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을 살 때 건강을 생각한다면 다양한 곡물을 사용하고 자연발효를 한 제품을 골라야 한다. 사진은 지난 6월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동네빵집 페스티벌’. 일요신문 DB |
▲ ‘동네빵집 페스티벌’. 일요신문 DB |
제과부문에서는 지난 2000년 처음으로 명장이 탄생했으며 지금까지 단 8명만 명장의 자리에 올랐다. 공장에서 찍어낸 천편일률적인 맛을 가진 프랜차이즈 빵집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고유의 손맛을 가진 빵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세상. 7인의 ‘대한민국제과명장’이 직접 밝히는 ‘맛있고 건강한 빵’ 고르는 법을 공개한다.
한평생 빵만 생각하며 살아온 명장들이기에 ‘맛있고 건강한 빵’에 대해 묻자 갖가지 조언이 쏟아져 나왔다. 각자 전문분야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빵 고르는 방법에 있어서만큼은 모두가 유사한 지론을 갖고 있었다. 7인의 명장이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건강빵으로 추천한 제품은 호밀을 사용한 빵. 밀가루보다 소화가 잘 돼 누구나 부담감 없이 먹기 좋다고 한다.
하지만 뽀얗고 폭신한 빵에 익숙한 이들에게 호밀로 만든 빵은 ‘맛없게 생긴 빵’으로 칠 수도 있어 꺼려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서정웅 명장(63)은 “국내에서 건강빵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부분은 독일에서 주식으로 먹는 것들이다. 이러한 빵은 대체로 짙은 갈색이나 검은색을 띠고 있어 처음엔 눈길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며 “게다가 거친 느낌이 들기 때문에 더욱 꺼려지기도 하는데 호밀로 만든 빵은 섬유질이 많아 장 청소에도 좋고 한 번 맛을 들이면 특유의 감칠맛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하나 건강하고 맛있는 빵의 기본 조건은 ‘최상의 재료’다. 김종익 명장(76)은 “빵을 만들 때도 소금이 들어간다. 다른 재료에 비하면 극소량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 가끔 빵을 사먹으면 쓴맛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있는데 이는 질 떨어지는 소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며 “좋은 재료로 만든 빵은 좋은 향과 좋은 맛을 내게 돼 있다”고 말했다.
신선한 재료와 다양한 곡물을 사용한 빵도 좋지만 진정한 건강빵이 되려면 자연발효는 필수다. 이스트를 넣어 만든 빵은 발효시간을 단축시켜 단시간에 대량생산을 할 수 있지만 맛과 영양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자연발효 방식을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스트가 몸에 해로운 물질은 아니지만 인공적으로 배양한 효모이기 때문에 위에 부담감을 줄 수 있어 자연발효법이 주목받고 있는 추세다.
함상훈 명장(54)은 “자연발효로 만든 빵은 풍미가 매우 좋다. 문제는 자연발효를 한 빵과 이스트를 사용해 만든 빵의 차이를 눈으로 구별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맛을 보면 누구나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며 “자연발효를 통해 생산된 빵은 또한 보존기간도 길다. 맛있는 빵을 고르기 위해서는 다양한 빵을 직접 먹어보고 비교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눈으로 빵을 구별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영모 명장(59)은 “빵맛은 재료와 정확한 공정과정, 그리고 어떻게 관리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요즘에는 원재료와 영양성분을 공개하는 빵집이 많아 이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며 “공정과정을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없지만 결과물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무리 재료가 좋고 잘 구운 빵이라도 제대로 된 공정과정을 지키지 않으면 먹음직스러운 색깔이 안 난다”고 말했다.
김 명장은 이어 “일부 빵집에서는 광택제를 발라 인위적으로 빛깔을 내려고 하는 곳이 있다. 하지만 공정과정을 잘 지켜 만들어진 빵은 자연적으로도 윤기가 돌면서 먹음직스러운 색깔이 난다”며 “주로 먹는 바게트의 경우 손으로 집으면 바삭거리는 느낌이 나는 것이 신선하고 맛이 좋다”고 설명했다. 또한 식빵은 냉동보관 후 상온에서 해동해 먹거나 토스트기를 이용해 구워먹는 것이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는 팁도 전했다.
임헌양 명장(73) 역시 색깔을 통해 맛있는 빵을 고르는 방법을 전했다. 임 명장은 “통밀을 많이 사용할수록 거칠고 검은빛이 돌기 때문에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지는 못하나 이런 제품이 맛있는 빵”이라며 “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으로 거친 입자를 확인할 수도 있다. 식감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단맛이 강한 주스보다는 우유가 더 잘 어울리는 식품”이라고 말했다.
