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대처·홍준표 해촉 과정 김기현 리더십 도마 위…“당지도부 선거 용산이 주도” 부작용에 대통령실 난감
김기현 대표가 비판 발언을 이어온 홍준표 대구시장을 상임고문에서 전격 해촉하며 사태를 진압하려 했지만 혼란은 더 가중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 도·감청 의혹 등 여러 악재로 골치가 아픈 용산 대통령실로선 여당의 혼란상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여당, 자고 나면 집안싸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이후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돌을 던지면 당내에서 격렬한 싸움이 일어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기현 대표도 “교통정리를 못 한다”고 당 안팎에서 난타를 당해 갈등은 더욱 증폭되는 모양새다.
전광훈 목사는 김기현 지도부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이 3·8 전당대회 직후 전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어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보수단체 행사에 참석해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발언까지 내놓으면서 정치권이 난리가 났다.
김 최고위원이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서 이 사태가 일단락되는가 싶었지만, 전 목사 스피커는 볼륨을 더 키웠다. 전 목사는 4월 10일 사랑제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게 각을 세우고 있는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을 비판한 뒤 “종교인의 감시가 없으면 정치인들의 자기 통제가 불가능하다”며 “(정치인들은) 전광훈 목사의 통제를 받으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김재원 최고위원님이 좀 실언했다 치자. 그럼 같은 당 사람이면 품어야죠. 이래 갖고 200석 하겠나”며 “우리 한국 교회 목표는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힘) 200석 서포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목사 발언 태도가 갈수록 기세등등해지자, 당내에서는 김 대표의 물렁한 리더십을 질타하는 훈수정치가 봇물을 이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4월 11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전 목사가) 황교안 대표 시절에 ‘180석 만들어주겠다’고 했는데 폭망했고, 김기현 대표에게는 ‘200석 만들어준다’는 황당한 말을 했다”며 “그런데도 (김기현 대표는) ‘그 사람 우리 당원 아니다’라고 소극적인 부인만 하면서 눈치나 보고 있다. 도대체 무슨 약점을 잡힌 건가”라고 질타했다.
홍 시장은 이날 오후에는 대구시청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 목사를 지목해 “이런 사람이 설치는 세상이 되어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한 뒤 “거기에 빌붙어 최고위원이나 당 간부 하려고 설치는 사람이 당을 운영해서 되겠느냐”며 당 지도부도 함께 겨냥했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우리 당 아니니까 조용히 계세요’라고 얘기를 해야 했다”며 “국민들이 볼 때 김 최고위원이 ‘왜 저기 가서 아부하지’라는 느낌을 준 것이 이 사달의 시작이기 때문에, 이런 것을 지도부가 엄정하게 막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탄핵을 당할 때 전 목사에게 너무 많은 빚을 져온 게 아니냐”는 뒤늦은 자성이 나온다. 지금 여당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판판이 깨지면서, 이에 대한 대항책으로 전 목사의 장외집회 군중 동원 능력에 많이 기댔고 그 이후 당원 모집 과정에서도 전 목사 세력에 의지했다는 것이다.
