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정 전 법무장관은 법률 서비스를 하는 로시컴과 자신을 고발한 변협 측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변협이 자리한 변호사 회관 전경.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따라서 이번 송사는 국내 변호사 대표 직능단체인 변협과 법조계 거물급 인사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변협 측 관계자와 고발 당사자인 김 전 장관을 직접 만나 로시컴 서비스에 얽힌 자세한 송사 내막을 들여다봤다.
기자는 지난 6월 20일, 김태정 전 법무부 장관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발한 변협(회장 신영무) 사무실을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변협 측 관계자에 따르면 고발장은 지난 3월,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으며 현재 중앙지검 형사 2부에 배당돼 고발인 조사를 한 차례 마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초 고발대상은 김 전 장관이 운영 중인 주식회사 로시컴 법인이었지만 최근에는 같은 혐의로 김 전 장관 개인을 추가로 고발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요직을 두루 거친 법조계 거물급 인사다. 특히 김대중 정부 시절, 법무부 차관과 검찰총장을 거쳐 1999년 5월에는 법무부 장관까지 역임했다. 하지만 당시 부인의 ‘옷 로비’ 사건으로 연일 구설수에 오르면서 15일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난 치욕을 겪기도 했다. 당시 사건으로 현직에서 완전히 물러난 김 전 장관은 2000년부터는 현재의 ‘로시컴’을 설립해 각종 온라인 법률 서비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변협 측의 고발 내용은 로시컴이 제공하는 일부 법률 서비스가 변호사법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변협 측 관계자는 “로시컴 측은 법무법인이 아닌 주식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자사의 법률전문 포털사이트를 통해 의뢰인과 변호사를 연계해주고 수임료 일부를 챙기고 있다. 결국 브로커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변호사법 34조 1항과 5항을 위반하는 행위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사법 34조 1항과 5항에 따르면 누구든 법률사건이나 법률사무의 수임에 관해서는 어떤 대가로 유인·알선해서는 안 되며 자가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해 보수나 이익을 분배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이 지난 2000년 설립한 로시컴은 현재 자사의 법률 포털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로시컴 측은 온라인 공간을 통해 법률 서비스를 희망하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과 로시컴에 등록된 변호사를 연결해주고 양측으로부터 일정 금액의 이용료를 챙기고 있다. 고객은 로시컴 사이트에 올라온 변호사들의 프로필을 직접 살펴볼 수 있으며 자신이 선택한 변호사와 060전화 혹은 이메일을 통해 법률상담을 받고 사건을 의뢰할 수 있다.
변협 측은 이러한 로시컴의 서비스 자체가 유인·알선 브로커 행위로 보고 있다. 로시컴 측에서 서비스를 통해 취하는 이용료의 성격이 변호사 수임료의 일부 분배된 금액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변협 측 관계자는 “변협 내부에서는 이렇게 영리를 목적으로 한 온라인 중개 서비스에 대해 불만이 증폭되어 왔다. 내부 회의 결과, 변호사법에 저촉된다는 판단이 나왔다. 온라인 중개 서비스를 하고 있는 몇몇 업체가 있지만 전부 고발할 수는 없기 때문에 대표적 케이스로 로시컴을 고발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일로 나를 한낱 브로커로 취급하고 있는 외부 시선에 굉장한 모멸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가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는 절대 변협 측이 문제 삼고 있는 브로커의 소개·알선행위가 아니다. 로시컴은 절대 변호사와 고객 간에 개입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순히 고객과 변호사를 연결해주는 시스템 및 인프라만 제공해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수임료 분배 의혹에 대해서는 “변협 측에서 주장하고 있는 수임료 분배는 사실이 아니다. 고객과 변호사 간 수임료 결제는 로시오피스에서 구축한 결제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시스템 이용료와 ARS상담에 필요한 060통신시설에 대한 일정 금액의 수수료만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시스템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이다. 변호사 수임료와는 전혀 별개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 전 장관은 자신을 고발한 변협 측에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변협 측의 고발 취지에 대해 “변협은 로시컴과 나를 하나의 케이스로 삼아 고발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들어 온라인을 통한 변호사 중개 서비스의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와 같은 온라인 서비스가 변호사법 위반행위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무리수를 띄운 것이다. 변협 쪽에서는 법적 고발 이전에 중립 기관의 법적 판단과 자문을 구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김 전 장관은 변협 측의 고발을 피하지 않고 적극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고발장이 접수된 이상, 검찰이 소환한다면 직접 나가 조사에 응하겠다. 또 조만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밝힐 것이며 기회만 된다면 변협 측과 이 문제를 두고 공개토론을 벌이고 싶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