“빵도 된장과 다름없다”는 안창현 명장(52)의 빵 고르는 노하우는 간단하면서도 깊은 뜻을 담고 있다. 안 명장은 “빵도 발효음식이라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면 소화흡수도 잘되고 영양도 풍부하다. 대부분의 건강빵은 토핑을 올리지 않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며 “자연발효를 통해 생산된 빵은 색깔이 진하고 거친 질감을 가진다. 투박하고 다소 볼륨감은 떨어질 수 있으나 깊은 맛은 따라올 수 없다. 식빵도 첨가제가 많이 들어가면 말랑거리는 느낌이 강해 부드러운 맛은 있을지 몰라도 제대로 된 풍미를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특별한 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케이크나 아이들이 선호하는 과자류는 일반적인 빵 고르는 방법과 다소 차이가 있다. 박찬회 명장(60)은 “대부분 사람들은 갓 나온 빵이 신선하고 맛이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일부 제품은 예외”라며 “케이크나 과자류는 금방 만들어진 것보다 하루 정도 시간이 지난 제품이 더욱 맛있다. 수분이 전체적으로 퍼져 촉촉해지면서 더욱 깊은 풍미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육안으로도 생크림이 말라있고 수분기가 없어 보이는 제품은 선택을 피해야 한다. 박 명장은 “제품을 만든 뒤 오랜 시간 방치해 두면 생크림이 마른다. 이런 제품은 맛도 떨어질뿐더러 가정에서 보관하기도 쉽지 않아 피하는 것이 좋다”며 “일반적인 빵도 오븐에서 금방 꺼내 아주 뜨거운 상태보다는 실내온도까지 떨어졌을 때가 본연의 맛을 느끼기에 가장 적당하다”고 덧붙였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온도·재료…손으로 느껴라
박찬회 명장은 “무엇이든 몸으로 움직여 터득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근면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중도의 길’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는 “원칙을 지키되 이를 핑계로 너무 느리게도 걷지도 말며 과한 욕심을 부려 너무 서두르지도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패를 잊지 말라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사례만 기록할 뿐 실패했던 경험은 잊어버리려 한다. 하지만 두 번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실패사례를 기록해야 한다.” 임헌양 명장이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수백, 수천 번의 실패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그는 “모든 빵은 온도와 재료 등 제각기 특성을 꼭 자신의 손으로 느껴볼 것”을 당부했다.
#최고라는 생각을 버려라
명장의 길은 ‘자전거 바퀴를 굴리는 것과 같다’는 김종익 명장은 “내가 최고라는 생각을 버리고 고객이 추구하는 것을 바라보라”고 조언했다. 김 명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것이 되풀이 되면 성공의 길을 걷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직하라
“기초가 잘 다져져야 가속이 붙는 것”이라며 ‘정직’을 몸에 배게 만들어야 한다는 서정웅 명장. 정직하지 못하면 당장 맛에서 티가 나고 이는 고객들이 먼저 알아챈다는 것이 서 명장의 지론이다. 또한 그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무시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기본이 안 되어 있다면 곧 자멸하는 길을 걷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성과 인격, 다양한 지식을 갖춰라
“스스로 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성공이 따라온다”는 김영모 명장은 기능인들이라면 꼭 갖춰야 할 세 가지를 언급했다. 그는 “한 가지 분야에 평생을 바치는 기능인들에게 전문성은 기본이다. 또한 편협한 시각에서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지식습득은 필수며 여기에 올바른 인격을 갖췄다면 그가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원칙을 지켜라
당장의 이익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키울 것을 강조한 안창현 명장은 “기본은 늘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쉽게 배우면 금방 무너질 수 있다. 후배들도 우리의 천연발효와 같은 전통기술을 지키려는 마음가짐을 지녀야 하며 원칙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들과 똑같이 하려하지 말라
함상훈 명장은 지금도 새벽 두세 시에 잠드는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다음날 사용할 반죽을 준비하고 작업장을 정리한 이후에야 잠을 청하는 것. 이제는 한걸음 쉬어가도 되지 않느냐는 주변의 말에 함 명장은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놀고 싶을 때 놀고 자고 싶을 때 자면 언제 자기개발을 하느냐”고 반문한다. [박]
▲ 대전의 성심당. |
안 먹어 봤으면 말을 하지마~
