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사장. 임준선 기자 |
최지성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장으로 임명되자마자 수면 위로 부상한 것 중 하나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후계 승계 가속화’다. 이재용 사장의 ‘멘토’로 불릴 만큼 최 실장이 워낙 이 사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삼성 내부 직원들 역시 최 실장이 이 사장의 직계라는 것을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여기에다 미래전략실 서열 2위이자 옛 구조조정본부 등 삼성 비서실 경력이 화려한 장충기 차장(사장)이 최 실장과 대학 선후배(서울대 무역학과) 사이이며 똑같이 삼성물산 출신이라는 점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상훈 전략1팀장 등이 ‘이재용 사람’으로 분류된다는 점도 이 사장의 후계 승계 가속화에 힘을 보탠다.
때마침 삼성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재용 사장의 후계 승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그동안 수면 아래서 잠복해 있던 이야기들이 최 실장 부임을 계기로 부상하고 있는 것. 무수한 이야기 중 주목할 만한 대목은 삼성SNS가 이재용 사장의 후계 승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회사 중 하나라는 것이다.
1993년 삼성전자의 자회사로 서울통신기술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태어난 이 회사는 지난 3월 16일 주주총회에서 삼성SNS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재용 사장이 8.81% 지분을 보유, 개인최대주주로 있는 삼성SDS와 함께 대표적인 ‘이재용 회사’로 통한다. 이재용 사장이 45.69%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으며 삼성전자(35.47%)가 2대주주다. 둘의 지분을 합하면 81.16%. 이쯤 되면 이재용 사장의 회사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다만 이 사장은 삼성SNS의 임원으로 등재돼 있지는 않다.
삼성SNS의 종업원은 약 950명이며 지난해 매출액은 4995억 원, 올해 예상 매출액 5500억 원으로서 ‘삼성 가족’이라고 하기에는 소규모에 속한다. 그럼에도 이 회사가 주목받는 까닭은 이재용 사장의 지분 외에도 삼성SDS와 합병설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하이패스 사업으로 성장한 삼성SNS의 법인등기부상 사업목적은 대부분 전기통신·인터넷 관련 사업이다. 회사 매출의 70% 정도는 통신기지국이나 중계기 등을 설치·유지·보수하는 통신시설 및 설비 사업이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30%는 보안도어록, CCTV 시스템 등 홈네트워크(HN) 사업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말이다. 쉽게 말해 보안·통신 관련 하드웨어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다. 정보통신공사협회가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에서 10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회사다.
삼성SNS는 고속도로 하이패스 분야를 기반으로 한때 내비게이션 사업에도 진출했으나 현재는 사업을 접은 상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삼성SNS 측은 “사업을 접은 게 아니라 확장을 하지 않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통신기술 시절부터 내부에서는 이런저런 소문이 나돌았다는 것이 내부 직원들의 전언이다. 소문들을 크게 세 가지로 간추려보면 첫째 ‘사명을 삼성으로 바꾼다’, 둘째 ‘사옥을 이전한다’, 셋째 ‘삼성SDS와 합병한다’다. 이 가운데 사명 변경은 이미 실행됐고 사옥 문제는 지금의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서 수원으로 이전하는 것이 추진됐으나 보류된 상태라고 한다. 삼성SDS와 합병과 관련해 삼성SNS의 한 직원은 “합병에 대해서는 임원부터 말단 직원까지, 우리는 물론 그들(삼성SDS)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삼성SDS나 삼성SNS 측 모두 “사실무근이며 회사에서는 검토해본 적도 없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만약 삼성SDS와 삼성SNS가 합병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SNS의 보안·통신 관련 하드웨어와 삼성SDS의 소프트웨어가 조화를 이루면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둘의 합병설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 중 하나다. 또 둘이 합병한다면 이재용 사장의 지분이 늘어나고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지는 것은 자명하다.
삼성SDS와 삼성SNS의 덩치는 아직 비교할 수준이 못된다. 지난 5월 15일 분기보고서 기준으로 삼성SDS의 자산은 4조 원이 넘는 데 반해 삼성SNS의 자산은 3114억 원에 불과하다. 지난 1분기 매출액은 삼성SDS가 1조 2178억 원, 삼성SNS가 1343억 원이다. 자산과 매출액에서 10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비상장사인 두 회사의 주가는 지난 21일 현재 장외에서 삼성SDS가 10만 2000원, 삼성SNS가 6만 1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SNS의 또 다른 직원은 “SDS와 SNS의 주가는 보통 2 대 1로 움직여왔다”며 “일부에서는 둘의 주가가 1 대 1이 되면 합병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회사 덩치로 보나 매출로 보나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얘기가 나오는 것에는 그만큼 삼성SNS가 몸집을 불릴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다. 실제로 삼성SNS가 급격히 몸집을 불리고 있는 정황들이 감지되기도 한다.
▲ 이재용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SDS와 삼성SNS. 삼성SNS는 서울통신기술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삼성’이란 간판을 넣어 뿌리가 어디인지 확실히 밝혔다. 박은숙 기자, 임준선 기자 |
몸집을 키우기는 삼성SDS도 마찬가지다. 2009년 삼성네트웍스를 흡수·합병했고 2010년에는 티맥스코어를 인수했다. 또 크레듀의 지분을 꾸준히 매입, 지난해 1대주주로 올라섰다.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상장 문제는 주주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다. 두 회사와 관련된 주주들의 게시판에는 두 회사의 합병·상장에 대한 의문 등이 종종 올라오고 있다. 지난 3월 16일 주총에서도 이에 대한 주주들의 질문이 있었을 정도다.
삼성SDS의 상장과 관련해서는 이재용 사장을 비롯해 김순택 전 미래전략실장 등 삼성 측에서 여러 차례 “아직 구체적인 상장 계획이 없다”고 밝혀왔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상장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빠르게는 ‘내년 초 상장할 것’이라는 얘기도 돌고 있다. 또 ‘삼성SDS의 단독 상장은 힘들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즉 ‘합병 후 상장’이 수순이라는 것이다.
앞서의 삼성SNS 직원은 “내부적으로도 삼성SDS의 내년 초 상장설이 돌고 있다”며 “하지만 SNS와 합병 후 상장이 더 유력하기에 삼성SDS의 상장은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삼성SDS 관계자 역시 “내년 초 상장설을 듣긴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3월 16일 사명 변경과 함께 최창수 전 삼성전자 북미총괄사장이 삼성SNS의 새 대표로 부임했다. 전임 김정묵 대표는 부임한 지 1년 만에 물러났다. 일부에서는 최 사장 부임으로 합병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 같은 점들이 맞아 떨어진다면 삼성SDS와 삼성SNS에 모두 지분이 많은 이재용 사장의 영향력이 막강해질 수 있다. 이 사장의 직계 최지성 실장의 부임과 미래전략실의 변화에 맞춰 이재용 사장의 후계 승계 문제가 부상하고 있는 이때 이 사장이 최대주주인 삼성SNS에 눈이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