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유통강자 역설적으로 이커머스 힘 못써…롯데쇼핑 “3분기 연속 적자폭 감소 등 실적 개선 중”
#2분기 연속 쿠팡에게 밀린 롯데쇼핑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유통업체의 영업이익은 신세계그룹의 9개 유통사업 부문이 1458억 원, 쿠팡 1362억 원, 롯데쇼핑 1125억 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매출에서는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신세계그룹의 1분기 매출은 8조 6988억 원, 쿠팡은 7조 3990억 원, 롯데쇼핑은 3조 5616억 원이었다. 쿠팡 매출이 롯데쇼핑 매출 2배를 넘었다.
영업이익에서 쿠팡이 롯데쇼핑을 제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쿠팡의 2022년 4분기 영업이익은 1133억 원으로 같은 기간 1010억 원을 기록한 롯데쇼핑을 앞섰다. 올해 1분기 양사의 영업이익 차이가 더 커진 셈이다.
사실 롯데쇼핑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대비 64% 늘어났다. 그러나 롯데쇼핑의 실적 개선은 백화점이나 마트 등 오프라인 분야에서 주로 이뤄졌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사실상 종식되면서 이에 대한 반사이익을 본 것이다. 롯데쇼핑은 올해 1분기 백화점 부문에서 1310억 원, 마트·슈퍼 부문에서 320억 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가뒀다. 각각 21.1%, 91.8% 늘어난 수치다.
반면 롯데쇼핑 e커머스 부문은 2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매출은 지난해 1분기 대비 10.5% 늘어난 290억 원을 기록했다. 쿠팡의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1분기보다 20%가량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더디다. 롯데쇼핑으로서는 쿠팡과의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사실 롯데그룹은 유통업 전반에서 넓은 포트폴리오와 강력한 구매력, 이를 뒷받침하는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를 온라인에 전달할 플랫폼이 힘을 못 쓰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이 상대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온은 2020년 신동빈 회장 주도로 론칭됐다. 롯데온은 당시 존재하던 롯데그룹의 7개 계열사 온라인 쇼핑몰을 한데 묶었다. 신세계그룹이 2014년 이마트·신세계 온라인 몰을 통합하고, 2018년에는 통합법인 쓱닷컴(SSG.COM)을 론칭한 것을 감안하면 롯데온은 상대적으로 뒤늦은 출발이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온 출범을 앞두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연 1조 원의 적자를 내는 기업은 우리의 경쟁상대가 아니다”라고 언급해 주목 받았다. 쿠팡은 당시 만년적자에 시달렸음에도 사업 확장에 몰두해왔다. 유통업계에서는 전통의 유통 강자 롯데그룹이 쿠팡을 평가절하했다고 해석했다. 롯데온이 부진한 사이 쿠팡은 성공적인 기업공개(IPO)에 힘입어 3분기 연속 흑자에 성공하며 올해 연간 흑자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시작부터 삐걱, 시장은 포화 단계
롯데온은 출시 직후부터 진통을 겪었다. 트래픽 과부하에 따른 접속장애, 검색 오류 등의 사고가 속출했다. 롯데온 론칭을 이끈 조영제 전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장은 2021년 2월 사임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사업 부진에 대한 경질조치였다”고 귀띔했다. 롯데쇼핑 e커머스의 매출은 2021년 1082억 원에서 2022년 1131억 원으로 고작 4.5%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이커머스는 지난해 1560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뒀다. 매출보다 영업손실액이 더 큰 것이다.
역설적으로 롯데그룹이 전통의 유통 강자라는 점이 온라인 사업 전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따른다. 롯데쇼핑은 50년 이상 사업을 펼쳐오며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아울렛, 롯데하이마트 등 수많은 오프라인 유통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 전반에 오프라인 소매 유통업의 DNA가 박혀 있어 온라인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1분기 이커머스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6% 수준에 불과하다.
계열사별 파벌이 발목을 잡는다는 뒷말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1996년 첫 온라인 쇼핑몰을 연 후 각 사업별로 별도 온라인 몰을 운영해왔다. 롯데쇼핑 내 7개 사업부가 별도로 온라인 몰을 운영해온 것이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롯데온은 통합 과정에서 각 부서의 자리다툼 때문에 진통을 겪었고 현재도 이 진통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e커머스 시장은 포화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e커머스 시장은 2018~2021년 15.3~17.5%의 고성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2022년의 성장률은 9.5%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유통업계 전체에서 온라인 유통업의 점유율은 2021년 말 48.4%에서 2022년 말 48.6%로 0.2%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시장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한국딜로이트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상위 250개 유통기업 중 국내에서 이름을 올린 기업은 이마트(60위), 쿠팡(74위), 롯데쇼핑(91위) 등이다. 1년 전과 비교해 쿠팡의 순위는 24계단 오른 반면 롯데쇼핑은 15단계 하락하면서 순위가 역전됐다. 2016~2021년 5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이마트 10.8%, 쿠팡 61.7%인 반면 롯데쇼핑은 마이너스(-) 7.1%로 도리어 사업이 축소됐다.
롯데쇼핑이 이커머스에서 부진하는 사이 롯데그룹의 재계서열은 5위에서 6위로 한 계단 떨어졌다. 롯데그룹의 주요 사업도 유통에서 화학·에너지 등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물론 롯데쇼핑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롯데쇼핑은 영국 온라인 유통 업체 오카도와 손잡고 롯데온에 스마트솔루션을 도입할 계획이다. 협력 모델은 2025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롯데쇼핑 관계자는 “지난해 뷰티·명품·키즈 버티컬서비스(전문관)를 오픈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며 “3분기 연속 적자폭이 줄어드는 등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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