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오른쪽)이 박재완 재정부 장관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아니나 다를까. 금융지주사들이 4곳의 저축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그것도 모두 유효경쟁이 성립됐다. 한국저축은행은 KDB금융(산업은행)이, 미래는 기업은행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2월 삼화저축은행(현 우리금융저축은행)을 인수해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재미를 본 우리금융은 솔로몬과 미래를, 하나금융은 솔로몬과 한국에 복수 입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이사회 반대’로 인수 의향을 접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예상했던 바’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금융당국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은행이나 금융지주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지주사가 대부분 정부 소유”라며 “하나금융의 경우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 나섰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금융위가 4대 금융지주사인 KB, 신한, 우리, 하나금융지주 임원을 불러 또 다시 저축은행 인수를 요청했던 것도 유효경쟁을 가능케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말과 달리 금융지주사와 보험사들이 쉽게 움직일 뜻을 보이지 않자 금융위가 직접 나선 것. 이 자리에서 금융위는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은행과 저축은행의 연계영업을 허용하는 등의 당근책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건네준 당근도 입찰 참여에 중요한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저축은행 매각은 금융위와 김석동 위원장의 바람(?)대로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간 ‘부실’한 게 아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인수의향서는 제출했으나 과연 실제로 인수할지 의문이라는 얘기가 벌써 나오고 있다.
만약 대형 금융지주사가 인수한 저축은행에 연계영업 등 혜택을 준다면 금융지주사에 속하지 않은 저축은행들은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한숨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저축은행에 대한 이미지가 가뜩이나 좋지 않은 터에 고객들이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을 훨씬 많이 찾을 것이 뻔하다. 일반 저축은행은 다른 대형 은행에 위탁 혹은 제휴해야 하는데 연계영업을 하는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과 영업환경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부실’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