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렌털 웅진에버스카이 자본잠식, 비건 화장품도 성과 미미…믿을 곳은 주력 계열사 웅진씽크빅뿐
#해외 정수기 렌털, 비건 화장품 사업 모두 궤도 못 올라
웅진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몸집을 키우며 2013년 4조 원에 가까운 자산을 기록했으나 현재 자산은 1조 원 수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규모기업집단에서는 2014년 제외됐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웅진그룹은 지주사인 웅진을 중심으로 16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10년 전인 2013년과 비교하면 9개가 줄었다.
주력 계열사인 웅진씽크빅과 웅진씽크빅 자회사 4곳이 교육 연관 사업에 진출해 있다. 웅진 내 대표적인 비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웅진에버스카이는 튀르키예 정수기 렌털사업을 위해 설립됐다. 웅진투투럽과 웅진휴캄은 화장품 사업을 맡고 있다. 웅진플레이도시는 경기도 부천에서 워터파크와 스파온천을 운영하는 법인이다.
이들 비주력 계열사 실적은 부진하다. 우선 웅진이 지분 75.63%,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윤형덕 렉스필드 컨트리클럽 부회장이 18.12%, 차남 윤새봄 웅진 대표가 6.25%를 보유한 웅진에버스카이는 2015년 설립됐다. 하지만 경영 상태는 좋지 못하다. 1분기 기준 웅진에버스카이는 자본이 마이너스(-) 126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웅진 이사회는 1년에 한 번씩 웅진에버스카이에 빌려준 95억 원가량의 대여금 만기만 연장해주고 있다.
웅진에버스카이의 1분기 매출은 1억 8000만 원에 불과하다. 순손실 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순손실은 7억 8000만 원에서 62% 줄었으나, 매출도 2억 1800만 원에서 17% 감소했다. 지난해 웅진에버스카이의 매출은 8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사업 초기인 2018년 매출(19억 원)보다도 줄었다. 별도 기준 영업손실은 2021년 8억 원, 2022년 4억 원, 올해 1분기 2억 원 수준이다.
렌털 업계에 따르면 해외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까지는 최소 7~8년이 걸린다. 브랜드를 알리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초기 비용도 많이 든다. 가령 코웨이의 말레이시아 법인이 최근 호실적을 내고 있지만, 이 법인이 설립된 시점은 2006년이다. 이 때문에 성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웅진에버스카이의 경우 튀르키예를 둘러싼 상황이 변수다.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연일 갈아치우며 국가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화장품 사업을 영위하는 비주력 계열사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웅진이 27.8%, 웅진생활건강이 5.6%, 오너 일가가 66.6%를 보유한 웅진휴캄은 비건 화장품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웅진휴캄의 1분기 매출은 5억 원, 순손실은 2억 7000만 원을 기록했다. 웅진이 1분기 웅진휴캄으로부터 매입한 비용은 2억 6000만 원 정도다. 지난해 매출은 11억 4300만 원으로 2021년(4억 4500만 원) 대비 157%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순손실도 8억 5000만 원에서 13억 1000만 원으로 54% 증가했다.
여러 제품 라인업을 선보이는 일반 화장품 브랜드와 다르게 웅진휴캄은 비건 브랜드만 공략한다. 전망은 엇갈린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생활산업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비건 화장품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비건 제품을 꼭 써야 한다는 인식도 아직 부족하다. 피부에 대한 안전성을 다 따져보고 사는 ‘클린뷰티’가 이슈가 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비건 시장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가치 소비 측면에서도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판매로 이뤄지지는 않는 현상이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화장품 업체인 웅진투투럽의 지난해 매출액은 66억 원으로, 2021년 매출(80억 원) 대비 18% 줄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4억 원을 기록했다. 웅진투투럽은 미국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더말로지카’의 국내 독점 판권을 갖고 있다. 웅진투투럽은 웅진이 74.33%, 오너 일가가 25.67%를 보유하고 있다.
테마마크를 운영하는 웅진플레이도시 경영 상황도 좋지 못하다. 1분기 기준 웅진플레이도시의 자본은 –571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현재 웅진은 웅진플레이도시 지분 80.26%를 보유하고 있다. 웅진은 2014년 웅진플레이도시 지분 매각을 위해 매각주관사를 선정했지만 아직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다만 웅진플레이도시의 지난해 매출은 228억 원으로 2021년(121억 원)보다 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억 890만 원에서 52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오너 일가가 55.41%를 보유한 웅진생활건강의 경우 지난해 다단계 판매업을 접었다. 현재는 특별한 사업을 맡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웅진생활건강은 완전자회사 웅진헬스원을 세워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소분 판매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관련 시장 경쟁은 치열하다. 건기식 업계 관계자는 “구독 모델 운영을 플랫폼을 갖추고 구매 편의성을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관건이다. 영양제를 소분하는 공장이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대량생산과 고객화의 합성어) 체계가 잘 구축돼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했다. 웅진헬스원의 지난해 매출은 4억 5200만 원, 영업이익은 –3억 원이다. 이외에 태양광 업체인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청산됐다.
#실적 버팀목 웅진씽크빅 성장도 관건
웅진이 현재 믿을 곳은 주력 계열사인 웅진씽크빅의 실적뿐이다. 웅진씽크빅은 1분기 매출 2240억 원, 영업손실 5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대비 매출은 4% 줄었고, 영업손실은 231% 증가했다. 광고선전비와 판촉비 영향이 작용했다. 웅진씽크빅 적자 영향으로 웅진의 1분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1분기 4억 5000만 원에서 올해 1분기 -19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1분기 기준 웅진씽크빅은 웅진 전체 매출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웅진씽크빅이 2분기부터는 실적을 회복할 것이라 내다본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1분기는 새로운 학기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마케팅을 집중하는 시기다. 2분기에는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리포트에서 “AI 학습 플랫폼 스마트올 가입자 지속 확대 및 CP(콘텐츠제공) 사업을 통한 B2B(기업 간 거래), B2G(기업 정부 간 거래) 영역 확장으로 실적은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실제 웅진씽크빅 매출은 2020년 6461억 원, 2021년 8139억 원, 2022년 9333억 원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도 2020년 140억 원, 2021년 268억 원, 2022년 276억 원으로 상승세다.
이와 관련, 웅진 관계자는 “웅진에버스카이는 튀르키예가 정치, 경제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불확실성이 있지만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자생 능력을 키워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웅진의 별도 투자 계획은 없다. 화장품 계열사인 웅진휴캄과 건기식을 영위하는 웅진헬스원 등은 제품군과 판매처를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웅진플레이도시는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정상화됐기 때문에 당장 매각이 급한 상황은 아니다”며 “그룹 전체로 보면 비주력 계열사들의 비중은 미미하다. 현재로선 비주력 계열사 매각이나 사업 철수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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