First Class), SC(Silver Class), PEA(Pearl), GC(Gold Class), DIA(Diamond), PD(Prime Diamond), WB(Well Being) 순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또 각 직급자들의 역할에 따라 A, B, C그룹으로 구분된다. A그룹은 팀장이라 불리는 간부직급자(DIA)와 상위직급자(PD, WB)로 구성된다. B그룹은 하위판매원 역할을 하는 FC, SC, PEA, GC급 등이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일반고객은 C급으로 구분된다.
보통 최상위 직급자인 PD와 WB는 다단계업체 설립자이거나 초창기 사업자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일반고객을 상대로 직접 회원가입을 권유하지 않고 전체회원을 상대로 교육을 실시하거나 조직을 관리하는 우두머리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팀장격인 DIA 직급은 상위판매원으로서 하위판매원이 데려온 고객에게 마케팅 교육 및 회원 가입을 권유하는 일을 맡는다. 바로 이들이 김 씨에게 수익구조를 설명하며 대출금을 받도록 유혹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고객 유인 작전
이렇게 피라미드 조직이 구성되면 다음으로 FC급이나 SC급 등 최하위 판매원들은 신규회원을 모집하기 위해 이른바 ‘C리스트’를 작성하게 된다. 최하위 판매원들은 팀장급과 상의를 통해 자신의 지인들 중에 다단계업체로 데려올 사람을 이 리스트에 적는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예비회원 대상자는 성명, 나이, 성격, 지인관계, 심지어 재산 상태까지 기재된다.
리스트가 완성되면 하위 판매원들은 팀장들로부터 ‘전화사업’이라는 교육을 받게 된다. 다단계업체는 이 과정에서 다단계업체로 유인하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매뉴얼에 따라 하위판매자를 교육까지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웰빙테크의 고객 유인 매뉴얼을 보면 ‘한 달에 500만 원 버는 일이 있는데 나랑 같이 할래’ ‘내가 아는 사람이 뉴비틀 차량을 4000만 원 주고 뽑았는데 체크카드로 샀대’ 등 구체적 멘트까지 나와 있다. 심지어 ‘말실수’ 항목을 만들어 ‘옆에서 전화사업을 밀착 관리하며 실수하는 부분을 커버하라’는 지시까지 나타나 있다. 또 실수할 경우에 대비해 ‘다른 전화가 왔다’ ‘떨어뜨렸다’ 등의 상황대처 문구도 적시돼 있다.
물론 웰빙테크의 교육자료에는 ‘수당 받은 날 수당이 많든 적든 2000만 원 이상 번 것처럼 하라’ ‘DIA는 (한 달에) 1000만 원 못 벌면 큰 일 날 것처럼’이라는 호객행위를 위한 멘트도 적혀 있다.
#다단계 수익구조의 허와 실
호객행위로 고객을 유인한 다음 순서는 대출을 받아 물품을 구입하게 하는 것이다. 공정위 조사결과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김 씨와 마찬가지로 500만~800만 원의 대출을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을 받아 물품을 구입한 이유는 단 하나. 물품 구입액이 높은 만큼 높은 직급을 받아 수익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업체의 설명에 속은 것이다.
하지만 업체의 설명과 달리 공정위에 나와 있는 2010년 웰빙테크의 후원수당 평균지급액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1년에 8700만 원의 후원수당을 지급받는 판매원은 상위 1%에 국한돼 있다. 상위 1%는 앞서 말한 PD나 WB 직급뿐이다. 다음으로 1년에 1500만 원을 지급받는 판매원은 상위 1~6%로 한 달에 125만 원을 버는 셈이다. 그래도 이 정도는 높은 수익률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상위 6~30%에 속하는 판매원은 1년에 115만 원의 후원수당을 지급 받는 것으로 나와 있다. 100명 중에 6등에서 30등 안에 들어도 고작 한 달에 10만 원도 못 만져 보는 셈이다.
공정위 조사결과 2009년 1월~ 2011년 8월 기간 동안 웰빙테크 회원으로 가입한 판매원 중 93~94%는 가입과 동시에 FC나 SC의 하위판매자로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해지 방해하는 수법
또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최고직급자로 올라서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웰빙테크에서 1년 정도 일한 이 아무개 씨는 휴일도 반납한 채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에 모든 것을 잃었다. 최고직급자와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던 이 씨는 며칠 뒤 아이디가 삭제되고 회사로부터 퇴출 통보를 받았다. 억울한 이 씨는 회사에 전화해 따졌지만 “사장님 지시로 PD가 정지시켰다”라는 대답만을 들을 수 있었다.
부당한 수익구조를 알더라도 이미 때가 늦을 수도 있다. 업체가 가입과 동시에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청약 해지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방문판매법상 판매원은 3개월 이내에 청약해지가 가능하도록 보장받고 있다. 단, 구매한 물품이 재판매가 가능할 경우에 한해서다. 웰빙테크는 이를 교묘히 악용했다.
지난해 6월 600만 원을 대출받아 웰빙테크에서 500만 원어치 물품을 구입한 한 아무개 씨(여)는 “물품이 집으로 배달되면 어머니한테 혼나지 않겠느냐”는 업체 관계자의 설득에 구매 내역서와 구입 물품을 상위판매원에게 맡겼다. 한 씨는 넉 달 뒤 청약해지를 위해 업체를 찾았지만 물품을 반환해야지만 보상을 해줄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한 씨는 상위판매원에게 맡겼다고 말했지만 업체는 ‘지금은 관둬서 모르겠다’며 피해보상을 해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제이유그룹 다단계사기나 ‘거마대학생’ 다단계 사기 피해 등 다단계업체들의 불법행위가 날로 심해져 가고 있지만 좀처럼 피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영업정지를 당하거나 시정명령을 받더라도 사무실을 옮기고 업체명을 변경해 또 다시 같은 방법으로 영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은 웰빙테크 임원 및 상위판매원 47명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