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괴담’ 등 소문 확산되며 당 장악력 의문부호…전광훈 단절 여부·최고위원 징계 수위 등 관심
#홍준표, 김기현에 '옐로카드'
국민의힘 내에서 압도적 스피커를 자랑하며 김기현 대표 리더십에 대해 “물렁하다”며 맹공을 퍼부어온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비상사태’를 언급했다. 홍 시장은 4월 18일 본인의 SNS에 김 대표를 겨냥, “(김 대표가) 경선 때 약속한 당 지지율 60%를 만들어 보라. 그렇게 못하면 총선 앞두고 각자 도생해야 하는 ‘비상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당 지지율 폭락이 내 탓이냐. 그건 당대표의 무기력함과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실언 탓”이라고 쏘아붙였다. 홍 시장은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우파 진영 천하통일했다’ 등 발언으로 논란이 된 이후 거듭 김 최고위원 징계, 전 목사에 대한 당 차원의 강경 대응을 주문해 왔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를 향해 “(지도부가 전 목사의) 눈치나 보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기현 대표는 홍 시장에게 “지방자치행정에 전념하라” “과도한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으며, 결국 4월 13일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전격 해촉했다. 홍 시장이 여의도 정치에 관여할 명분을 없애 홍 시장의 향후 훈수정치를 최대한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졌다.
홍 시장은 김 대표를 비판하면서 ‘이렇게 가면 비대위 체제’라고 SNS에 썼다가 지운 적도 있었는데, 정치 경험이 많은 홍 시장은 김 대표가 이끄는 당의 위기를 적극적으로 노출시키는 여론정치를 한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홍 시장의 말은 지금 당장 기존 지도부 질서를 허물고 비상체제로 가자는 레드카드가 아니라 자신에 대해 적대적 입장을 보이는 김 대표에 대해 일단 옐로카드를 날린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러나 정치 9단 홍 시장이 쏘아올린 비상사태라는 말이 주는 어감이 묘해서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둔 의원들을 동요시키고 국민들에게도 뭔가 변고가 생길 것 같은 뉘앙스를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친윤 검사 60명 공천설
용산 대통령실에서 내년 여당 공천에 많은 이들을 천거할 것이라는 말은 계속 나왔다. 특히 검사들을 대거 공천할 것이란 ‘검사 괴담’은 꽤 유력한 설로 작용해왔다. 윤석열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검사들이 내년 총선 필승조로 편성된다는 게 골자다. 이들이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등 당선 가능성이 큰 국민의힘 노른자위 지역구를 독차지할 것이라는 주장들이 제기되면서 당 내부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비윤계 대표로 3·8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했던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4월 1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제가 지금 듣고 있는 이야기로도 검사 출신인데 총선에 나가고 싶어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총선이 임박하면 더 많이 뛰어들 것이고, 최소한 수명보다는 십수 명에 훨씬 더 가까울 것”이라고 했다.
하태경 의원도 같은 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검찰 출신을 대거 공천하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분석에 대해 “매번 총선 때마다 절반 이상 교체가 됐을 것”이라며 “대통령과 가까운 친윤 검사 출신이 50~60명이 되면 우리 당은 망한다. 아마 당이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여당은 진화에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4월 10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내년 총선과 관련해 ‘검사 공천’ 등 시중에 떠도는 괴담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공식 부인하면서 동요하는 의원들을 다독였다. 특히 “특정 직업 출신이 수십 명씩 대거 공천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당 대표인 제가 용인하지도 않겠다”고 목소리 강도를 높였다.
이진복 정무수석도 같은 날 윤재옥 신임 원내대표를 예방한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 인사 수십 명이 총선 출마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통령 비서실에서는 단 한 번도 그런 논의를 한 적이 없다. 총선까지 1년 남았다. 그런데 어떻게 벌써 그런 이야기가 나오나”라며 “그냥 설이라고 생각하며, 정부 차원에서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검사 공천설’, ‘용산발 측근 공천설’ 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영남권 의원들이 이를 막기 위해 대구를 지역구로 둔 윤재옥 의원을 원내대표로 당선시켰지만, 윤 원내대표 역시 이를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당, 질서 잡힐까
김기현 대표는 국민의힘을 뒤흔들어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선을 긋는 노력부터 보이면서 당내 질서 회복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김 대표는 4월 17일 ‘국민의힘 버릇을 고쳐드리겠다’는 전광훈 목사 발언에 대해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 그 입을 당장 좀 닫아주셨으면 좋겠다”며 전 목사를 비판했다.
질서 회복의 첫 고비는 망언 파문의 중심에 섰던 김재원 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수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당 윤리위원회 인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윤리위원회가 이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징계를 내릴지 수위가 주목된다. 당내에서는 김 최고위원 경우 자진사퇴론까지 나오고 있어 중징계가 나오지 않으면 또 다른 분란이 예상된다.
김 대표의 노력에 의한 지도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여당의 질서 회복은 결국 윤 대통령에게 달려있다는 게 당 내부의 한목소리다. 대통령제 하에서 여당 1호 당원인 대통령의 활약상에 따라 여당의 질서 회복도, 지지율 상승세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도 이를 인식한 듯 특유의 거침없는 직진 주법으로 대통령과 여당이 동시에 겪고 있는 지지율 하락 위기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4·19 혁명 기념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4·19 혁명 열사가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사기꾼’이라는 말까지 소환했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 공식 기념사에서 사기꾼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즉각 역공에 나서, 윤 대통령의 정면 돌파가 곳곳에서 저항선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정공법을 통한 정부여당의 리더십 회복 성공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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