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약관상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청약 시 청약서에 질문한 사항에 대하여 알고 있는 사실을 반드시 사실대로 알려야 한다. 상법에 정하고 있는 의무사항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즉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사실과 다르게 알린 경우에 보험사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장을 제한할 수 있다. 보험사가 청약서에서 서면으로 묻는 사항은 모두 중요한 사항이다.
하지만 ①보험사가 알았거나, 실수로 알지 못하였거나, 안 날로부터 1개월이 지났거나 ②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2년이 지났거나 ③계약일로부터 3년이 지났을 때 ④회사가 건강진단서 등을 보고 승낙한 때 ⑤보험설계사가 고지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거나 방해하거나 부실고지를 권유했을 때, 다섯 가지의 경우에는 알릴 의무를 위반했다 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한다.
그래서 일부 보험설계사는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하여 종종 고혈압 당뇨 등 흔한 성인병이 있는 소비자들에게 고지하지 말고 청약해도 3년이 지나면 다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부실고지’를 유도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3년 이내에는 입원 통원 등 작은 보험사고가 발생해도 보험금을 청구하지 말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렇게 가입한 뒤 들통 나 계약을 해지당하고 민원을 내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보험사들은 대개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 보험금을 지급하기 전 알릴 의무의 이행 여부를 따진다. 병원의 진료기록을 요구하거나, 이를 열람할 수 있는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떼어 달라고 해 계약자 거주지 주변의 병원을 샅샅이 조사하고, 가능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치료기록을 열람해서 계약자의 고지의무 위반을 찾아낸다.
여기서 가입 당시 고지의무 위반의 질병과 보험사고 질병의 인과관계가 있으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고지의무 위반으로 계약을 강제 해지시킨다. 인과관계가 없다면 보험사고의 질병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하고 앞으로 더 많은 보험금이 지급될 것을 우려해서 아예 고지의무 위반으로 계약을 해지시킨다. 실제 약간의 고혈압을 고지하지 않고 보험에 들었다가 암에 걸려 암 진단비와 입원비를 청구하자, 500만여 원을 지급받고 계약을 해지당해 1억 원의 사망보험금을 못 받은 사례가 있다.
또한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계약일로부터 3년이 지났을 때도 약관상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하였지만, 가입 당시의 질병과 보험사고 질병이 인과관계가 있다면 보험사는 보험사기로 경찰에 고발하여 형사처벌로 무효 처리하거나, 민법103조(반 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따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라는 조항을 들어 지급을 거부한다.
모쪼록 알릴(고지)의무는 청약서에서 질문한 내용 그대로 있는 대로 제대로 알려야만 뒤탈이 없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 www.kfc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