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주 중위권 이상에 경기장 분위기도 달라…승격 첫 시즌 팀은 ‘두 번째 맞대결’ 시작되는 5월이 고비
#예상치 못한 승격팀 돌풍
두 승격팀의 돌풍은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대전은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어렵게 승격했다. 대전은 시민구단에서 하나은행의 인수로 기업구단으로 전환(2020시즌)되며 공격적인 투자로 전력을 보강한 덕분에 승격 1순위로 지목 받아온 팀이다.
하지만 '부자구단' 대전은 계속 승격에 실패했다. 지난 시즌 역시 쉽지 않았다. K리그2 최종 2위를 기록,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승격에 성공했으나 시즌 중 부침을 겪었다. 이민성 감독 퇴진 여론이 나오기도 했다. 다행이 시즌 도중 전력 보강, 전술 수정 등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K리그2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기에 승격팀 대전의 현재 K리그1에서 선전은 기대치를 넘어선 수준이다. 개막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펼친 것으로 평가받으며 분위기를 탔다. 상승세의 절정은 7라운드 울산 현대전이었다.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대전이었으나 울산을 상대로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울산은 개막 이후 6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대전은 결국 2-1 승리를 거두며 울산의 7연승을 저지했다. 만년 하위권의 설움도 떨쳐냈다. 이날 승리는 울산 상대 4258일 만의 승리였다.
광주의 돌풍은 더욱 놀라운 일로 여겨진다. 광주는 대전과 달리 K리그2에서도 선수단 연봉으로 지출되는 금액이 많지 않은 구단이다. K리그2 우승을 차지한 광주는 2022시즌 선수단 연봉으로 쓴 금액이 약 50억 원 규모다. K리그2에서도 광주보다 많은 돈을 쓴 팀이 5팀이었다. K리그1 최하위 성남도 약 61억 원을 지출했다.
광주는 올 시즌 K리그1에서 도전에 나섰지만 예산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K리그2 우승으로 선수단 전체적으로 연봉이 높아졌겠으나 헤이스(브라질), 김종우 등 핵심 자원이 빠져나갔다. 그렇다고 이렇다 할 스타급 선수 영입도 없었다. 그렇기에 광주의 선전은 대전 못지않은 고평가를 받는다.
#화끈한 공격축구
이들은 현재 3위(대전)와 5위(광주)에 각각 올라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대전은 7경기를 치르며 단 1패(4승 2무 1패)만 안았고 광주는 세 번의 패배가 있었으나 4승을 수확했다.
이들의 선전에는 '공격축구'라는 내용이 담겨 더욱 의미를 가진다. 대전은 현재 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했다. 7경기에서 16골을 넣으며 경기당 평균 2.28골을 기록 중이다. 이는 선두 울산 현대조차 넘어서는 수치다. 그간 무득점 경기는 단 1경기뿐이었다.
대전은 어느 한 명에게 쏠리지 않는 다양한 득점 분포를 보인다. 팀 내 득점 1위는 4골을 넣은, 지난 시즌 K리그2 득점왕 티아고다. 하지만 측면 자원 김인균, 미드필더 이진현 등도 결정적인 골로 팀의 고공 행진을 돕고 있다. 공격 자원뿐 아니라 수비진에서도 골맛을 봤다.
광주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정효 감독은 입버릇처럼 '공격축구'를 외친다. 선제 득점에 성공한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추가골을 주문한다. 이들의 12득점 역시 적지 않은 골 숫자다. 광주도 9명의 선수가 골을 기록했다. 2~3라운드 연속 무득점 패배로 처질 수 있었지만 4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5-0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뒤집었다.
이상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광주에 대해 "어느 한 명에게 의존하지 않는 부분이 인상적"이라며 "초반 일정에서 광주의 공격축구 중심은 엄지성이었다. 그런데 최근 엄지성이 부상으로 빠진 이후에도 자신들만의 축구를 구사한다. 엄지성 외에 부분적으로 선발 명단이 달라져도 여전히 형태가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화제성까지 잡은 대전·광주
현재 3위에 올라 있는 대전이 자랑하는 것은 리그 순위뿐 아니다. 이들은 이번 시즌 네 번의 홈경기에서 평균 관중 1만 4850명을 기록, 관중 순위에서도 FC 서울, 울산 현대에 이어 3위를 기록 중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수비수 조유민 외에도 오재석, 주세종, 이진현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팬들을 환호케 하고 있다. 구단의 팬서비스도 호평을 받는다. 경기 뒷내용을 담은 구단 제작 다큐멘터리는 타 구단에서도 주목하는 콘텐츠가 됐다. 수비수 서영재가 직접 나선 게릴라 팬미팅은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대전에는 경기 종료 이후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앉아 서포터들의 응원 퍼포먼스를 감상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힘들게 뛴 선수들을 쉬게 해주고 싶다'는 대전 서포터의 의도에서 시작됐다.
광주는 이정효 감독의 존재감이 부각된다. 많은 돈을 쓸 수 없는 구단 사정, 객관적 전력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데도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효 감독은 광주를 중위권 이상으로 이끄는 지도력 말고도 아끼는 선수의 득점에 눈물을 글썽이거나 공식 석상에서 솔직한 발언 등으로 주목을 받는다. 지난 7라운드에서 4-3 승리를 거뒀음에도 만족스럽지 못 한 경기력 때문에 어두워진 표정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이번 시즌 K리그1을 지켜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그 중심에는 대전과 광주가 있다"면서 "대전과 광주 모두 경기장 분위기가 다르다. 이기는 경기, 재미있는 경기를 펼치면 팬들은 자연스럽게 반응한다"고 평했다. 이 위원은 경계해야 할 부분도 짚었다. 그는 "승격팀이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는 경우는 종종 있다. 기존 팀에 이들이 생소하기 때문이다.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이 시작되는 5월에는 위기가 올 수 있다. 이 시기를 잘 넘긴다면 시즌 막판에도 대전과 광주가 현재 순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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