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EC 따라 우리나라도 가상자산에 증권성 적용 흐름…자본시장법 적용 시 금융회사들과 경쟁해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와 유일하게 상장된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위법 혐의에 대한 조치에 나섰다. 이들 거래소에서 거래 중인 코인들 일부가 현행법상 ‘증권’임에도 관련 규정에 따른 절차나 자격을 갖추지 않은 채 영업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사기와 조작 등으로부터 투자자들이 보호될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것이 SEC의 판단이다.
SEC의 이 같은 접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에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에는 실제 법적인 절차를 밟은 점이 다르다. 특히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코인베이스는 스스로를 거래소로 부르면서 다양한 기능을 섞어서 운용했다”면서 “뉴욕증권거래소가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기존 증권시장에서는 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 거래가 이뤄지는 거래소, 증권을 보관하고 청산결제를 지원하는 예탁결제원 등이 나뉘어 있다. 이와 달리 가상자산거래소는 중개와 거래, 보관 등의 기능을 모두 수행한다. SEC의 지적이 합당하다면 현재의 가상자산거래소는 기능별로 분할되거나 기능의 상당 부분을 다른 곳으로 넘겨야 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사업모델이 통째로 흔들리게 된다.
국내에서도 증권사에 준하는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쪽으로 법이 만들어지고 있다. 자본시장법 구조가 기본틀이 됐다. 최근 국회 정무위에서 여야가 잠정 합의한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규제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보면 이용자의 예치금은 은행 등 정부가 정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에 예치 또는 신탁해야 한다. 증권사가 고객예탁금을 증권금융에 맡기는 것과 같은 구조다. 특히 법안은 이용자 보호를 명분으로 거래정보의 수집, 분배, 공시 등을 전문으로 하는 가상자산통합정보 운영기관을 둘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시장의 ‘빅 브라더’가 될 이 기관은 금융위가 지정한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증권성 가상자산을 규제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는 이미 뮤직카우를 증권으로 판단했다. 위메이드의 위믹스가 증권인지 여부도 살피는 중이다. 가상자산도 증권으로 인정되면 자본시장법이 적용된다.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이 법을 지키지 않았다면 제재나 처벌이 가능하다. 이는 증권사들이 증권형토큰(STO)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시장(원화마켓)은 두나무(업비트 운영사)와 빗썸을 비롯해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개가 영업중이다.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국내 진출이 어려워지고, 2위 빗썸마저 각종 의혹과 논란에 휩싸이면서 업비트가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가 됐다. 가상자산 가격 하락과 거래 축소로 예전보다 실적이 크게 줄었다고 하지만 두나무는 올해 1분기 3049억 원의 매출에 무려 2119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이 69%를 넘는다. 지난해 평균 연봉은 직원이 2억 3787만 원, 임원(미등기) 14억 8253만 원으로 국내 기업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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