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기업 방만경영 문제 대두…포스코그룹 “사업영역 확대 따른 전문임원 영입 결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이하 옛 포스코)는 지난해 3월 포스코홀딩스(존속회사)와 포스코로 물적분할 한 후 임원 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옛 포스코 시절인 2021년 12월 기준 미등기 임원 73명, 등기이사(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 포함) 12명 등 총 85명이었던 임원진은 현재 포스코홀딩스에 38명(미등기임원 26명, 등기임원 12명), 포스코에 67명(미등기임원 59명, 등기임원 8명)으로 총 105명으로 확대됐다. 분할 전보다 23.5%가량 확대된 규모다. 등기임원 가운데 사외이사와 감사를 제외한 기준으로 비교하면 21.7% 증가한 수준이다.
포스코그룹 측은 지난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철강과 신사업 간의 균형성장을 가속하겠다”며 “친환경 미래 소재 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 회사의 성장 노력이 기업 가치에 제대로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체제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회사의 발전이 아닌 임원만을 위한 포스코그룹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인 없는 기업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원 증가로 관련 비용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업지배구조에 정통한 한 인사는 “포스코그룹의 경우 주인 없는 기업이다 보니 임원진의 방만함 문제가 항상 대두되고 있다”며 “이처럼 임원진 규모를 크게 확대하면 비용 증가가 불가피한데 그렇게 하는 배경에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업을 둘로 나누는 과정에서 임원진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최근 지주사 전환에 성공한 DL의 경우를 보면 기업분할 전·후 비슷한 규모의 임원진을 유지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2021년 1월 DL, DL이앤씨, DL케미칼, 3개 회사로 나누고 지주사 DL 체제로 전환했다. 대림산업 당시 106명(미등기, 등기임원 포함)이었던 임원진 규모는 지주회사 출범 후 3개 회사의 총 임원 규모가 109명으로 늘었지만 사외이사를 제외하면 지주사 출범 전·후 101명으로 같다.
포스코그룹이 임원진에 친화적인 기업으로 변모하면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사람은 최정우 회장이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최정우 회장에게 현대차의 고급 차량 제너시스 G90을 2대나 관용차로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의 역대 회장 중 관용차를 2대나 제공받은 회장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기조는 최근 스톡그랜트 지급 논란에서도 확인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3월 31일 스톡그랜트 제도를 도입하고 직원을 제외한 임원을 대상으로 자사주 2만 7030주를 무상 지급했다. 지난 5일 기준 약 100억 원 규모다.
여기서도 최정우 회장은 가장 많은 주식을 챙겼다. 특히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2021년 9조 2380억 원→2022년 4조 8500억 원)을 반토막 낸 상황에서 스톡그랜트로 6억 원 규모의 주식을 챙겨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영업이익 악화에도 불구하고 이미 상여 제도를 통해 18억 원을 챙긴 상황에서 한 번 더 상여금 명목으로 주식을 챙겨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최정우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전직 임원들은 지난 10일 성명서를 내고 최정우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최정우, 김학동 등 경영진이 전년 대비 영업이익 반토막에도 불구하고 직원들 모르게 자사주를 수억 원씩 나눠 가졌다”며 “도덕적 해이와 경영리더십 실종에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정우 회장이 밀어붙여 지주사 체제로 전환 후 포스코홀딩스의 실적은 초라하다. 지난 1분기 포스코홀딩스 실적은 7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9.6% 감소했다.
최정우 회장의 대외적인 역할도 미미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 중인 방미길에 포스코그룹은 포함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포스코그룹은 한 차례도 순방길에 동행하지 못하면서 제외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주인이 없는 기업들은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홀딩스 지주회사 체제하에서 그룹사업 개편, 미래사업 포트폴리오 개발, 그룹 R&D 기능 강화 등 기존 포스코 철강회사 대비 사업의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해당 분야 전문임원을 내외부에서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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