금강산도 ‘빵후경’. 바캉스의 계절, 평소에는 맛볼 수 없는 지방의 유명 빵집들을 소개한다. 제일 먼저 대전의 ‘성심당’. 지난 2011년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의 그린가이드 한국편에 당당히 선정된 곳이다. 1956년 대전역 앞의 작은 찐빵집으로 시작한 성심당은 이제 단일 윈도우 베이커리로는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성심당의 대표 제품은 ‘튀김소보로’. 지난 1980년 처음 튀김소보로가 나왔을 때는 이 빵을 사기 위해 번호표를 받아 대기를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포장 빙수를 처음 개발해 전국적으로 히트를 치기고 했다. 아무리 유명한 곳이라도 ‘사고 나서 내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할 수도 있겠지만 성심당에서만큼은 그럴 필요가 없다. 어떤 빵이든 ‘무한시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성심당과 함께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빵집이 있었으니 바로 경상북도 안동에 위치한 ‘맘모스제과’다. 1970년 안동교육대학교 내 매점에서 영업을 시작했으나 보다 많은 이들에게 맛있는 빵을 제공하고자 현재의 자리에 ‘맘모스제과’를 열었다. 팥과 완두 앙금, 밤의 환상적인 조합을 맛볼 수 있는 ‘맘모스 빵’이 가장 인기를 얻고 있으며 ‘제대로 된’ 맛내기가 어렵다는 ‘마카롱’도 이집의 대표 메뉴다. 맘모스제과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철재료를 이용해 빵을 만들기에 최고의 신선함의 자랑한다.
대구에는 할아버지가 손자의 손을 잡고 찾는 빵집이 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1957년 문을 연 이래 3대가 이어 운영하고 있는 ‘삼송베이커리’.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함은 없지만 그 옛날 소박했던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유난히 단골이 많은 빵집이기도 하다. 여기에 한 번 맛보면 그 맛을 잊을 수 없다하여 ‘마약빵’이라 불리는 ‘콘크림치즈빵’도 삼송베이커리를 잊지 못하게 한다. 튀기지 않고 구워 만든 크로켓 역시 이곳을 찾는 이들은 꼭 한 개씩은 구입해가는 베스트셀러다.
54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백구당’은 부산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빵집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제품개발에도 힘써 빵의 종류도 다양하다. 1960년대 이미 140여 종의 빵을 생산한 데 이어 현재는 240여 종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을 정도다. 때문에 남녀노소 누가 찾아와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빵을 맛볼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백구당이 자신 있게 추천하는 빵은 쑥쌀식빵. 지난 2010년 베이커리페어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제품으로 건강과 맛을 동시에 사로잡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부산 빵집을 거론하면서 ‘옵스(OPS)’를 빼놓을 수는 없는 일. 이미 유명세가 전국으로 퍼져 택배신청도 끊이지 않는 빵집이다. 옵스의 절대매력은 냉동생지를 전혀 쓰지 않고 모든 빵을 그때그때 굽는다는 점이다. 그 흔한 식빵조차도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반죽부터 굽는 과정까지 100% 사람 손으로 만든다고 한다. 아이들이 학원 가기 전에 먹는 빵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학원전’과 어른 손바닥만 한 ‘왕슈’를 비롯해 각종 롤케이크까지 인기 제품만 골라먹어도 배가 빵빵해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은 어디일까. 정답은 전라북도 군산에 위치한 ‘이성당’. 일본인이 운영하던 화과자점을 1945년 인수해 지금에 이르렀다. 이성당의 최고 인기 메뉴는 빵집이라면 기본으로 갖추고 있어야 단팥빵과 야채빵이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세월을 바탕으로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빵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밀가루를 섞지 않고 쌀로 만드는 빵은 지난 2010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제빵왕 김탁구>의 소재로 활용돼 더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바게트와 새우의 만남. 전라남도 목포의 제일가는 빵집 ‘코롬방제과’의 베스트 메뉴다. 일명 ‘새우바게트’로 불리는 이 빵은 선뜻 맛을 상상하기 어려우나 ‘연유바게트’와 함께 당당히 코롬방제과를 대표하는 메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바게트만큼이나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제품은 ‘생크림’이다. 1949년 오픈한 코롬방제과는 인근에서는 처음으로 생크림케이크를 선보였을 정도로 생크림에 대한 특별한 노하우가 담겨있다. 때문에 “목포에 들르면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코롬방제과의 생크림케이크를 먹을 배는 남겨둬야 한다”는 말이 전설처럼 내려온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