이 연장선에서 당내는 전 목사와의 절연 여부 및 방법을 두고 의견이 나뉘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완전 절연을 선언한 뒤 설화를 일으킨 김재원 최고위원을 징계해야 한다는 의견, 이에 맞서 “사실상 징계를 받았는데 또 징계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도 있다. 징계 불필요 주장에는 보수 강성 지지층에 미치는 전 목사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감안해야 한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의 발언이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됐다. 그는 4월 11일 ‘YTN 뉴스LIVE’에 출연해 “나라가 어려울 때 기독교인들이 구국의 일선에 나서는 것은 정당하다고 본다”며 사실상 전 목사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김기현, 칼 빼들었지만…
김기현 대표는 전광훈 목사 비판과 함께 자신을 향해서도 비난의 화살을 연이어 날려 온 홍준표 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전격 해촉하는 조치를 4월 13일 내렸다. 현직 지방자치단체장과 당 상임고문을 겸직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거론했지만, 이런 형태의 해촉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워 ‘미운털 뽑아내기’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앞서 홍 시장은 대구시장 위치에 있으면서 2022년 10월 정진석 비대위 당시 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
김 대표는 4월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전국 시·도당 위원장 회의를 소집, 직접 기강 잡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큰일을 하려면 집안 식구부터 잘 단속해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며 “조직 내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이 당 바깥의 다른 국민이나 외부 인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도록 말 하나, 행동 하나 모두 조심히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중앙당 윤리위원장에 황정근 변호사, 당무감사위원장엔 신의진 연세대 의과대 정신과학교실 교수를 각각 내정하는 등 당 지도부의 권한 행사를 위한 조직정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대표가 엄한 목소리를 내고, 조직 체계도 갖춰가고 있지만 당 내홍이 쉽사리 진정될 것으로 점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김 대표를 둘러싼 정통성의 위기가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 지원으로 그 자리에 올라섰다는 배후설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대표 스스로의 자율성이 떨어지고 결정에 대한 불신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많다. 결국 김재원 최고위원의 발언이 보여준 것처럼 당내 구성원들이 개별적으로 자기 세력을 확보해나가려는 원심력이 세다고 당내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상임고문에서 해촉된 홍준표 시장부터 발끈하고 있다. 그는 4월 13일 상임고문직에서 해촉된 직후 SNS에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다”며 “강단 있게 당대표하라고 했더니만 내가 제일 만만했는지 나한테만 강단 있게 하네요”라고 비판했다.
이어 “입당 30여 년 만에 상임고문 면직은 처음 들어본다. 어이없는 당이 돼가고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잘못되어가는 당을 방치하고 그냥 두고 가만히 보고만 있겠느냐”고 향후 공세를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이참에 욕설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시지요”라며 전광훈 목사와 당 지도부를 몰아붙였다.
#용산도 초긴장 상태
여당의 혼돈은 집권세력 전체를 흔드는 것으로 번질 수 있다. 용산 대통령실 긴장감이 커지는 배경이다. 거대 야당을 상대하기에도 벅차 보이는 여권이 집안싸움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한일정상회담 이후 야당의 친일 공세가 이어지고,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미국 정보기관 도·감청 의혹이 불거진 것도 큰 부담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은 물론, 국민의힘 지지율이 다시 하락 국면에 빠져든 것도 경계심을 확대시키는 부분이다. 더욱이 국민의힘 최대 지지층인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에서도 지지율이 높지 않은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열혈 지지층에서조차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당정 모두에 대한 피로감 때문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영남 출신이 아닌 윤 대통령이라 콘크리트 지지층이 없는데, 전당대회 이후의 혼란상이 가중되자 지지층조차 고개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당대표 선거를 사실상 용산이 주도했다는 이른바 ‘배후설’의 후폭풍도 대통령실 처지를 더욱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야당의 표현을 빌리면 점지하다시피 해서 김기현 대표가 됐는데 결국 걱정했던 대로 부작용이 번져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 부분을 파고들면서 대통령 책임론을 언급했다. 그는 4월 11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기현 대표가 취임하고 나서 국민의힘 지지도가 계속 내려가고 대통령 지지도도 내려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당을 100% 장악하려고 전당대회 룰(규칙)을 바꾸고 이 사람 저 사람 앉히고 그렇지 않았느냐”며 “대통령 의중에 따라 벌어진 일이다. 김 대표와 최고위원들 100%가 윤 대통령 의중에 따라 선출된 사람들”이라고 직격했다.
정치권 원로 박찬종 변호사도 같은 날 CPBC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컨벤션 효과를 볼 수 없었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전당대회가 마치 ‘김기현 신임투표’ 형태로 진행됐다”며 “전당대회 전에 이미 ‘윤심이 김기현이다’라고 교통정리를 해 컨벤션 효과가 어디 있었나”라고 꼬집었다. 그 역시 용산의 정치적 실수를 지목한 것이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당의 리더십이 흔들리니까 리더십을 얕본 일부 구성원들의 개인플레이가 잇따라 나왔고, 이것이 집안싸움으로 번지면서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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