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EU와 미국이 두 기업 합병에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중간심사보고서를 통해 “합병이 진행되면 한국과 독일·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 간 4개 노선에서 승객 운송 서비스 경쟁이 위축되고, 유럽과 한국 사이 모든 화물 운송 서비스의 경쟁도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입장도 비슷해 보인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DOJ)는 지난 22일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급 경쟁자가 없으면 합병 승인이 어렵다고 대한항공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미국 DOJ로부터 합병 승인이 어렵다는 내용을 접수받은 바 없고, 합병 불허 소송 여부 또한 전혀 결정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EU와 미국의 현재 반응이 기업결합 최종 결과와 직결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오는 8월 내로 기업결합 승인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항공과 아시나아항공 합병이 무산된다면 불똥은 산은에 튈 수 있다. 산은은 이미 해외 기업결합심사에서 국내 기업 간 합병이 무산된 경험이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월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두 기업 결합이 LNG운반선 시장 지배력을 키워 경쟁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당시 산은은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했지만 대우조선해양이나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기업이 마땅치 않았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로 실적에도 큰 타격을 입고 있던 터라 이전 협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포기하기도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시 산은이 해외 결합심사까지 검토할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며 “아시아나항공에 수조 원을 쏟아부었기에 공적자금 회수가 더 중요했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대한항공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은이 주관사로서 이들의 인수 과정을 더 세심히 살폈어야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에 더 잘 챙겼어야 한다. 산은은 (대한항공을 선택한 것이) 나름의 묘수였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의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삐끗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들도 공정위의 기조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본다. 산은이 공정위에 더 긴밀하게 협조를 요청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매각 불발 당시 “EU 측의 불승인 결정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 두 업체 간 기업결합은 어렵게 됐으나 정부와 관계기관은 조선산업 여건 개선을 최대한 활용해 국내 조선산업 경쟁력 제고와 대우조선 정상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을 뿐이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책임론을 묻는 말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문제는 향후 유사한 사례들이 더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자산 효율화를 이유로 공공기관의 자산 매각에 적극적이다. 강석훈 산은 회장 취임 후 산은의 기업 경영 컨설팅 기조도 바뀌었다. 부실기업 구조조정보다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원자력, 전기차 등 유망 신산업에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약 21년 만에 산은 품에서 벗어나 한화그룹에 새 둥지를 틀었다.
현재 산은이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인 기업은 HMM, KDB생명, 한국GM, 케이조선 등이다. 산은의 기조 변화가 성급한 매각 협상대상자 선정과 인수 과정에서 부실한 협조가 도마 위에 오를 수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산은에는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기업들을 위탁하는 국책은행으로서 역할이 있다. 산업을 어떻게든 발전시키고 기업들을 회생시키는 매각 주관사 같은 역할이 있기에, 이에 대해서는 회장의 경영 철학이 개입되는 게 아니라고 본다”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